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관객이 2백만 명을 넘었다. 2009년 초, 영화계에 작은 파문이 일더니 이것은 이내 사건으로 번졌다.

아니,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독립영화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독립영화가 있었던가? 워낭소리,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에서 나는 소리라는 이 생소한 단어는 어느덧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는 작은 아이들부터 머리가 희뿌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각양각색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독립영화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감성과 잔잔한 감동이리라.

최근 <워낭소리>로 인해 독립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독립영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키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한해에도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제작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낭소리>의 선전과 여타 독립영화들의 수상소식이 반갑다. 하지만 이것으로 독립영화 시장이 밝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는 정부의 태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법복제와 저작권에 관한 대중들의 낮은 인지 등 많은 문제들이 산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멀티플렉스 중심, 대형영화 중심의 배급시스템이다. 좋은 영화들이 나와도 극장에서 걸어주지 않는다면 관객과 만날 수 없다. 독립영화들은 대부분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개봉하고 관객들은 이를 어렵게 생각하여 소수만이 찾는다.

우리나라의 영화시장은 대작 위주여서 어디를 가도 그 나물에 그 밥처럼 같은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상영관 중 10%, 아니 단 5% 이하라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극장주들은 상업적인 이유로 반대를 하겠지만 좋은 영화는 분명 관객의 선택을 받을 것이고 ‘제2의 워낭소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침 독립영화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분명 독립영화를 한국영화계에 연착륙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다면 지금의 현상은 한낱 찻잔 속의 태풍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