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교들은 교통이 편리하면서 임대료가 비교적 싼 이케부쿠로에 가게를 냈다. “가게가 생기면 아르바이트를 찾는 유학생이 모이고 중국 사람들을 위한 가게가 증가하는 흐름이 생겼다”라고 두안 위애중은 말한다. 이케부쿠로가 있는 토요야마구(豊山區)의 중국인 등록자 수는 9,036명으로 도쿄 23구 내에서 에도가와구(江戶川區) 다음으로 많다. “JR사이쿄선(埼京線), 토오부토오죠오선(東武東上線), 세이부이케부쿠로선(西武池袋線) 주변에 살면서 이케부쿠로에 모인다”고 두안 위애중은 말한다.

유학생뿐 아니라 사업으로 오는 신화교가 많아지면서 그 업종도 다양해졌다. 도쿄차이나타운촉진회 이사인 왕 밍린(王明琳)은 2006년 10월 사업을 위해 일본에 왔다. 현재 이케부쿠로에 본사가 있는 샤오웨이양저팬(小尾羊JAPAN)주식회사 사장이다. 샤오웨이양은 중국에서 600여 곳의 직영점과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큰 음식회사 중 하나이며 몽고식 샤브샤브가 주요리이다. 왕 밍린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출신으로 일본에 파견되었다. 일본진출의 이유를 왕 밍린은 “일본인이 중국요리를 좋아하고 중국요리가 일본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직원들의 왕래나 재료수송이 편리하다는 것들이 있다. 물론 시장조사 결과 잘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진출 2년이 지난 현재 이케부쿠로 롯폰기(六本木), 긴쟈(銀座), 신오오쿠보(新大久保)에 직영점 4개, 요코하마(橫濱), 모토야와타(本八幡)에 프랜차이즈점 2개 등 모두 6곳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왕 밍린은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요리점이 한데 모여 있는데, 이케부쿠로 경우에 점포 수는 많지만 일본인 가게도 많아 그물처럼 여기저기 흩여져 있다. 때문에 일본인과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일본인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또 “일반적으로 중국인 가게에는 중국인 손님이 많다. 우리 가게는 일본 손님이 70%정도이지만, 촉진회를 통한 교류로 경험을 공유해 모든 가게가 일본인 손님을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왕 밍린은 아침 9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고 한다. “중국 기업이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인의 2배는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일본에서 기업을 발전시킬 때까지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2009년부터 프랜차이즈 영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3년 내에 100개의 점포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듣고 놀랐다. 얌전하면서도 정열적인 왕 밍린의 모습을 보면서 신화교의 힘을 느꼈다.

이케부쿠로 바로 옆에 있는 카나메쵸오(要町)에 사는 딩 페이허(丁培和)는 변호사로, 2008년 7월 일본에 왔다. 중국의 법률사무소가 일본진출을 위해 그를 일본으로 파견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하는 일본기업의 진출과 관련한 여러 가지 법률문제를 처리해 준다.

후 이페이가 도쿄차이나타운 구상을 구체화한 계기는 왕 밍린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후 이페이는 일본에 온 지 근 20년이 되어 일본어가 유창하다. 반면 약 2년이 된 왕 밍린은 서툴다. 신화교의 역사도 이제 30년이 된다. 새로 온 신화교와 오래 전 일본에 온 신화교들의 만남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켜 도쿄차이나타운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은 아닐까. 도쿄차이나타운촉진회에 현재 50여 개의 회사와 가게가 가입했고,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후 이페이와 왕 밍린은 “10년, 20년에 걸쳐 천천히 자연스럽게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 자리 잡고 살아가려는 신화교들의 바람이 깃든 말이다.

지하철 마루노우치선(丸の內線) 신오오쿠보역 근처엔 신화교가 경영하는 주식회사 동팡(東方)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있다. 동팡인터내셔널은 <동팡스바오(東方時報)>라는 주간지 발행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동팡스바오>는 일본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으로 1995년 창간했고, 주로 일본에 사는 중국인들이 읽는다. 부편집장인 우 푸창(吳福昶)에 따르면, “재일중국인에게 중요한 내용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일본에 사는 중국인은 중국 본국의 일, 예를 들어 중국 국가 주석(主席)이 미국을 방문했다는 뉴스엔 너무 관심이 없다. 일본 정치나 경제 등 직접 관계가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일본정부의 재류외국인정책 등이 가장 중요시하는 뉴스”라고 말한다. 2008년 12월 18일 1면에 일본경제 불황과 감원, 중국인 IT기업의 경영난, 재류외국인의 재류자격에 대해 보도했다. “일본의 불황은 중국인 사회에도 영향을 준다. 중국인 IT관련기업의 대부분이 일본의 하청업자이기 때문에 일감이 없어진다. 일본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회사원들도 돌아왔고, 도산한 곳도 많다. 심각한 문제이기에 응당 관심도 높고 우리도 열심히 취재한다”고 설명한다.

“신화교들의 공통적인 고민과 관심사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우 푸창은 조금 생각하다가 “세대에 따라 다르다”라고 답했다.

일요일 오후 이케부쿠로역 근처 어느 건물에선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보호자 모습도 보인다. 건물엔 중국어를 가르치는 통위앤(同源)중국어학교가 있다. 이사장 양 린(楊林)은 베이징(北京) 출신으로 유학하던 남편을 따라 1993년 일본 후쿠오카현(福岡)에 왔다. “언어 문제 등 때문에 일본에 오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양 린. 일본에 왔을 당시 아들이 6세였다. “아들은 3개월 만에 일본어를 배우는 대신 중국어를 잊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일본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동팡스바오>의 우 푸창은 신화교의 고민 중 하나가 교육문제이고 20~40대 신화교들에겐 가장 절박한 고민이라고 한다.

베이징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었던 양 린은 후쿠오카에 있었을 때 중국인 어머니들에게 “아이들을 모아서 중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간단한 교실을 차렸다. 1995년 도쿄에 오면서 통위앤중국어학교를 개교했다. 선생님은 자신 1명, 학생은 십수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학생이 750명이다. 이케부쿠로 본부와 타카시마다이라(高島平), 와라비(蕨), 신코이와(新小岩), 사쿠라기쵸오(木町), 나고야(名古屋) 등 9개 분교를 개설하였다. 그만큼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은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만 진행되는데 5세 어린이부터 사회인까지 반별로 나누어 공부한다.

양 린은 “신화교 아이들은 대부분 일본학교를 다닌다. 신화교를 위한 학교가 없는 것도 이유다. 일본학교를 다닌 뒤 명문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부모들의 희망이다”라고 말한다. 부부 모두가 중국인인 경우에도 부부는 중국어로 아이들과는 일본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중국어를 들을 수는 있지만 말할 수 없다. 부부 중 한 명이 일본인인 경우 가정에서 중국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통위앤중국어학교 선생님 왕 링(王玲)에 따르면 아이를 중국어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동기에 대해서 “중국인이니까 당연히 중국어를 배우게 하는 것도 있지만 일본인이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처럼 중국어를 배우게 하는 것”도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하여  중국어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양 린도 “아들이 지금 일본기업에서 일하는데 중국어를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학교에 보내는 재일동포의 생각과 달라서 흥미로웠다. 부부가 각각 중국과 일본국적인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는 일본어를 잘 못한다. 아이들이 중국어를 이해 못하면 부모와 아이가 의사소통을 못하게 된다”란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중국어를 못해서 소통이 불가능한 것이 섭섭하다는 생각은 신화교 부모들에게 공통적인 것 같다. 양 린은 “나는 언젠가 중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아이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서글프게 말했다.

“20대에서 30대 전반의 고민, 관심사는 재류자격문제”라고 <동팡스바오>의 우 푸창은 지적한다. 재일외국인이 일본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재류자격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신화교는 ‘영주자’, ‘일본인의 배우자’, ‘영주자의 배우자’ 등의 재류자격을 갖거나 일본국적을 취득한다. 이런 사람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류자격을 가졌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즉 젊은 신화교들에겐 재류자격문제가 큰 고민, 관심사이다. 유학생들에겐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끝낸 뒤 어떻게 일본에 남는가가 최대의 고민이다. 취업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안 되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일수록 귀화에 대한 거부감은 작다”란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우 푸창은 영주허가는 받았지만 귀화는 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유는 나중에 중국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후 이페이 역시 “귀화는 바라지 않는다”면서 “민족정체성을 바꾸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후 이페이는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를 고등학교부터 상하이로 보냈다. “자기는 ‘중국에 돌아간다’는 생각이지만 아이는 ‘중국에 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50대 이상의 고민, 관심사는 무엇일까? 우 푸창이 “연금문제를 포함한 노후문제”라고 말한 것에 놀랐다. 장차 중국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해놓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일본에 남고 여유가 없으면 중국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한다. 명료하고 현실적이다.

신화교의 역사가 30년이 되면서 앞으로는 노후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문제, 민족정체성 문제. 세대 간의 격차 등 일본에 온 경위는 달라도 재일동포들이 걸어온 길을 신화교도 걷고 있다.

이미지 제공_ 필자 / 번역_ 金淑子 번역가

쪹이 글은 「日本の中の外國人街-新華僑が集う街池袋 上, 下」, <イオ>(조선신보사 이어편집부: 日本, 2009.1,2)를 필자와 출판사 측의 동의를 얻어 번역하고 편집방향에 따라 축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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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2년 중일 간 국교정상화 이후 특히 1979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일본에 건너와서 일본에서 취업하고 정주나 영주 자격을 취득하게 된 중국인을 말하고, 그전에 일본에 정주하던 일본화교와 구별하는 말로, 후자를 노화교(老華僑)라 부름.

琴基鐵 1959년 쿄오토(京都)시생. 월간 <이어> 편집부 편집장. 최근 저서로 『일본에 있는 외국인학교』(공저) 등. gichol@io-we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