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13호에 게재된 「불안한 시대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을 읽고 한번 돌이켜 본다. 우리의 삶이 불안하지 않았던 시대가 언제일까? 아니 좀 더 확장해보자. 인류의 역사상 가장 완전했던 때는 언제일까? 아담과 이브가 살던 시기에도 에덴동산의 뱀과 선악과는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장 완전하고 신성한 태초를 상상했던 인간도 불안을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탄생시켰다. 정확하게 인간의 속성을 간파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현재의 초국적 경제위기나 대량 실직과 같은 불안은 없었더라도 전쟁, 전염병, 빈곤 등 온갖 재해들은 떠올릴 수 있다. 보다 본질적으로 죽음에 대한 불안,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장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21세기 한국 역시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전쟁, 정보사회의 폐해, 연쇄살인 등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다.
현대사회의 불안 속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든든한 어깨와 어머니의 따듯한 품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아버지는 이미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의 온기는 사라질지라도 불안은 글에서처럼 인간을 움츠리게 하거나 도망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불안에 움츠리고 있다면 그것은 현재보다 멀리 뛰려는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불안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문제는 운동의 방향이다. 불안은 다양한 문화와 제도를 탄생시켰고, 파시즘(fascism)과 같은 극단적 형태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자신을 갈고 닦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죽음으로 인간을 내몰기도 했다.
불안한 삶에 우리는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과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요순시대(堯舜時代)를 그리며 살았고, 기독교인들은 아담과 이브가 살던 시대를 꿈꿨다. 이처럼 삶의 복고(復古)도 소중하다. 우리의 길을 비춰줄 나만의 북극성을 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힘에 부칠 때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가듯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