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검단선사박물관이 인천 서구 원당동 에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의 선사시대를 주요 테마로, 그동안 서구 검단일대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공간이다.

검단선사박물관은 근래 인천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테마박물관들 가운데 하나이다. 인천은 지역적 특성과 역사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테마박물관 건립을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왔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인천의 박물관 수는 시립박물관과 가천박물관, 송암미술관 등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달동네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부평역사박물관과 이민사박물관 등 특성있는 테마박물관들이 차례로 건립되기 시작해 지금은 30여개 이상에 이르렀다.

사실 검단선사박물관은 건물 규모나 소장유물 등 외형적인 면에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박물관이 세워지게 된 과정이 인천 문화재 발굴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니와 인천에서 발굴된 유물을 인천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필자는 검단선사박물관이 세워지게 된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처음부터 접하였고, 건립과정에도 잠시 참여할 기회가 있어 선사박물관의 내막을 조금은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빌려 새롭게 탄생한 검단선사박물관의 건립배경과 지금의 모습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2000년 대학원 수료 후 인천의 모박물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당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곳이 서구 검단 토지구획정리지역의 한 발굴현장이었다. 그때만 해도 검단을 포함한 서구 오류,원당, 불로동 지역은 논밭과 임야, 소규모 공장들이 혼재되어 있는 도시의 외곽지대로, 곳곳에서는 먼지를 날리며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에 의하면 일정 면적 이상의 형질을 변경하는 공사가 이루어질 경우 문화재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지표조사에서 유적이 확인될 경우 발굴조사를 실시하게 되어있는데 당시 발굴도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여담이지만 검단의 발굴현장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멋진 사파리 모자를 쓰고 고상하게 돋보기를 들고 다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발굴장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로 덤프트럭과 중장비가 시끄럽게 굴러가고, 흙먼지가 하루 종일 콧구멍을 간질이는 공사장과 다름없었다. 어쨌든 필자가 있던 현장 말고도 서구 검단, 불로, 오류, 원당 등 토지구획정리구역에
는 여러 발굴현장이 있었고, 길게는 2~3년 동안 여러 조사기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인천에서는 당시까지만 해도 문화재 발굴이라는 것이 그 예를 손에 꼽을 정도로 생소한 분야였다. 그러다가 검단 일대에 대규모 토지구획정리사업을 계기로 많은 유적이 발굴됨으로써, 인천시사(仁川市史)의 선사시대와 고대사 부분을 새롭게 써야 할 정도로 자료
가 모이기 시작했다. 개발과 문화재는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역설적으로 개발사업을 계기로 소중한 문화재가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발굴현장 가운데 원당동에서는 인천지역 최초의 구석기 유적이 발견되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가능성으로만 언급되어왔던 인천 역사의 시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바로 옆에서는 30여 기에 달하는 청동기시대 집자리와 함께 화살촉, 반달돌칼 등 다양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원당동 유적은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규모가 큰 유적으로 당시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 유적이 자리한 곳은 다름아닌 아파트 건설 부지였다. 더군다나 발굴조사 당시 이미 아파트 분양은 끝난 시점이었다. 유적의 조사결과를 검토하는 자문위원회에서는 유적의 중요
성을 고려하여 해당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고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를 무조건적으로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에 문화재청에서는 유적자리에 아파트 건설을 허가하는 대신 지역주민들에게 유적의 모습과 그 의미를 알릴 수 있는 전시관을 건립하는 조건을 내세움으로써 일이 마무리 되었다.

전시관 건립사업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원당동 유적의 유물만 전시하는 단순한 전시관보다는 인천 서구지역에 부족한 문화적 인프라를 감안하여 원당동 유적 이외에 불로, 검단, 오류, 동양지구 등 인천 서북부 지역의 개발과정에서 발견한 고고학적 유물을전시하는 선사시대 전문 박물관으로 방향이 수정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6년 말부터 약 2년여의 공사 끝에 선사박물관이 문을 열게 되었다.

박물관의 시작 자체가 애초 계획된 것이 아니라 문화재 발굴과 관련되어 추진되었기 때문에 박물관 부지의 규모나 위치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박물관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1층의 연면적이 약 1,90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위치도 아파트 단지 내 작은 근린공원으로, 그나마 눈에 잘 띄지 않은 길가에 자리하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박물관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작은 규모에 비해 그 구성은 오밀조밀 알차게 이루어져 있다. 2개의 상설전시실을 기본으로 특별전과 각종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다목적실이 마련되어 있고, 2층에는 어린 학생들이 직접 선사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널찍한 체험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검단선사박물관은 초등학생과 가족단위 관람객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박물관의 성격은 전시실과 체험실 구성에서 잘 드러난다. 전시는 주로 인천 서북부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존의 지루한 나열전시에서 탈피해 유물과 당시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diorama)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를 같이 살펴볼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유물전시를 본뒤, 유리 바닥 밑에 실제 청동기 집자리 7기를 복원해 놓고 그 위를 걸어봄으로써 선사문화를 몸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실을 둘러본 뒤 2층
으로 올라가면 체험학습실이 나온다. 2층 전체에서 최소한의 사무공간을 제외한 넓은 공간을 체험학습실로 이용하고 있는데, 박물관의 주 고객이 학생들임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체험학습실은 박물관에서 전시실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할애함으로서 형식적인 공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체험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곳은 학생들이 유물을 실제
로 만져보거나 발굴체험, 토기 붙이기 등을 체험함으로써 전시실에서 보고 들은 선사문화를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단선사박물관은 인천의 다른 박물관과 차별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인천 서구에 새로운 문화시설이 생겼다는 점, 독특한 주제의 테마박물관이라는 점이다. 이밖에 인천지역 출토유물을 인천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발굴유물은 국가귀속이 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를 하게 된다. 따라서 유물이 출토된 지역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과 인력이 확보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중, 소규모 박물관에서는 그러한 규정을 맞추기 어렵다. 그러한 조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광역단체 이상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 아닌 경우는 보관관리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물을 대여하기 어려운 예가 많다. 검단선사박물관은 다른 지역의 유사 박물관과는 달리 검단일대에서 출토된 유물을 위탁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것은 검단선
사박물관이 인천시립박물관의 분관으로서 체계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검단지역의 선사문화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까지 인천

에서 출토된유물 대부분이 외지에 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검단선사박물관이 가지는 의미는 깊다.

6월 검단선사박물관에서는 <인천의 선사문화展>라는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개관 이후 첫 특별전으로 인천의 선사시대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 특별전은 제1회 전시라는 시간적 의미 이상으로 ‘인천 선사시 대로의 통로’를 목표로 하는 검단선사박물관이 본격적으로 그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라고 생각한다. 요즘 선사박물관 식구들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아이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고들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박물관이지만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시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