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커는 음악을 만드는 이준오와 노래를 부르는 이융진이 함께 하는 그룹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이준오의 원맨밴드였다. 이준오는 캐스커란 이름을 가지고 한국에서 전자음악이 처음 시작하던 때부터 현장에 있었다. <피엘유알PLUR> 평화(peace),  사랑(love), 단결(unity), 존중(respect)의 약자 시리즈나 <테크노 엣 코리아Techno@kr>(1999) 같은 한국 전자음악 초창기 컴필레이션 앨범들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때 캐스커는 촉망받는 하우스뮤지션 클럽음악가이었다.

이렇게 전자음악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며 캐스커는 2003년 1집 <철갑혹성>을 발표했다. ‘철갑+혹성’은 캐스커의 음악을 잘 표현해주는 상징적인 낱말의 조합이다. 전자음악이란 장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차가운 이미지를 철갑이란 낱말로 표현해냈다면, 캐스커가 지향하는 우주의 이미지를 혹성이란 낱말로 표현한 것이다. 이 앨범에서 캐스커는 기존의 스타일에 서정적인 면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덧입히며 ‘캐스커스러운’ 음악의 시작을 미약하게나마 알리기 시작했다.

2집 <스카이랩Skylab>(2005)을 발표하면서 캐스커 음악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보컬 이융진도 이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준오의 음악과 이융진의 목소리가 조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캐스커의 음악에 “심장을 가진 전자음악”이란 말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 앨범부터 캐스커의 음악이 ‘따뜻한 혹은 인간적인 전자음악’이란 정형을 띠기 시작한 것 같다. 이것은 이후 3집 <비트윈Between>(2006)과 4집 <폴리에스테르 하트>를 발표하면서 더욱 견고하게 이어진다.

‘폴리에스레트 하트’는 ‘철갑혹성’과 마찬가지로 잘 지은 앨범 제목이다. 자신들의 음악을 상징하는 ‘심장’과 인공적인 ‘폴리에스테르’를 조합하여 자신들의 음악을 앨범 제목만으로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이준오와 이융진은 이보단 더 좋을 수 없는 파트너쉽을 보여준다. 곡은 이준오가 전부 만들었지만 이융진은 가사를 쓰기도 했고 키보드도 연주했다. 무엇보다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로 곡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준오는 간단한 비트 위에 보사노바(bossa nova), 1960년대 초 브라질에서 일어난 새로운 리듬의 음악 탱고 등의 다양한 스타일을 덧입히면서도 결코 캐스커 특유의 따뜻함은 잃지 않는다. 비트 곳곳에 기타와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적절하게 삽입하는 센스 역시 칭찬할 만하다.

캐스커 4집 앨범<폴리에스테르 하트>

캐스커의 음악은 따뜻한 전자음악이면서 또한 도시의 음악이기도 하다. 흑인음악 쪽에서 이미 어반뮤직(urban music) 세련된 도시 분위기의 음악이라는 명칭이 통용되고 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걸 뺏어 캐스커의 음악으로 포장하고 싶을 정도다. 도시의 야경을 볼 때 어울릴 법한 차분한 일렉트로닉 비트에 도시의 청춘을 주제로 한 가사들은 ‘어반’이라는 분위기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이들의 음악이 여타의 전자음악 같이 현란하게 리듬을 쪼개지도 않고 클럽에서 몸을 부비기에도 어울리진 않지만 이미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것만으로 자신들만의 영토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만의’ 음악이란 말만큼 뮤지션에게 더 좋은 찬사는 없을 것이다. 캐스커는 이번 앨범을 통해 ‘캐스커만의’ 혹은 ‘캐스커스러운’ 음악을 확실하게 매듭지었다고 할 수 있다.

金學宣 1975년 대전생. 대중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한겨레신문> 대중음악 객원기자. 최근 글로 「세월 돌아온 백두산, ‘메탈의 기억’ 깨운다」 등. studiocar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