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인천광역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베쓰볼 인천-인천야구 백년사 특별展>은 야구와 함께한 인천사람들의 지난 100년간의 삶을 되돌아보는 아주 특별한 기회이다. 이 특별전은 지난해 <철도로 떠나는 근대도시기행展>(2008.11.25~2009.3.1)으로부터 스토리텔링기법을 차용, 인천의 근대사회사를 관람객에게 친숙하게 전달하는 또 하나의 참신한 시도가 될 것이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은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 SK와이번스, 인천고등학교, 동산고등학교, 야구 명예의 전당 등 개인과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한국야구사와 인천야구사 관련 자료를 주제에 따라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기획전시실은 ‘1루-플레이볼 인천’, ‘2루-태양을 향해 던져라’, ‘3루-공포의 인천구단’, ‘홈-9회말 투아웃’ 등 시대와 주제에 따라 크게 4개의 섹션(section)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섹션은 시간의 흐름을 기본으로 구분했고 섹션 내는 주제별로 적절하게 전시장과 패널을 배치하였다.

첫번째 섹션에서는 한국야구사와 인천야구사를 정리, 소개하고 있다. 『한국야구사』에서는 1905년 미국인 선교사 길레트(P.Gillett, 1874~1939)가 황성기독청년단(皇城基督靑年團)에 야구를 소개한 것이 최초의 공식 기록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베쓰볼이라는 서양 공치기를 했다”는 1899년의 인천야구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제시하고 근대 초 사용하던 야구공과 글러브를 함께 전시하여 우리나라에 야구가 처음 전해진 곳이 인천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1919년 처음 창립한 인천의 첫 야구팀 한용단(漢勇團)과 이를 계승하여 1922년 창립한 고려야구단의 활약상이 유니폼 및 사진자료로 전시되고 있다. 아울러 인천상업야구부의 활약상을 사진과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첫번째 섹션과 두번째 섹션을 연결하는 통로에는 ‘야구장 이야기’라는 주제로 관람객이 웃터골운동장에서 도원경기장, 문학경기장에 이르는 인천 야구경기장의 변천상을 체감할 수 있게 연표와 대형 경기장 사진을 설치하였다.

두번째 섹션에서는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인천을 구도(球都)라 부를 정도로 막강했던 인천 아마추어야구사를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도입부에는 1946년 결성되어 일제강점기 인천야구의 맥을 이으며 1950년대 중반까지 전국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전인천군(全仁川軍)의 활약상을 기념품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인천 학원야구의 대명사이자 라이벌인 인천고와 동산고 야구팀의 화려한 업적을 청룡기 3연패를 둘러싼 결전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동산고와 인천고에 보관하던 각종 우승기와 우승컵을 진열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1957년 동산고가 청룡기 3연패를 달성하고 영구보관해 온 최초의 청룡기가 단연 눈에 띈다. 더불어 인천야구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각급 학원야구와 1960년대에 창단했던 인천시청 야구단, 1977년 창단되어 현재까지 우수선수를 양성하고 있는 인하대 야구부 등 성인야구의 변천상도 보여준다.

세번째 섹션에서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의 출범과 더불어 탄생한 삼미슈퍼스타즈에서 청보핀토스, 태평양돌핀스, 현대유니콘스를 거쳐 현재의 SK와이번스에 이르기까지 곡절 많은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의 변천사와 업적을 보여준다. 주로 구단에서 사용하거나 제작한 용품, 기념품, 자료 등을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다.

네번째 섹션에서는 동영상을 통해 인천야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야구와 함께했던 인천 야구팬들의 환희와 좌절을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장 관리인으로 인천야구와 오랜 인연을 맺은 ‘운동장 최씨’ 최중달씨와 그 부친, 한국 최고의 야구기자 이종남(李鐘南, 1953~2006) 등 야구와 평생을 함께한 이들의 삶과 업적도 전시하고 있다.

<베쓰볼 인천-인천야구 백년사 특별전>은 매우 흥미롭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전시회이다. 최근 전문박물관들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박물관의 전시는 학술적이고 근엄한 그 무엇이라는 통념이 강하게 남아있다. 때문에 박물관의 전시는 관람객과의 상호 소통 보다는 기획자의 의도나 유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이번 특별전은 기획자의 안내에 따라 관람객 각자가 전시에 각자의 인생을 투영하며 상호 교감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원로 야구인들은 자신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던 인천야구의 황금기를 회고하고, 젊은 세대는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과 함께 울고 웃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등 이번 전시는 관람객과 교감하려는 기획자의 노력이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현실적 제약 때문으로 짐작하지만, 전시자료의 대부분이 용품과 기념품에 편중되어 있어 관람객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기록경기라는 야구의 특성을 살려 KBO나 야구협회, 언론사 등에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천야구에 관한 보다 다양한 기록물이나 중요 경기에 대한 기사와 기록지 등을 함께 소개했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전시가 되었을 것이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의 변천상을 연출한 3루 섹션의 전시가 대부분 각 구단의 연혁과 업적을 서술하는 데 그친 것 또한 마찬가지다.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와 지도자들의 업적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다루었으면 전시가 조금 더 풍요로웠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울러 인천야구와 울고 웃으며 살아온 인천 야구팬들의 삶이 좀 더 부각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최중달씨와 이종남 기자를 대표적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인터뷰 혹은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인천 야구팬들의 야구에 얽힌 인생사를 풀어냈다면 더 큰 감동을 주는 전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전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들은 대부분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준비하는 특별전이라는 전시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에 느낀 아쉬움은 KBO에서 추진하고 있는 야구박물관 건립이 결실을 맺는 날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플랫폼> 15호에 지면상의 이유로 축약하여 실은 것의 원문임을 밝힙니다. 축약하여 실은 것을 양해해주신 견수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