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15호에 실린 김채현의 「성숙한 신데렐라와 만난 마이요의 해석력」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동안 <플랫폼>에서 무용공연 비평을 자주 만나지 못했던 터라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가 보여준 독특한 장치들에 주목한 점이 돋보였다. 지난 3월 20일~24일 있었던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맹활약 중인 김지영과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김주원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발레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었다. 더욱이 최근 각광받는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를 맡아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신데렐라를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와 함께 관람하며, 친구가 모던발레로 해석한 <신데렐라>에 ‘거부감을 느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틀에 박힌 클래식 발레 공연을 진부해했던 그 친구는 이번 공연을 상당히 인상 깊게 관람한 모양이었다. 팸플릿을 손에 들고 극장을 빠져나오며 나누었던 대화에서 그러한 점이 도드라졌다. 클래식 레퍼토리 공연을 보고 그저 발레리나들의 기술적 요소에 주목하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작품 전체의 구성, 오브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필자 김채현도 말했듯이, 생모가 요정으로 환생하는 스토리나 금빛 토슈즈를 신은 신데렐라의 등장은 새로운 자극이자, 자칫 뻔한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 공연에 새 옷을 입혀준 격이 되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일반 관객들을 새롭게 자극시킬만한 공연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뮤지컬이나 연극과 같은 예술 장르에선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혹은 흥미를 끌 수 있는 탄탄한 구성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반면, 무용 장르에선 상대적으로 이러한 시도가 부족한 것 같다. 4일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관객들이 <신데렐라>에 환호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이 공연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 같다. 무용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새로운 해석, 새로운 감각의 춤을 열망한다. 같은 내용, 같은 구성의 작품들만을 재연하는 것으로는 높은 안목을 지닌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동화 속 천진난만한 신데렐라를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한 마이요와 같이 한국 무용계에도 색다른 시각을 지닌 안무가, 무용수의 등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