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내게 바비는 꿈이고 이상이었다. 비록 짝퉁 바비인 미미였지만, 돈을 모아 인형옷과 여러 액세서리를 마련하면서 마치 내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 혹은 늘씬한 미녀가 된 것 같았다.

그러면서 크면 저절로 바비와 같은 모습으로 자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학창시절 내 키는 160센티미터를 넘지 못했고, 젖살이라고 자위했던 통통한 몸매를 스무 살이 넘도록 유지하면서 절대로 바비와 같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마 학창시절 시달렸던 외모 콤플렉스는 그러한 괴리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지금 같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뚱뚱하고 못생긴 것은 타고난 특성이 아니라 잘못된 자기관리에서 비롯한 것이다. 때문에 타고난 얼굴 생김도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 노력해서 멋진 외모를 갖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기준이다.

나도 통통한 몸매 콤플렉스를 깨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결국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10킬로그램 이상을 감량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살만 빼면 내가 꿈꾸던 모습으로 변할 것 같던 내 몸매는 아직도 바비나 연예인들의 몸매에 얼씬도 못하는 상태였다. 내가 비정상인가? 아니면 우리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문제인 것인가?
이상을 포기하고 현재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고통을 견디며 이상을 위해 노력을 계속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이상 아닌 이상을 나에게 갖게 한 세상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