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경제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불안한 시대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을 읽으며 지금까지 한 가정의 버팀목과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글에서는 아버지들의 가장으로서의 역할, 즉 그들의 경제활동을 ‘모험’으로 표현하여, 그 모험의 실패가 현재의 결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해서 세상을 향해 나섰던 아버지의 모험을 실패로 단정 짓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아버지들은 세상 모든 아버지와의 경쟁에서 잠시 쉬고 있을 뿐, 무너졌다고 단정할 순 없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에서 아버지는 유태인 포로수용소에 갇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린 아들에겐 희망을 준다. 절망 속에서의 희망, 그 마음이야말로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반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존재이다. 늘 가까이 있고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고 헌신하는 존재,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의 안식처가 되는 곳이 어머니의 품속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사회가 규정지은 아버지의 모습이 이성적이고 냉정하다면, 어머니는 비교적 감정적이고 온화한 느낌이다. 그래서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욱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의 아버지상이 실패한 모험가라면, 더욱 아버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가정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지친 심신을 쉬게 하는 곳이니 말이다. 가족 구성원에게 시련과 좌절이 있더라도 서로 용기를 북돋고 믿음을 줌으로써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상처받은 아버지에 대한 격려와 사랑이 필요한 때 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