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산업인가? 오늘날 우리는 아무런 저항감 없이 문화산업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럼으로써 범위를 가늠할 수 없는 문화라는 단어는 보다 알기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는 1947년 프랑크푸르트학파(Frankfurter Schule)의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 1903~1969)와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 1895~1973)가 처음 사용했다. 그들이 문화산업의 개념을 도입한 것은 대중문화에서 보이는 부정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용어자체에 내포되었던 부정적 의미들은 퇴색되었다. 문화는 이미 산업이 된 것이다. 산업은 자본의 투자와 그에 따르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이윤창출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격을 정하고 정해진 목표달성을 위해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플랫폼> 13호 「복고열풍, 문제는 창조성이다」에서는 문화산업의 복고열풍을 경기불황과 관련짓고 있다. 문화에 생산자, 상품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때 문화 자체보다 문화의 상품성에 큰 가치를 두게 된다. 그런데 복고열풍이 얄팍한 상술이라면 그것은 문화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까?
창조란 이미 충분히 익숙한 것을 조금 다른 형태로 개선하는 것도 의미한다. 비슷한 코드의 발라드, 하우스풍의 댄스음악, 진부한 사랑이야기. 약간의 다른 양념을 뿌렸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창조는 창조다.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창조는 고통을 수반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문화산업을 인정하면서 리메이크 풍조를 비판하는 것은 모순된다고 생각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말했던 것처럼 대중문화는 항상 동일한 것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데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고열풍, 문제는 창조성이다」라는 글은 문화를 위해 더욱 다양한 형태의 문화적 창조물이 등장하기를 바라기보다 생산기일에 맞춰 납품하지 못하는 생산자들을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