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태어난 지 200년, 다윈의 대표작인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1859)이 출간된 지 150년 되는 해이다. 다윈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각종 행사와 출판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국의 과학관과 박물관은 다윈을 기념하는 다양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고, 진화론과 관련한 간행물은 봇물 터지듯 발간되고 있다. 『다윈 이후』는 이러한 분위기에 걸맞게 일반 독자들이 한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는 유태계 미국인으로 콜롬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하버드대 지질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과학사, 고생물학, 진화생물학뿐  아니라 과학평론 및 사회비평으로도 저명한 학자이다.

『다윈 이후』는 1977년에 발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1987년에 출간되었고, 올해 다윈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같은 역자가 다시 번역하였다. 굴드는 이 책으로 단시간에 국제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 책은 그의 진화론적 입장을 잘 대변하는 책으로 평가받았다.

굴드는 1972년 미국자연사박물관의 고인류학자 닐스 엘드리지(Niles Eldredge)와 함께 당시 학계의 주류라 할 수 있는 계통발생론(phyletic gradualism)에 정면으로 맞서는 단속평형이론(punctuated equilibrium)을 발표하여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계통발생론은 오랜 세월 점진적인 변화에 의해 종(種)들이 진화한다고 보았다. 반면 굴드와 엘드리지의 단속평형이론은 진화를 통한 생물종의 변화는 단기간엔 나타나지 않지만, 지리적으로 고립된 특수한 환경조건에서는 급격하게 종의 분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그는 화석 기록을 통해 생물은 종의 큰 변화가 없는 정체상태로 지속되다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진화함을 증명했다. 굴드의 이러한 이론을 정리한 책이 『다윈 이후』이다.

『다윈 이후』에는 기존 이론들에 대한 비판 외에 굴드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이 책은 다윈이 주장한 진화의 의미를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굴드에 따르면, 다윈이 주장한 진화는 특정한 방향을 갖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세대를 거듭하면서 본래 설명했던 진화의 본질에서 벗어나 그 뜻이 왜곡되고 잘못 이해되어 왔다고 한다.

굴드는 다윈이 진화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대신 ‘변이를 수반한 유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을 구체적인 예로 들고 있다. 진화는 자연스럽게 변화하면서 지향하는 목표가 없는 반면, 진보는 보다 상위의 목표를 향한 발전을 뜻하는 것으로 둘은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진화를 진보와 혼동하여 진화론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굴드에 따르면, 사람들이 다윈의 자연선택이라는 용어를 잘못 이해한 결과 왜곡된 부분이 생겨났다고 한다. 다윈의 자연선택은 당시 가축들의 품종개량을 위한 인공선택과 대응하는 개념으로 생존에 적합한 생물학적 특징들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며 이것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선택 요인이 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자연조건이 특정개체의 생존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그것을 생존이 자연에 의해서 선택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다윈 이후』는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다소 생경한 다윈 시기의 지질학, 생물학 이론들을 다루고 있으나 다양한 사례 제시와 세심한 묘사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서면서 동시에 굴드 자신의 이론적 토대를 잘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굴드가 쓴 지 30년이 훨씬 지났고 진화론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그래서 『다윈 이후』를 읽는 독자들의 궁극적인 즐거움은 진화에 대한 해박하고 현란한 담론을 넘어 굴드 역시 다윈 혹은 진화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를 독자 스스로가 찾아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朴成雨 1961년 인천생. 인하대박물관 선임연구원. 최근 번역서로 『사기, 신화 그리고 불가사의』 등. rainmanpark@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