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하수구 위로 넘치는 비누거품처럼, 때로는 빠져나가야 할 것들이 역류할 때가 있다. 구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막혀있는 우리 몸의 배꼽도 많은 것들이 쌓이고 고여서 냄새를 풍기곤 한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배꼽은 특별한 기능도 없고 우스꽝스럽게 생기긴 했어도, 모체와 우리를 연결하고 있던 줄기의 흔적이므로 그것 자체로 경이롭다. 우리의 몸이 공간적인 실체인 동시에 시간적 경험을 간직한 하나의 장(場)이라고 할 때, 배꼽은 현재와 어머니의 시대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통로가 된다. 이 통로가 막혀서 현재와 전시대와의 연결이 불가능하다면, 인간은 세상에서 외떨어지고 만다.

여기, 세상에서 비어져 나와 무미하게 살았던 두 여자가 있다. 뉴욕의 우편배달부 롤라 로라 램지(Laura Ramsey) 분와 카이로의 전설적인 밸리 댄서 이스마한. 카멘 레보스(Carmen Lebbos) 분 떨어져있는 두 여자의 거처는 이슬람 문화권의 하렘(harem)과 같이 여성들만의 공간이다. 그녀들과 같이 살아가는 남성들은 게이이거나 눈먼 자로, 온전하게 ‘본질적으로 여성에게 취약한 존재인’ 남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세상에서 감추어진 하렘의 여성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히잡(hijab)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쓰개 속에 숨긴 채 살아간다. 그녀들이 유일하게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몸짓 언어인 춤을 통해서이지만, 그것 또한 남성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자기 안위의 표시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위한 춤을 추고 싶었던 이스마한과 롤라는 저지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하렘은 새로운 욕망을 탄생시키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남성들에 의해 유폐된 욕망들이 난무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스마한과 롤라의 이야기는 욕망의 폐허인 하렘과 새로운 욕망들이 넘쳐나는 세상을 연결하기 위해 주저 없이 배꼽을 내미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롤라를 만나기 전, 이스마한의 배꼽은 사회적 편견에 의해 삭제당한 상태였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그림 속 아담의 배꼽이 창조론적 세계관에 의해 가려진 것처럼, 남성 위주의 이슬람 문화는 불륜을 저지른 그녀에게 악녀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롤라가 오기 전 이스마한의 하렘은 냄새나는 실보무라지로 가득한, 쓰이지 않으므로 말라붙어가는 늙은 여성의 성기와 다름없었다. 세상과의 연결통로인 배꼽을 배달하는 것이 롤라의 역할이다. 이제 하렘이 다시 생명력을 되찾고 세상과 연결되었으므로 이스마한은 비로소 어머니의 역할, 한 남자의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롤라의 경우, 자신에게 남겨진 전시대의 흔적인 배꼽을 거부하는 유형이다. 그녀는 부모와 친척들처럼 우편배달부로 늙어가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동안 함께했던 친구들과 동료들의 기대를 저버려야만 했다. 또한 이집트 남성인 잭 아사드 보우압(Assaad Bouab) 분의 처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녀 스스로 거부한 배꼽에 전시대와의 연결통로를 이어주는 이가 이스마한이다. 이스마한과 롤라는 서로 교류하고 간섭하면서 자기 자신과 다른 몸들을 변화시킨다.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이슬람의 남자들마저도 그녀들에 의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롤라는 이스마한에게 춤을 배우며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한다. 춤을 배운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짓 속에 녹아든 문화적 기호들을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마한의 손동작 하나하나를 모방하는 것은 전시대, 혹은 다른 시공간의 문화적 기호들에 자신의 신체기관들을 길들이는 것과 다름없다. 자연스레 롤라는 타인을 돌아보게 되고 이슬람의 남성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롤라가 배우는 춤이 몸의 중심축인 배꼽과 관련한 밸리댄스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서사는 이슬람문화와 서구문화, 남성과 여성으로 분화한 것들의 교차를 통해 조화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양쪽을 연결하고 두 물질들을 흐르게 만들어서, 서로가 썩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배꼽은 과거의 상처가 남긴 흉터이자 현재의 문제적 매듭이다. 배꼽춤의 기본 동작을 빌어 말하자면 롤라는 ‘원 만들기’의 유연함으로, 이스마한은 ‘털어내기’의 용기로 자신의 매듭을 풀어냈다. 그녀들처럼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유연함과 과거를 극복해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배배꼬인 매듭의 정체조차 투명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夫映又 1980년 제주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대중문화평론 당선. 최근 글로 「거세된 인간과 진화한 뱀파이어의 생존조건」 등. herob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