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를 읽으며 거둔 가장 값진 수확이라면, 아마도 이종구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이종구를 모른다. 그러나 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계기로 좋은 그림을 만날 수 있었던 까닭에, <플랫폼> 또한 새로운 문화를 소개한다는 비평의 기본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자의적인 견해이고, 또 이종구가 과연 새로운 문화인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한 그런 비평의 기본적 역할에서 출발한다. 필자의 섬세하고 탄탄한 비평이 과연 지면에 실린 세 편의 그림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쉽게 말해 비평이 작품을 가두느냐, 작품을 열어주느냐의 문제이다. 이종구의 작품을 현실미학의 관점으로 끌고 가는 필자의 논리는 분명 나무랄 데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일종의 멱살잡이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구의 그림을 만나게 된 계기를 수확으로 표현한 것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메시지와 더불어 그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호흡 때문이었다. 헌데, 필자의 글을 읽어나갈수록 왠지 작품들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것은 우연한 느낌일 수도 있다. 스스로의 삶이 현실에 그렇게 끌려 다니다보니, 온전한 비평을 왜곡해서 읽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한 가지는 다시 비평의 기본적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짧은 비평문이 가질 수 있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분명 작품의 숨통을 더욱 폭넓게 열어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면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의 말 또한 끝없이 내뱉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기왕 그렇다면 이렇게 작품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다니느니 아예 숨통을 끊어놓는 비평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니, 작품을 살릴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다만, 작품의 호흡곤란을 지켜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는 것. 삶이 괴로운 까닭 또한 마찬가지다. 너무 빙빙 돌려 말한 것 같다. 짧을수록 더욱 강렬한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김준희 | 회사원｜수원시 팔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