남북 사회문화 교류와 대중문화 교류

<그림1> 사회문화 교류와 남북관계

일반적으로 사회문화 교류는 단계적 통일방안의 한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남북관계의 진전과 밀접하게 관련되면서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림 1> 참조 선순환적으로 사회문화 교류는 통일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상대편에 대한 인식을 전화시키면서 남북한 체제내부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고 다시 사회문화 교류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문화 교류는 그 자체로서 남북한 사람들의 통합과 공동체 통합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사회문화 통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통일 이전의 사회문화 교류는 통일 이후의 사회문화 통합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회문화 교류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국가보안법과 같은 제도적인 저해요인과 반북적 의식, 대결적 문화구조는 냉전문화도 또 다른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2> 사회문화 교류와 사회문화 통합

<그림 2> 참조 따라서 사회문화 교류를 검토하는 것은 그 자체가 남북관계의 현 단계를 알아보는 것이며, 사회문화 통합의 정도를 규명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요소들과 저해하는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사회문화 교류의 활성화와 남북관계의 발전을 지향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 가운데 대중문화의 교류는 다른 문화교류와 비교할 때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대중문화가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교류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남한의 경우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세대 등도 대중예술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으며, 이들이 교류의 중심에 서 있는 경우에는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대중문화의 특징으로 인해 언론매체와 문화산업이 결합하는 복합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언론과의 결합은 사회문화의 교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문화산업과의 연계는 사회문화 교류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물적토대의 해결방안 모색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대중문화는 엄격하게 규정한다면 자본주의 문화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대중문화 교류는 대표적인 비대칭적 사회문화 교류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체제특성 상 많은 부분에서 등가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으며, 이는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경우 대중문화가 상품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당국가가 문화를 장악하고 있는 북한에서 대중문화는 논리적으로는 존재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대중문화교류는 남북한 문화구조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대중문화의 교류는 남북한 주민들의 문화적 취향을 비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중문화는 해당 시점에서 대중들의 기호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특히 교류에 나서는 남한의 대중문화는 그 자체로서 남한주민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것인데 이러한 문화요소들을 북한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대중문화 교류의 현황
분단 이후 30여 년 동안 남북 사회문화 교류는 한반도의 냉전기류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북한이 남북 언론인 교류(1957), 제17차 올림픽대회 단일팀 구성(1958), 남북 공동 영화제작 및 연극경연대회(1965), 기자 및 과학자 교류(1966) 등 수차례의 대남 제의를 한 바 있으나, 이는 통일전선전략 차원에서의 선전성 제안에 불과할 뿐 실천적 의지가 결여된 공허한 것이었다. 이후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남북교류는 1980년대 들어 남북체육회담, 적십자회담 등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사된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상호교환(1985)이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1988년 남한정부의 7·7특별선언과 1992년도의 남북한기본합의서의 체결로 남북 사회문화 교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사회문화 교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김대중 정부의 출현과 두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평양에서 공연 중인 윤도현의 모습

이후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그 가운데 대표적인 대중문화 교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악부분의 경우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윤이상연구소가 함께한 제1회 평양 윤이상통일음악회(1998), 패티김, 최진희, 태진아, 설운도, ‘핑클’, ‘젝스키스’가 참여한 2000년 평화친선 음악회 평양공연(1999.12),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회 민족통일음악회 평양공연(1999.12),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는 남북교향악단합동연주회(2000.8), 2002년 8·15민족통일대회(2002.8), 추석맞이 남북교향악단 평양 합동연주회(2002.9), 금강산 민속문화축전(2005.9), 금강산 윤이상음악회(2006.4)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리틀엔젤스예술단 공연(1998.5), 최초의 순수 민간교류에 의한 방한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평양학생소년예술단 서울공연(2000.5), 금강산가극단 공연(2000.8), 창극 <춘향전> 방북공연(2001.2), 창극 <황진이> 방북공연(2001.3),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 내한공연(2002.9), 이미자가 참가한 2002 MBC 평양특별공연(2002.9), 금강산가극단 한국공연(2002.11), KBS 평양노래자랑(2003.8), 2005 6·15통일대축전 가극 <금가> 평양공연(2005.6), 조용필 평양공연(2005.8), <아, 고구려 고구려 광개토호태왕> 평양공연(2005.9), 6·15공동선언 여섯돌 기념 금강산가극단 특별공연(2006.6) 등도 있었다. 이밖에도 김연자도 2002년에 공연을 했고, 같은 해 윤도현도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2003년에는 SBS가 정주영류경체육관개관기념 통일음악회를 개최했고, 조영남, 설운도, 주현미, ‘베이비복스’, ‘신화’와 바리톤 김동규가 이에 참가했다. 공연은 아니지만 2007년에 북한가요를 남한 대중가수들이 불러 취입한 음반 《동인》이 발매된 것은 처음 시도된 작업이었다. 또 교환공연 등은 아니지만 북한의 대중가요라고 할 수 있는 <휘파람>이나 <도시처녀 시집와요> 등은 남한의 노래방에 있을 정도로 보급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부문에서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제작한 <불가사리>(1985)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에서 개봉(2000)했고, 2002년에는 이두용 감독의 <아리랑>(2002)이 평양국제영화관에서 1차 시사회, 2003년 2차 시사회를 가졌다. 그리고 북한영화  <살아있는 령혼들>(2001)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2003.4~5), 이후 북한영화 여섯 편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2003.10). 2005년에도 부산영화제에서는 북한영화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2007년에는 새로운 방식인 저작권계약으로 북한의 원작을 남한에서 영화화한 영화 <황진이>가 남북교류 활동에서 주목받았다. 이보다 진전된 형태가 KBS 드라마 <사육신>(2007)이었다. 2006년에는 남북 영상사업 관계자들 간에 남북합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주도하여 만든 남북합작 단편 애니메이션 <새>가 제작배포 되었다.

남북 간 대중문화 교류의 성찰과 전망
그동안 이루어졌던 남북 대중문화 교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주로 남한의 대중문화가 교류의 대상이었고, 평양에서 이루어진 행사가 많았다. 이것은 다른 사회문화 교류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 교류에 대한 의지에서 남한이 강했고, 북한은 이를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편향된 대중문화 교류는 문화적 이해증진이라는 사회문화 교류의 기본적인 지향점과 거리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대중문화가 자본과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대중문화 교류와 방송의 결합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북한이 교류의 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중문화, 특히 공연의 경우 방송을 통해서 최소한 남한사람들은 교류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도 부분적으로 남한공연을 방송함으로써 남한문화를 북한사람들이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주로 음악과 영화 등 특정분야의 대중문화 교류가 추진되었다. 연극 등 다른 공연은 일정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중소설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지 못한 것은 다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대중문화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북한의 대중문화가 남한에 소개되는 경우는 대단히 적었다. 사회주의에서는 문화가 정치적 속성을 갖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류과정에서 북한문화가 지나치게 부족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이유 외에도 교류를 남한이 주도하는 현실, 특히 편익문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북한문화의 남한도입은 상업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섯째, 작품이나 장르 그리고 예술인에 따라 문화적 반응의 차이는 적지 않았다. 윤도현의 록음악은 북한주민들이 수용하지 못한 반면 이미자나 김연자의 트로트는 상대적으로 호응의 정도가 높았다.

지난 2006년 금강산에서 개최된 윤이상음악회

문제점이 없지 않았지만 남북한 대중문화 교류는 남북한 주민들의 거리감을 줄이고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9년 핑클의 공연과 2003년 베이비복스의 공연에 대한 평양주민들의 반응은 큰 차이가 있었으며, 이제 남한의 노래방에서 북한노래를 부르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적 거리감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따로 떨어져 지내온 세월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로 사회문화 교류전반이 제한되고는 있지만 향후 사회문화 교류, 특히 대중문화 교류의 지속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교류의 문제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발전적인 교류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적으로 과거의 대중문화 교류가 교류의 성과 그 자체보다는 성사에만 급급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장기적인 교류의 로드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 교류가 상업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되거나 정치적으로 좌우되지 않는 제도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북한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남한사회의 문화적 배타성 극복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영화를 남한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교류사에 한 획을 그었던 남북합작 드라마 <사육신>이 소위 ‘애국가 시청률’이 나온 것은 북한문화에 대한 남한사람들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낯설음을 극복할 수 있는 북한문화 교육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북한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남한 대중문화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남한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남한 대중문화를 보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