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_ 2009년 8월 17일 오후 6시~8시
장소_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참석_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양연식(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이버문학광장 프로그램 디렉터)
이왕구(<한국일보> 문학담당 기자)
사회_ 강경석(문학평론가, 인천문화재단 홍보출판팀장)

강경석(사회)

참석해주신 세 분께 우선 감사드린다. 이 좌담에는 현재 창간되고 있는 문학웹진이나 소설연재를 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관계자가 한 분도 없다. 대신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전문포털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문학광장(이하 ‘문장’)의 프로그램디렉터와 출판트렌드 분석 전문가, 그리고 문학현장의 변화기류에 누구보다 민감할 문학담당 기자 한 분씩을 각각 모셨다.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한 움직임들을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논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객관적이고
현장감 있는 의견개진을 바라면서 논의를 시작하겠다. 최근 인터넷연재 또는 문학웹진의 형태를 정리해 둔 신문기사를 보니 그 수가 상당하더라. 이 흐름이 우리 문학계에 어떤 의제를 던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

한기호

인터넷의 등장으로 과거 ‘선여과 후출판’이었던 대세가 현재는 선출판(인터넷 연재) 후여과(독자의 반응)로 변했다는 점이 큰 변화다. 출판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작품의 출판을 꺼려온 바람에 작가들의 소통창구가 인터넷이 된 거다. 결국시장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아동문학을 진정한 문학으로 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장르가 되었지 않나? 현재 대세로 보이는 인터넷 매체 기반의 작품들도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거쳐 발전할 것인지 쇠락할 것인지 두고 보아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있을 경우 텍스트, 즉 글쓰기의 변화가 따라야 한다. 종이와 펜에서 스크린과 마우스로 옮겨 가면서 스크린에 적합한 호흡과 속도감이 중요해졌다. 네이버에 연재된 황석영의 『바리데기』나 박범신의 『촐라체』의 경우 그들이 쓰던 이전의 스타일과는 다르다. 변화에 적응한 것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한다면 작가들의 글쓰기가 변해야하는 시대가 왔다.

강경석

굉장히 본질적인 접근이다. 창작현장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느끼나.

이왕구

작가들에게 물어보았다. 지면 연재와 인터넷 연재에 큰 차이가 없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세밀한 변화를 인지하고 회당의 완결성이나 감각적인문장을 연구하는 등 노력을 보이는 작가들도 있었다. 소설가 공지영은 자신의 연재『도가니』를 마치고 마감이 힘들긴 했지만, 공간에 제한이 없고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연재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초창기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문학적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매체변화에도 적응한 성공사례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한기호

새로운 공간에서의 교류 속에서 새로운 관계나 새로운 모럴이 생기고, 문학이 이러한 바탕에서 이루어진다면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학웹진 붐, 글쓰기의 변화 일으킬 것인가

강경석

이왕구 기자의 발언 중에도 나왔지만 지면이나 인터넷이나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아직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글쓰기 자체의 변화까지를 동반하려면 기성작가보다 인터넷 매체환경에 훨씬 더 깊숙이 적응한 세대로부터 신인작가들이 발굴되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정도의 비전까지 보이는 건 아닌 듯하다. 문장이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창작활동 고취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양연식 디렉터는 어떻게 보는가.

웹진의 성패는 공간을 즐기고 활용할 줄 아는 작가들의 몫이다.

양연식

문장의 경우, 수년 전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진 인터넷 창작품들을 추스르자는 문제의식에서 2005년 6월 사이트 개통 때부터 온라인공모전을 시작했다. 이는창작은 하고 있으나 평가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작가지망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은 정확히 그 반대이다. 창작하는 이들로 하여금 기성 작가들과 동급의 조건으로 창작물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한 예로, 최근 만들어진 것 중에 알라딘창작블로그(story.aladdin.co.kr)가 있다. 단순히 기성작가의 연재작품에 댓글을 다는 정도가 아니라 동급의 창작활동을 끌어내는 블로그로, 벌써 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발표공간을 인터넷으로 확장하면서 작가와 동급의 경계를 허물어 보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그 데 이것이 제도차원의 신인발굴로 이어지자면 아마 심사문제가 장애일 것이다.
한편 인터넷을 통한 소설 연재는 무협, 판타지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일이다. 그런데 숫자는 폭발적인데 그 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아마추어 작가들을 문장사이트로 유도해 글을 쓰도록 하고 심사, 평가 그리고 시상을 하는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사실 심사하기 수월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장편 연재의 경우, 완결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이 까다롭다. 알라딘도 그래서 아직 구체적인 시스템을 확정짓지 못한 게 아닐까.

이왕구 

아직 일반화하긴 이르지만 그렇게 문이 열려 있다고 해서 그들에게 기존의 문학적 잣대를 엄정하게 들이대고 있지는 않다.

양연식

웹진의 성패는 공간을 즐기고 활용할 줄 아는 작가들의 몫이다. 적응에 성공한 사람들의 활동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의 문학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훌륭한가, 저급한가를 현재의 기준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이왕구

강경석 

적응한 작가가 살아남는다고 했는데, 인터넷 공간이라는 것이 1대 다수의 소통인 듯하지만, 사실 그 ‘다수’가 균질적인 커뮤니티라기보다는 개별적인 1대 1대화의 성격이 강하다. 그것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이왕구 

사실 수많은 연재가 있었지만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한 작가는 손에 꼽는다. 그들에게 물으면 댓글이 작품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댓글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한다. 영향을 끼칠까봐 안 보는 작가들도 있고. 참고로 현재 인터넷 연재의
대부분은 장편이다. 대중과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기호 

일본의 『덴샤오토코(電車男)』(新潮社, 2004)는 독자들과 함께 작품을 만든사례다. 독자들의 댓글을 실제 작품에 반영한 것이다. 일본의 젊은 편집자들은 이러한 형태가 문학의 새로운 형태라 언급하기도 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그것도문학이냐며 반가워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왕구 

현재 연재 중인 작품의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댓글의 대부분이 사담, 격려,응원에 머무를 뿐, 작품의 구조를 얘기하는 데까지 이르진 않았다. 나중에 판이 만들어지면 작품의 방향을 설정하거나 제시하는 댓글도 등장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더라.

강경석

특이한 점은 뉴스포털에 붙는 논평이나 댓글이 혹독한 데 비해 문학작품에는 이른바 악플 성향의 댓글이 별로 달리지 않는다. 왜일까?

이왕구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아니면 읽고 댓글을 남기기까지는 좀 어렵다.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관심보다 특정 작가를 선호하는 팬들의 관심이 뚜렷하다.

양연식

문장은 공적인 사이트고, 딱히 노선이 없기 때문에 악플이 많지 않다. 사실방문자도 그리 많지 않다.

한기호

하지만 악플이 달린다 하더라도 자체 정화의 기능이 있다고 본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나 작품이 개인 브랜드를 구축되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지금처럼 거대한 매체를 통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주체가 되는 시스템이 구축
되지 않을까. 1인 출판처럼. 우리 작가들도 동향을 살펴보고 다양한 주제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양연식 

당대의 대중과 무궁한 이야기를 가지고 교감할 수 있다는 말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그런 시도를 하는 분들이 이른바 문단에서는 홀대받고 있지 않나? 이를테면 지식정보소설 같은 것일 텐데 아직은 문학독자나 출판사, 평론가 등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문학적 잣대의 변화 동반해야

한기호

도전이 필요하다. 이우혁도 『퇴마록』이 뜨면서 그 장르를 개척하다시피 했듯 소재의 확대는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사실에 기초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르가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괴짜경제학』도 경제서였지만 스토리텔링 덕분에 성공했다. 텍스트가 변화하든,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글쓰기가 이루어지든 잘된 작품은 살아남는다.

인터넷 세대를 위해 현재 콘텐츠들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강경석

문학웹진, 인터넷 기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기존 문인들의 활동공간은 대체로 문예지, 부분적으로 신문이었다. 이들이 현재는 새로운 매체에 조금씩이나마 발을 담그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헌데 종이든 인터넷이든 운
영구조에는 차이가 없어 보인다. 창작블로그야 자유롭게 오가는 곳이므로 차치하고, 기존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지의 구조를 그대로 웹진에 옮겨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웹진의 앞날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양연식 

문제는 웹사이트가 문학잡지로 기능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 기능이 잘 된다면 문예잡지에서 웹사이트로 옮겨가면서 문예지는 축소하고 웹사이트가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전제조건은 포털사이트 등 메이저급의 매체가 홍보해주
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지원 없이 문학웹진, 문학웹사이트는 움츠러들 것이다.

한기호 

관심이 있는 이들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문학을 주시하고 있는 알파블로거들이 모여 팀블로그를 이루고 그 규모가 커지면 그들끼리의 공간이 생기는데 그게 바로 웹진의 기능과 같다. 개인적으로 현재는 그리로 이동하고 있는
과도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우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강경석

지금 등장한 문학웹진들은 어떤가. 출판사들이 수익 창출하는 데 기반이 될수 있을까.

한기호 

아직 어렵다고 본다.
이왕구 작가들의 입장에선 반길 만한 현상이다. 홍보의 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원고료도 받으니 작가로서 나쁠 것은 없다.

양연식 

현재 웹진의 기능은 보조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출판사로서는 홍보의 기능, 포털사이트로서는 자기 사이트의 유익함을 알리는 정도에 아직 머무는 것 같다.

강경석

최근 새로운 문학웹진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이 나오고 있기에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이 자리를 가졌다. 한국문학이 번역문학에 밀리고 있지 않나, 하고 우려하던 차에 포털사이트에서 소설들이 연재되기 시작
했고 히트를 치면서 다른 메이저급 사이트들이 뛰어들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흐름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어 보이고 긍정적인 부분이 보이기에 잘 되고 있지 않나 한다. 허나 기왕에 만들어진 바에야 좀 더 잘 자리를 잡았으면,장애들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해 달라.

양연식

웹사이트 자체의 형식이 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구조일 때 살아남을 수있을 것 같다.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나 태도, 독자와의 만남, 이러한 시도들과 높은 기술력을 활용하여 잘 꾸려갔으면 한다. 수준 높은 문학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웹진이라면 그 점을 좀 더 활용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덧붙여 잘 알려진 작가뿐 아니라 다양한 작가를 소개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한다면 대중들에게 문학을 친숙하게 닿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경석

소통 공간을 확장하여 문학관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기호

인터넷 세대를 위해 현재 콘텐츠들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다음 단계로 이르기까지 시행착오와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지금이 과도기라는 것도 분명하다. 현재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왕구 

인터넷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문학이나 웹진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기존의 활자 텍스트로는 곧 한계에 닿을 것이고 그것을 깨야할 때가 오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새로운 기반에 맞는 텍스트를 써야 한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강경석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보이는 작가 즉,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야 이 시스템에 알맞은 역할모델이 무엇인가를 설정할 수 있다는 데에 세 분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관건은 새로운 시스템이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과 접
점을 찾는 것이다. 좋은 말씀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