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동서문화교류의 창구
마카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아마도 중국 남방 연안의 특색있는 관광지이자 카지노업이 성행하는 항구도시로 알고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곳이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1999년 중국에 반환되어,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특별행정구역의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카오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유럽풍이 농후한 다싼파패방(大三巴牌坊), 성 바울성당(1602)의 앞벽 중국의 민간신앙을 잘 구현한 마거묘(閣廟)바다의 여신 마주(祖)를 모시는 사원 등 명승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이 글은 역사와 문화의 시각에서 마카오의 특수한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원인 때문에 그곳이 일찍이 동서문화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창구이자 동서양의 경제, 문화가 서로 교류, 융합하는 교량이 되었음을 6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마거묘
우선, 마카오는 16, 17세기 동서양 국제무역의 중요한 중계항이었다. 1553년 포르투갈인들은 뇌물과 속임수를 통해 명(明, 1368~1644)으로부터 마카오에 거주하며 무역을 하도록 허가받았다. 1557년 포르투갈인들은 주택, 성벽, 포대 등을 건설하여 마카오를 불법으로 점거하였다. 16, 17세기 마카오를 강제 점령한 포르투갈인들은 한 세기 가량 중국의 대외무역을 독점하였고, 마카오는 포르투갈 국제무역의 중요한 중계항이 되었다. 포르투갈 함대는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거쳐 인도의 고아(goa) 인도 남서 해안에 있는 16세기 이후 400여 년간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도시에 도달했고, 다시 말라카해협을 거쳐 마카오에 도달했다. 또 마카오에서 중국의 광저우(廣州)와 필리핀 마닐라 혹은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갔다. 그들은 마카오에 유럽의 은화, 모직물, 기계제품, 인도의 면직물, 동남아의 향신료 등을 가지고 와 중국의 생사, 견직물, 약재와 도자기 등과 교환하거나 구입하였다. 또 그것들을 마닐라나 나가사키로 가지고 가서 황금이나 백은으로 바꾸었다. 이로 인해 포르투갈 상인은 중간에서 큰 이윤을 얻었고, 마카오는 경제적으로 번영했다. 후에 네덜란드와 영국이 해상의 패권을 쟁취하고, 중국과 일본이 해금 및 쇄국정책을 실시하여, 마카오는 동서무역이 쇠퇴하고, 아편과 쿨리(苦力)중노동에 종사하는 중국의 하층 노동자 무역만 발전하게 되었다. 1840년 아편전쟁 후 홍콩 할양 및 5개 항구 개방으로 인해 동서양 국제무역의 주요 중계항으로서의 지위는 홍콩이 대신 차지하게 되었다.
다싼파패방
다음으로, 마카오는 서양기독교가 초기에 동아시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거점이었다. 1557년 포르투갈이 마카오를 강제 점령한 후, 천주교 선교사들이 잇달아 왔다. 1576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오 13세(Papa Gregorio XIII, 재위 1572~1585)는 동아시아 최초로 마카오 교구를 설정하여 중국, 일본 지역의 선교활동을 책임질 것을 명령하였다. 1579년과 1582년 예수회 이탈리아 선교사 마이클 루게리(Michel Ruggleri,1543~1607)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가 각각 마카오에 왔다. 그들은 광동성(廣東省) 자오칭(肇慶) 등지로 가서 교회를 건설하고, 선교활동을 했는데, 이것이 중국에서의 천주교 선교사업의 시작이었다. 1594년 예수회 선교사들은 마카오에 성 바울수도원을 개설하여 선교활동의 총본부로 삼았다. 웅대한 따산파패방은 바로 1602년 성 바울성당 앞벽으로 건설한 것이다. 여기엔 현재 천주교예술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통계에 의하면, 1581년~1740년 483명의 예수회 선교사가 마카오에서 중국 내지로 들어갔다고 한다. 마테오 리치, 샬 폰 벨(Johann Adam Schall von Bell, 1591~1666) 등 일부 선교사들은 베이징의 조정에 들어가 명말청초(明末淸初)의 중서문화교류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19세기 초 개신교 선교사들도 마카오를 거점으로 삼아 중국에 포교활동을 했다.
 
메이구이성모당 메이구이성모당내부
모리슨교회
세 번째로, 마카오는 서방문화, 과학기술이 중국에 수입되는 기지였다. 서양선교사는 마카오를 기지로 삼아 저술, 번역, 학교설립, 의료활동, 간행물 발간 그리고 선교활동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서양문화 및 과학기술을 전파했다. 예로, 1582년 마카오에서 중국 내지로 간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만국여도(萬國輿圖)>를 제작했다. 이것은 중국에 전파된 최초의 세계지도이다. 1569년 천주교 선교사는 마카오에 병원을 설립해 병을 치료했는데, 이것이 중국에서 서양의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포르투갈 대포’라 불리는 서양의 총포와 서양식 교회 건축, 교회 벽화, 풍금 등 서양미술과 음악 역시 마카오에서 중국 내지로 전파되었다. 19세기 개신교 선교사도 마카오를 기지로 삼아 중국에 선교활동을 했고, 서양문화를 전파했다. 영국 선교사 로버트 모리슨(Morrison Robert, 1782~1834)은 1808년 마카오에 와서 선교활동을 했다. 그는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하였고 작은 선교책자를 출판하였다. 또한 1821년 마카오에 모리슨교회를 건설하였고, 1839년엔 모리슨학당을 세웠다.
마테오리치 초상화
넷째, 마카오는 초기 서양인에 중국을 소개하고 동양문화를 소개하는 교량이었다. 16세기 이전, 서양인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는 매우 얕았다. 주로 정보는 마르코 폴로(Marco Polo, 1524~1324)의 『동방견문록』(1298)과 일부 상인, 선원들에서 얻었다. 서양선교사는 중국인들에게 서양문화를 전파하는 한편, 서양인에게 중국과 동양문화를 소개하였다. 천주교 선교사들은 마카오 혹은 중국 각지에 도착한 후 바로 유럽교회와 친지들에게 편지를 썼다. 선교업적을 보고하는 것 외에도, 중국의 사회문화, 풍토와 인정을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예를 들어, 마테오 리치는 많은 중국 찰기(札記)편지를 적어, 1615년 독일에서 『마테오 리치의 중국 찰기』를 출판하고, 후에 『기독교원정중국사』로 개명, 출판하여 유럽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포르투갈 선교사 알바레스 세메도(Alvare de Semedo, 1585∼1658)는 『중국통사』(1642)를 출판하여 유럽인들에게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19세기 개신교 선교사들도 마카오에 온 이후 신문 발행과 서적 출판을 통해 서양에 중국문화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로버트 모리슨은 중국의 『삼자경』, 『대학』 등을 번역, 출판했고, 『중국일별』, 『중국의 역사와 현재』, 『중문어법』, 『화영자전(華英字典)』등을 집필했다. 미국인 선교사 엘리자 콜먼 브릿지맨(Elijah Coleman Bridgman, l801~l861)도 광저우와 마카오에서 〈중국총보(中國叢報)>를 발간했고, 여기에 『삼자경』, 『천자문』, 『효경』 등을 영문으로 번역해 실었다.
다섯째, 마카오는 중국인들이 세계를 보고, 서양학문을 학습한 창구이다. 린 저쉬(林則徐, 1785~1850)의 ‘외국 사정 탐방(探訪夷情)’이 바로 마카오에서 시작했다. 1839년 린 저쉬가 아편무역을 통제하기 위해 광동에 갔을 때, 마카오의 외국어 간행물을 번역하고, 자료를 분류, 정리한 후, 그것을 <마카오월보(澳門月報)>로 편하여, 황제와 대신들에게 보내 참고하도록 했다. 마카오의 롄펑묘(蓮峯廟)1592년 마카오에 세워진 마카오 유일의 순수 도교사원엔 현재 린 저쉬기념관이 들어서, 린 저쉬의 마카오에서의 행적 및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후에 웨이 위앤(魏源, 1794~1857)의 『해국도지(海國圖志)』(1847)의 「이정비채(夷情備采)」외국의 사정을 잘 취합한다는 뜻 부분도 마카오의 외국어 간행물에서 선택, 채용한 자료이다.
국부기념관 야경
‘중국 유학생의 아버지’라 불리는 롱 홍(容宏, 1828~1912)은 13세에 마카오의 모리슨학당에서 공부했고, 1847년 교장인 미국인 선교사 사무엘 브라운(Samuel Brown 1810~1880)을 따라 미국에 갔다. 그는 1854년 예일대학을 졸업한 후, 청(淸, 1636~1912) 정부에 아동들을 미국에 파견하여 유학시킬 것을 건의하였고, 주미유학생 감독을 맡아 중서문화교육교류에 큰 공헌을 하였다.
중국의 위대한 혁명가 쑨 원(孫文, 1866~1925)의 고향 샹산현(香山縣) 추이헝촌(翠亨村)은 마카오와 가까워 그는 어렸을 때 몇 차례 그곳을 방문했다. 그는 12세 때 마카오에서 배를 타고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가서 서양문화를 접촉했다. 1883년 쑨 원은 귀국 후 홍콩으로 건너가 공부했다. 마카오는 그가 광동성과 홍콩을 오가는 데 반드시 거치는 땅이자 친구들과 혁명을 논의하는 땅이었다. 1892년 쑨 원은 홍콩의 시이서원(西醫書院)을 졸업한 이후, 1년간 마카오의 징후의원(鏡湖醫院)의 의사로 있었다. 1895년 광저우 봉기1 가 실패한 이후에도, 그는 마카오를 통해 해외로 도망갔다. 현재 마카오의 원처스졔(文策士街)에는 쑨 원의 마카오에서의 활동과 유물을 전시한 국부기념관이 있다.
 
마카오생 포르투갈인의 집 마카오생 포르투갈인의 집 내부
여섯 번째, 마카오는 동서문화가 융합한 특색있는 도시이다. 만약 마카오를 여행한다면, 다양한 면에서 이러한 특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종 면에서 마카오는 유럽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태어난 수만 명의 혼혈아가 있다. 언어 면에서, 광동어,광동성 등지에서 사용하는 방언 푸통화(普通話), 현대 중국어의 표준어 그리고 마카오-포르투갈어 방언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스페인어, 영어 등이 섞인 방언 등이 있다. 종교 면에서, 서양의 천주교, 개신교 외에 불교, 도교 그리고 이슬람교를 받아들였다. 마카오에는 성 바울성당 앞에 있는 다싼파패방 외에, 주교좌성당(1576), 메이구이(梅槐)성모당(1687), 성 안토니오성당(1638), 성 요셉수도원성당(1758), 해안성모마리아성당(1622), 성 프란체스코성당(1938) 등 특색 있는 성당이 많다. 마카오엔 또한 묘당, 도교사원 그리고 이슬람사원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의 민간신앙을 반영한 마주(祖)중국 남부와 중부의 바닷가 일대와 타이완 지방의 민간에서 믿고 있는 바다의 여신 사당, 즉 마거묘이다. 건축 면에서는 동서양 절충양식이 매우 많다. 초기 포르투갈인들은 높은 곳에 서양식 다층 교회를 지었고, 중국인들은 낮은 곳에 단층집을 지었다. 유럽풍이 가장 농후한 건축물은 당쯔섬(仔島)타이파섬이라고도 함 해변의 마카오생 포르투갈인 주택지역으로, ‘마카오생 포르투갈인의 집’과‘당쯔섬의 집’이라 칭해진다. 5채의 포르투갈식 이층양옥집이 있는 그곳은 현재 박물관과 영빈관으로 쓰고 있는데, 가구, 의복, 음식, 수공예품 등 마카오생 포르투갈인의 생활방식을 전시하여, 동서문화의 융합이라는 마카오의 특성을 잘 재현하고 있다.
일찍이 400여 년간 포르투갈의 식민통치를 받은 마카오는 1999년 반환된 후,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역으로 계속해서 동서문화교류의 전통과 특색을 발휘하여, 중국의 개혁개방과 문화, 경제 교류 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카오의 역사와 문화적 특색을 이해한 후, 마카오에 한번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주)
1 쑨 원은 1894년 청일전쟁 때 민족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흥중회(興中會)를 조직하였고, 1895년 10월 청조를 타도하고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광저우에서 봉기하였으나 실패함.
번역_ 柳多珍 인천문화재단 홍보출판팀
王曉秋 1942년 중국 상하이생. 베이징대 사학과 교수. 최근 저서로 『근대 중국과 세계-상호 작용과 비교』, 『근대 중국과 일본-상호 작용과 영향』 등. lswxq@26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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