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머릿속에 각인된 음악들이 있을 것이다. 인생의 어느 시기를 기억하게끔 하는 음악말이다. 그 음악을 들을 때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여 탄생한 것이 복고, 리메이크일 것이다. 비단 음악만이 아니라 최근 드라마에서도 리메이크는 열풍을 일으켰다. <청춘의 덫>(SBS, 1997), <사랑과 야망>(SBS, 2006)에 이어 얼마 전부터 방송을 시작한 <미워도 다시한번>(KBS, 2009)은 1960년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동일 제목의 연속극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플랫폼> 13호에 게재된 「복고열풍, 문제는 창조성이다」는 불황시대에 복고와 리메이크 열풍에 기대어 이것을 얄팍한 상술로 이용하는 대중문화계의 현실을 비판하였다.
비단 복고열풍이 문화계에만 작용할까? 지금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면 비이성적으로 복고에 열광하는 듯하다. IMF 경제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영광만을 기억할 수는 없다. 1970~1980년대 고속 경제성장시대의 향수에 젖어 ‘복고 경제’를 외치는 정치인들의 한심스런 작태는 따스한 봄기운을 차갑게 만든다. 얼어붙은 경제만큼 문화계 역시 힘들겠지만, 이럴수록 대중의 닫힌 감성을 열어주는 참신한 발상의 작품들로 훈풍을 불어넣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