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UNESCO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2001)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문화의 다양성은 단순히 경제적인 성장이 아닌, 만족스러운 지적, 감정적, 윤리적, 정신적인 삶을 달성하기 때문에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문화유산들은 소중하게 보존되어야 한다. 동아대학교는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등록문화재 제41호)를 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조안전 진단을 실시한 후 2009년 1월 내부공사를 마무리하기까지 약 7여 년의 시간을 소요했다. 부산,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인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동아대학교 박물관)는 1923년 공사를 시작할 당시 병원으로 설계되었으나 공사도중 경남도청으로 변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본관은 대한민국의 임시수도정부청사로, 종전 이후엔 다시 경남도청으로, 1983년부터 2001년 9월까지는 부산지방법원 및 검찰청으로 사용되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산 증거물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공공기관의 주요청사로 사용되었던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의양풍건축(擬洋風建築) 양식1으로 주요구조는 조적조(組積造) 돌, 벽돌, 콘크리트블록 등을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드는 건축구조로 되어 있으나, 내부바닥 및 지붕구조는 목조트러스(truss) 형식 직선으로 된 여러 개의 뼈대 재료를 삼각형이나 오각형으로 얽어 짜서 지붕이나 교량 따위의 도리로 쓰는 구조을 갖고 있다. 3차례 이상의 증축과정으로 인하여 건물원형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지만, 각각 상이한 지붕구조와 내부구조 방식이 적용된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2002년 주변부지와 함께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건물을 매입한 동아대학교는 건물이 갖는 역사, 문화적 의미를 살리는 한편 도심형 열린 캠퍼스로 활용하기 위하여 이것을 박물관으로 활용할 것을 결정하였다. 유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박물관이기에 먼저 조적조 건물이 갖는 구조적 한계와 무계획적인 증축으로부터 건축물의 안전성을 고민해야 했다. 구조적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당부분 현대기술에 의존해야 했지만, 동시에 문화재로서 어디까지 그 변화를 허용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근대건축문화재의 경우 전통문화재와는 달리 활용을 위해 상당부분 변형을 허용하고 있지만 당시 이러한 견해는 많은 논란을 야기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박물관으로서 미래의 시간을 담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공사를 진행했다.

먼저,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건물이 갖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발굴하고 남기는 작업으로 건물외관을 복원하고, 조적벽체의 보수 및 보강작업 그리고 잃어버린 공간을 복원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건물의 형태와 양식, 벽돌의 질감과 크기, 그리고 세부장식 등은 조적조 건물이 갖는 예술적 가치를 결정한다. 사라졌던 원통형 굴뚝을 복원하고 파손된 벽돌을 제거하는 동시에 기존재료가 갖는 질감과 크기를 살린 새로운 벽돌을 사용한 것은 예술적 가치들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특히 조적조 건물의 벽체는 미적 기능뿐만 아니라 구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에 임시정부청사 건물의 벽체가 갖는 구조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구조와 재료에 대한 정밀진단 작업과 일부 벽체들에 대한 보수, 보강작업을 실시하였다. 겉에서 보면 모두 새 벽돌로 지은 건물로 보이지만 철거했었던 벽체의 일부를 본래의 위치에 남겨 전시물로 만들었다. 식민지 시대의 고통과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흔적들도 지하 수장고부터 전시장까지 곳곳에 남겨두었다. 또한 수차례의 증축과 변경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옥탑공간을 복원하고, 이를 상징적인 요소로 활용하기 위하여 부산임시정부청사의 역사를 전달하는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조적벽체가 일부 구조적 기능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조적조 구조와 보강철골 구조를 합한 과학적 공학기술을 반영하기로 하였다. 또한 자연적(지진), 인위적(화재, 도난) 재해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 제어할 수 있는 첨단기능을 갖추어 건물의 역사성을 해치지 않도록 시각적인 배려를 하였다. 지역의 문화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편의성을 고려하여 여유 공간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인접 건물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또한 부산임시정부청사 건물이 갖는 기억들과 박물관 유물을 통해 얻게 될 기억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동선을 구성하였다. 새로운 기능에 의해 설치된 벽체와 기존의 벽체가 만나는 곳에는 그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어 각각의 재료가 갖는 시간성을 존중하면서 공존하도록 디자인하였다. 이와 함께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잊지 않도록 지나온 모든 기억들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미래의 시간들을 기록하기 위한 디지털 시설들을 설치하였다.

외부공사가 마무리된 시점에 이미 지역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는 역사 혹은 문화시설을 성공적으로 보존, 활용한 사례로 부산의 자랑스러운 명물이 되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궐도(東闕圖)>2 등 국보 2점, 융기문토기(隆起紋土器)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 조개무지에서 출토된 신석기시대 토기 등 보물 10여 점과 함께 지역의 수많은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동아대학교 박물관으로 활용하고자 각 시대별 전시관과 민속, 불교 등 특별전시실을 갖추었다. 또한 3층에는 임시수도정부청사에 관한 특별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어 인근의 부산근대역사관3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역사, 문화시설로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_ 필자

주)

1      서양의 후기고전주의 건축양식과 일본목조 양식이 결합한  양식으로,  서양의 근대건축이 일본에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건축양식 스타일임.

2      국보 제249호로,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들이 동궐인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각 및 궁궐 전경을 조감도식으로 그린 궁궐 배치도.

3      부산시 기념물 제49호인 근대건축물로, 일제 강점기 때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점으로 사용되었다가 해방 후 미국해외공보처 부산문화원이었음. 이후 부산시가 인수하여 2003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개관.

金基守 1961년 부산생. 동아대 건축학부 교수. 최근 저서로 『일본문화의 힘』, 『부산·울산·경남의 근대건축문화유산 가이드북』 등. Kiss2000@d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