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이자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이다. 798따산즈예술지구(798大山子藝術區, 이하 798예술지구)는 전통의 이미지가 강한 베이징 문화에 모더니즘을 덧입혔다. 게다가 798예술거리는 베이징 시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2004년 베이징건축문화주간(2004.9.7~9.17) 동안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베이징 10대 건축문화를 선정한 적이 있는데 798예술지구가 3위에 오르며 그 가치를 증명했다. 798예술지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798예술지구는 베이징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베이징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2007년 이후 798예술지구를 찾은 관람객수는 연인원 150만 명에 달했는데, 외국인 관람객이 40%, 내국인이 60%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과 국경절 기간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일 10월 1일이 국경절로 일주일가량 쉼엔 70만 명이 798예술지구를 다녀갔다. 현재 798예술지구 주변은 ‘798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798예술지구의 성장에 힘입어 호텔, 지가(地價) 등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고 있다. ‘798예술지구, 엎어지면 코앞’이라는 문구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구(舊)도시, 낡은 공장 등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건축물들은 도시의 옛 기억들을 품고 있어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도시설계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역사적 건축물을 잘 보호하면서 최대한 활용할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798예술지구는 정부의 노력 없이도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낡은 공장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공장이 가지고 있는 사용가치를 극대화해 구도시 리모델링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798예술지구는 1950년대에 지은 798공장에서 따온 이름이다. 798공장은 중화인민공화국  초기에 구소련의 원조를 받아 지은 718연합공장의 일부이다. 개혁개방(1978) 이후 718연합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공장의 경영상태는 악화되었고, 많은 작업장이 생산을 멈추게 되었다. 798공장은 당시 유럽을 풍미한 바우하우스(bauhaus) 양식으로 지어져 천장이 높고 실내가 넓으며 채광이 좋았다. 또한 베이징수도공항과 인접해있어 교통이 편리했고 도시외곽에 위치해 임대료도 저렴했다. 바로 이 때문에 예술가들에게 798공장은 매우 이상적인 창작공간이었다.

1995년 중앙미술학원 조소과의 쑤이 궈(隋建國) 교수가 저렴한 임대료로 1,000여 평의 창고를 빌려 조소작업실로 이용했다. 이때부터 798공장은 798예술지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798예술지구를 조성하는 데 두 명의 외국인이 큰 공헌을 했다. 그 중 한 명은 중국에서 예술관련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로버트 라우선버그(Robert Rauschenberg)라는 미국인으로 2002년 2월 798공장에 예술서점을 열었다. 다른 한 명은  예술품 중개상인인 타바타 유키토(田畑幸人)이다. 같은 해, 타바타는 798공장의 작업장을 빌려 화랑을 열고 그림을 매매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타바타와 친분이 있던 중국  예술가들도 잇달아 798공장에 작업실이나 전시실을 열었다. 2001년 중앙미술학원이 798공장 부근으로 이전한 이후 미술학원 출신 예술가들도 798공장에 작업실을 만들면서 798예술지구는 어느 정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03년은 798예술지구의 발전사에서 중요한 해이다. 2003년 예술지구의 예술가들은 그림, 영상, 행위예술, 음악 등을 망라한 큰 예술제를 세 차례나 개최했다. 예술제는 독특한 예술을 감상하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람객들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낡은 공장과 아방가르드(avantgarde)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운동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시대적 분위기가 교차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세 차례의 예술제를 통해 798예술지구는 국내외 언론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고 798예술지구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798예술지구는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3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798예술지구를 전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 상징성이 큰 22개 도시예술센터 중 하나로 선정했다. 같은 해, <뉴스위크news week>가 선정한 12대 세계도시에 처음으로 베이징의 이름이 올랐는데 그 이유 역시 798예술지구와 그것의 발전과정이 베이징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798예술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예술에 관한 이해 부족, 이데올로기적 갈등, 공장주와의 갈등 등 세 가지 문제는 예술지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먼저 예술 방면을 보면, 798예술지구에 전시된 예술품은 모두 현대예술에 속하는 것들이었는데 당시 중국 관람객들이 현대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예술작품이 지니는 가치를 미심쩍어 했고, 예술계마저도 시종일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798예술지구의 초기 예술가들 중 일부는 현실 비판적 성향이 강해 민간예술가들끼리 자발적으로 단체를 결성했고, 예술제를 개최할 때도 외국기관과 기금단체의 협찬을 받았는데, 이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들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예술지구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지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 뜻뜨미지근한 태도로 관망했다.

798예술지구가 발전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공장주와의 갈등이었다. 공장주였던 치씽(七星)그룹은 원래 798공장을 철거하고 전자상가를 지을 계획이었다. 일부 공장을 임대한 것은 놀리고 있는 공장을 잠시 빌려준 것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베이징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798공장지대는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다. 이때부터 치씽그룹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798예술지구 예술가들의 작업실 임대계약 만료기간은 대부분 2005년 12월 31일이었는데 치씽그룹은 여러 차례 계약을 조기에 만료하고자 했다. 물론 예술가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했다. 양측의 갈등은 2003년을 기점으로 격화하기 시작했다. 2003 ~2004년, 798예술지구를 보호하자는 언론매체의 호소가 점점 힘을 얻고, 정부가 개입하자 치씽그룹은 798공장을 철거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게 되었다.

2007년은 798예술거리의 발전사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중요한 해이다. 2007년 798예술지구가 ‘베이징시중점지원 10대 문화창조산업단지’에 포함된 것이다. 베이징시는 798예술지구에 1억 위앤(元) 이상을 지원했고 이는 주로 예술지구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투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798예술지구는 새로운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다.

현재 798예술지구에는 회화, 조소, 환경디자인, 영상, 고급가구디자인, 의류디자인, 장식예술, 수공예, 전시실,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기관들이 모여 있다. 본래 문화이론에 따르면 예술생산은 공업생산과는 질적으로 다른 생산으로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한 곳에 모여 무리를 이뤄 예술생산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798예술지구의 탄생은 개별적인 예술품의 생산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으로 이뤄지면서 그 예술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은 집단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예술가들이 집단을 이뤄 거주한 덕에 정보가 빨리 전파될 수 있었고 이는 다양한 예술 장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 예술의 생산과 판매에 상승효과를 낳았다.

798예술지구는 중국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예술지구이다. 그러나 성공 뒤에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2008년 이후 798예술지구의 발전모델을 둘러싸고 예술가들과 치씽그룹 사이에 다시 충돌이 발생했다.

치씽그룹이 뉴욕의 소호(soho)거리를 모방해 대형 예술기관과 상업적 전시기관을 유치하고 최종적으로 798예술지구를 고급쇼핑가로 변모시키려한 것이다. 뉴욕 소호거리도 과거엔 버려진 공장지대에 불과했다. 그러다 1960년대에 임대료가 저렴한 그곳에 많은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세계 최초의 예술가 집단거주지가 형성되었다. 소호거리의 지명도가 올라가자 일부 유명브랜드 가게가 소호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명브랜드 가게가 들어서자 소호거리의 임대료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예술가들과  화랑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소호거리는 최고급 쇼핑가로 바뀌었다. 치씽그룹은 798예술거리를 소호와 같이 고급쇼핑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예술가들과 중소 화랑들이 떠난 자리에 대형 예술기관과 고급브랜드 가게를 입주시키기 위한 것이다.

예술가들은 798예술지구가 점차 상업화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으며  해마다 임대료를 올리는 치씽그룹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몇몇 예술가들은 치씽그룹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예술지구 관리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예술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베이징시 지도자께서는 798예술지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호소합니다’라는 공개서신을 올렸다. 언론매체가 2008년 하반기부터 798예술지구의 관리미흡, 지나친 상업화 등의 문제를 비판하면서 798예술지구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대형 예술기관과 고급브랜드 가게가 입주하게 되면 798예술지구는 고급쇼핑가로 바뀔  것이고 예술지구가 갖고 있던 본연의 특색은 크게 퇴색될 것이다. 상업과 예술은 종종 상충하는 경우가 있다. 예술이 머무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상업이 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업이 주류를 차지하고 나면 예술가들은 그 곳을 떠날 수밖에 없고 예술지구는 특색을 잃게 될 것이다. 뉴욕의 소호거리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대부분의 베이징 사람들은 798예술거리가 제2의 소호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약 798예술거리가 상업화되어 고급쇼핑가로 변한다면, 베이징만의 특색을 잃을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 그곳의 가치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갈등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가?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번역_ 鄭朱恩 동시통역사

祈述裕 1958년 안후이(安徽)성 한산(含山)현생. 중국국가행정학원 사회문화교육연구부 교수. 「중국문화산업발전전략연구」, 「중국문화산업국제경쟁력보고」 등. Qishuyu823@nsa.gov.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