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낯선 이유는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쓴 것 같기 때문이다. 타블로가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이고, 스탠포드대학 영문과를 우수하게 졸업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데뷔 초 어쩌면 그것이 그들이 다른 힙합그룹과는 다르다는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이슈는 오래가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힙합으로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각을 이끌고 나갔다. 묘하게도 그들의 가사와 음악엔 이야기와 상징성이 두드러졌고,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감각도 탁월했다. 그것은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들어주세요’에 가까운 설득이었다. 그 중심엔 물론 천재라고 불리는 음악감독 타블로가 있다.

이 소설집은 타블로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지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대화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소재,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누구의 이야기든 소설집 전체에 흐르는 일관적인 감성은 외로움과 불안함이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가족이고, 가장 피해를 받는 인물은 음악이나 문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이다. 등장인물들은 불행하지만 저기 멀리서 올 것 같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 중에 인상 깊은 단편은 「안단테」, 「쥐」, 「최후의 일격」이다. 「안단테」에서는 재기에 실패한 유명 피아니스트가 아버지다.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의 예전 추억을 곱씹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줄리어드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주인공은 매주 한번 가족과 식사하는 시간이 숨이 막힌다. 일본에 여행을 갈 것이라는 선포를 하고, 집에서 오랜만에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a for Two Pianos in D major, k. 448> 중 <안단테Andante>를 친다. 늦은 밤 거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버지는 주인공에게 자꾸 뭐가 들리는지 물어본다. 그것은 오래전 아버지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한 것이다. 반복해서 물어보는 아버지에게 주인공은 “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쥐」는 영화의 캐스팅디렉터로 일하는 주인공이 침대 맡의 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점점 멀어져 가고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다. 캐스팅 물망에 오른 여배우를 유혹하기 위해 집으로 초대하지만 쥐가 나타날까봐 전전긍긍한다. 여배우는 “내가 촬영을 하면서 누군가로 숨 쉬는 짧은 순간들이 진짜 나로 살아온 지난 이십 몇 년의 시간들보다 훨씬 나으니까, 해야 해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서라도 배역을 원한다. 그리고 쥐는 거대한 덫에 걸려 잡히고, 주위에는 피칠갑의 흔적이 남아있다.

「최후의 일격」에는 지나치게 남성성에 집착하는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어린 아들이 책을 많이 읽고 글로 상을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편 그의 아내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고, 결국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외도 상대가 부도가 나자 주인공에게 매달린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아들 앞에서 총을 자신의 입에 대고 조준하면서 “나는 겁쟁이가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아내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아들이 총을 갖게 되고 자신의 이마에 대고 발사한다. 그러나 총에는 총알이 없었다.

저자 타블로

뉴욕은 최고의 것과 최악의 것이 공존하는 도시다. 사람들이 뉴욕에 오는 까닭은 최고의 무언가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될 거라고 쉽게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눈앞에 최고가 보이기 때문에 더욱 조급해지고 절망하기 쉬운 곳이다. 타블로의 소설집은 결국 그런 것들에 절망해 버린 사람들이 붕괴된 가족 안에서 어떻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책 중간 중간 불필요한 뉴욕사진과 어색하게 번역된 문장들 때문에 읽기가 거슬리기는 해도, 그런 이야기에 쉽사리 눈을 땔 수가 없다. 아버지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한 오래된 테이프를 듣고 있고, 여배우는 옷을 벗으면서 배역을 원하고, 엄마는 바람핀 남자가 파산을 하자 아빠에게 매달린다. 내가 알던 타블로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 낯선 이야기들이 들어 달라고 나를 줄곧 붙드는 것이다.

徐眞 1975년 부산생. 소설가. 최근 작품으로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영웅 가라사대』 등. orientshi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