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시마아트프로젝트(犬島アートプロジェクト)는 예술을 지역재개발프로그램에 도입한 우수사례다. 건축과 예술, 환경과 역사 등을 조합하여 새로운 문화 형태를 지향하는 이누시마아트프로젝트는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Benesse Art Site 直島)로 이미 국제적 명성을 얻은 베네세주식회사와 나오시마후쿠타케미술관재단(直島福武美術館財團)
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이누시마는 후쿠야마시(福山市)의 이누시마 제도(諸島)에 속한 섬으로 혼슈우(本州), 시코쿠(四國), 큐우슈우(九州)로 둘러싸인 세토내해(瀬戸内海) 동쪽에 위치한다. 이누시마 제도는 혼슈우에서 약 2.5㎞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이누시마와 4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도중 가장 큰 섬인 이누시마는 면적이 0.6㎢로 현재 약 55명이 살고 있으며, 도민 평균연령이 75세로 마을 공동(空洞)화와 주민 고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누시마미카게(犬島みかげ)라고 하는 질 좋은 화강암 산지로, 이누시마미카게는 에도성(江戸城), 오오사카성(大阪城) 등의 돌담에 이용되었다.

1909년경 이누시마에는 동(銅)제련시설이 들어섰다. 당시 원료의 해상운송이 편리하고, 제련할 때 발생하는 연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토내해에는 많은 동제련소가 세워졌는데, 이누시마도 이런 제련소를 발판으로 발전한 섬들 중 하나였다. 대규모 동 생산을 발판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과 음식점, 오락시설이 생겨나면서 섬은 활기를 띠는 듯 했다. 그러나 동의 국제가격 폭락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이누시마의 제련공장은 10년만인 1919년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섬을 떠났고 공장들은 방치되고 서서히 녹슬어 붕괴되었다. 그 후 폐공장의 흔적과 거대한 굴뚝이 부국강병과 중공업
화를 쫓던 시절의 흔적으로 남아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이누시마에서는 관광을 축으로 섬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 정비된 해수욕장, 캠핑장은 물론, ‘폐허 붐’1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또한 2002년부터는 이누시마아트페스티벌, 2004년부터는 매년
젊은 예술가그룹의 아트이벤트 <이누시마 시간(犬島時間)>의 무대로 활용되어 예술을 통해 산업 잔존물을 활용하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2007년 나오시마후쿠타케미술관재단이 ‘이누시마아트프로젝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제1기 시설 제련소를 건설하면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착공 10년 전부터 이누시마의 역사와 풍토에 주목하여 아트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하니,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계획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누시마아트프로젝트는섬의 경관은 일본 근대화의 유산으로 보전한 채 섬전체를 현대미술관으로 재개발하려는 프로젝트다.2008년 4월 공개된 제련소는 예술가 야나기 유키노리(柳幸典)와 건축가 산부이치 히로시(三分一博志)가 참가해 건축과 설치미술을 일체화한 프로젝트였다. 1959년 후쿠오카현(福岡県) 출신인 야나기는 1993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아페르토(aperto)부문신인작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개미가 모래로 만들어진 만국기 속을 이동하는 장치로 물의를 빚었던 설치작품 <더 월드 플래그 앤트 팜The World Flag Ant Farm>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국가, 사회제도, 경제시스템 등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추궁해 왔다. 반면, 건축을 담당한 산부이치는1968년생으로 아직 젊다고 할 만한 건축가다. 환경과의 공생을 지향하는 작품으로 주목 받아 이누시마프로젝트에 발탁된 그는 폐공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주위 환경과의 조화를 중심 테마로 삼았다. 기존의 거대한 제련소 굴뚝을 건물의 환기시설로 활용하고 카라미벽돌(カラミ煉瓦) 동을 제련할 때 발생하는 비금속성 찌꺼기인 카라미를 이용해 만든 벽돌이나 이누시마 화강암 등 이누시마를 상징할 만한재료를 이용함으로써 역사ㄹ와 환경을 정교하게 어울렀다. 물론 이누시마의 환경에 어울리는 식물을 재배하고 그 힘을 빌려 선진적인 수질정화시스템을구축한 것은 후쿠야마대학 환경공학학부의 전면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부이치의 설계로 완성된 제련소에는 <히어로 건전지(ヒーロー乾電池)>라고 하는 야나기의 작품이 있다. 이누시마의 역사 유산과 그것이 상징로 보여주는 설치작품이다. 야나기는 일본 근대화의 모순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에 충격을 던졌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의 도쿄(東京) 시부야(渋谷) 집 폐건축재료를 작품에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의 일본, 일본인에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이런 대규모의 실험적이면서도 선진적인 프로젝트가 도쿄나 요코하마(横浜), 오오사카(大阪)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누시마라는 매우 한정적이고 특수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후쿠타케 소오이치로오(福武総一朗) 회장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베네세주식회사는 1955년 오카야마시(岡山市)에서 후쿠타케서점으로 시작했다. 현재 베네세 회장 겸 나오시마후쿠타케미술관재단 이사장 후쿠타케 소오이치로오의 아버지 후쿠타케 테쓰히코(福武哲彦)가 그 창업자다. 베네세는 교재 제작부터 시작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강좌 ‘신켄세미나(進研ゼミナ)’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1995년 베네세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고부터는 그이름대로 ‘잘 살기’ 이탈리아어로 ‘bene’는 ‘잘’, ‘esse’는 ‘살다’를 의미한다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육, 어학, 복지 등과 관련한 사업을 폭넓게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본사가 오카야마시에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 베네세는 처음 창업한 오카야마에 굳건히 뿌리 내린 채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아왔다. 후쿠타케교육
문화진흥재단(福武敎育文化振興財団)은 교육, 문화 진흥을 위해서도 많은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활동은 세토내해 지역이 세상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많은 공헌을 했다.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는 베네세와 나오시마후쿠타케미술관재단이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예술 활동의 총칭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오 타다오(安藤忠雄)가 디자인한 치츄우미술관(地中美術館)에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월터 드 마리
아(Walter De Maria)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의 영구설치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베네세하우스(ベネッセハウス)는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일종의 미술관이며, 집프로젝트(家プロジェクト)는 섬 내 여러 장소에 저명한 예술가를 초대해 독특한 공간작품 제작을 의뢰하는 활동이다. 나오시마는 이 모든것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독특한 예술문화 발신
지로 성장했다.

베네세와 나오시마후쿠타케미술관재단은 세토내해의 다른 섬에도 새로운 미술관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2010년 세토국제예술제(가칭)라는 페스티벌 개최도 계획 중이다. 그들의 이런 활동들을 지켜보자면 이누시마프로젝트를 단순한 섬 관광개발이라든가 돈과 사람을 불러들이기 위한 투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나하나의 프로젝트가 세토내해 전체에 문화 너울을 만들고자 하는 커다란 디자인의 일부인 것이다. 이미 주변의 오오하라미술관(大原美術館) 오카야마현 쿠라시키시 소재, 이사무·노구치정원미술관(イサム•ノグチ庭園美術館) 카가와현 타카마쓰시 소재, 마루가메시 이노쿠마 겐이치로오 현대미술관(丸亀市猪熊弦一郞現代美術館)카가와현 마루가메시 소재 등과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예술을 축으로 세토내해문화권을 형성하려고 하는 거대한 계획도 드러나고 있다.

더욱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행정이 주도권을 갖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달리 항상 경영의 시각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오시마의 사례가 보여주듯 미술관 하나를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건축 그 자체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을 배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과 같은 인프라를 정비함으로써 방문객들이 머무르고 또다시 찾아오게끔 하는 것이다. 이누시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예술작품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설을 완성하는 것만으로 나지도 않는다.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 감으로써 끊임없이 관람객이 찾아오게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
다. 이처럼 기업이 지원하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들은 버블경제 붕괴 후 예산삭감으로 어려움에 빠진 공립미술관의 사례와 대비된다. 이는 누차 ‘상자 속 행정’이라 야유받던 일본 문화정책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가 될 수도 있다.

이누시마아트프로젝트는 경제적으로 뒤떨어졌다는 지역적 특수성,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과 비전을 가진 행동력 있는 경영자의 존재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2010년 여름, 드디어 제2기프로젝트가 공개된다.

번역_金珠娫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