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도쿄(東京)의 모리미술관(森美術館)에서는 <아이 웨이웨이展-무엇에 의해?(アイ․ウェイウェイ展-何に因って)>가 열린다. 아이 웨이웨이(艾未未)? 그렇다. 그는 1957년에 태어난 중국인이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중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 중 하나다. 해외 사정을 꿰뚫고 있는 예술 마니아 혹은 건축에 식견이 높은 자가 아니고선, 많은 일본인이 그의 이름조차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전시장은 인파로 붐볐다.

모리미술관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작품이 보이는 구조는 아니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전시장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서부터 무엇인지 모를 그리움이 가득 차있다. 바로 ‘차(茶)’다. 우리 아시아인에게는 몇 개의 공통의식이나 비슷한 문화가 있다. 그 중 차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아이의 작품은 놀랍다. 왜냐하면 찻잎이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깨 정도 높이의 거대한 덩어리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 이름도 <1톤의 차(1トンのお茶)>로, 묘하게 미소를 자아낸다. 게다가 차란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하얀 공간에 툭 툭 놓여 있는 거대한 입체 작품은 압도적이다. <진주 한가득(一杯の真珠)>은 직경 1m나 되는 볼에 진주다. 분명 진주는 예뻐서 가지고 싶은 보석 중 하나다. 하지만 이렇게 가득 있으면 ‘저게 정말 갖고 싶을까’하는 자문이 든다. 커다란 다기에 가득 담긴 밥같아 아름다움이나 욕심과는 다른 감정이 생긴다.

아이의 작품은 보는 시선(외견)과 작품에 담긴 생각(내면)의 간극으로 사고의 폭을 흔들어 놓는다. 또 다른 방에는 천정에 <뱀의 천정(蛇の天井)>이라는 작품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 또한 아시아의 공통된 문화 중 하나일 것이다. 어딘가의 마쓰리(祭り)일본의 축제에서 본 용처럼 힘차게 굽이치고 있다. 경사스러운 일이라도 있나 싶지만, 자세히 보면 베로 된 학생용 가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작년 쓰촨(四川)대지진 당시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게 바치는 작품으로, 가방을 연결해 뱀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코카콜라 단지(コカコーラの壺)>도 신선한 작품이었다. 한나라 시대의 항아리 단지에 누구나 알고 있는 코카콜라 로고가 그려져 있다. 항아리 단지에 로고를 손으로 써 넣은 것이지만 분명히 어딘가 이상하다. 무엇이든 복제한다는 중국인이라서 이런 아이러니컬한 작품도 만드는 것이리라. 한(漢, BC202~AD220)나라 시대에 코카콜라가 있었다면 이런 항아리 단지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다른항아리 단지에 그려진 그림도 마찬가지로 로고만 손글씨다. 한나라 시대 사람들은 어쩌면 정말 코카콜라를 그런 단지에 마셨을지도 모른다.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이런 엉뚱한 망상까지 불러일으키는 애교도 아이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면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린다. 바로 현대미술의 즐거움이다. 특히 아이의 작품은 얼핏 소재나 크기에서 ‘그럴거야’라고 단정 짓고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쩌면’, ‘혹시’하는 여러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 동행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포에버(フォーエバー)>는 자전거 부품을 잘 연결해서 원 모양을 만들어 냈다. ‘잘도 연결했네’하고 감탄해 버렸다. 이 작품은 후반부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사이 아이의 작품을 보면서 ‘어쩌면’, ‘만약’을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어쩌면 자전거는 중국인을 상징하는 탈거리이지 않을까, 만약 이자전거 바퀴가 일제히 움직인다면? 정말 탈 수 있을까? 나의 상상조차 ‘포에버’가 되어버렸다. 문득 쳐다보는데, 자전거에 ‘forever’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텔레비전 오락프로를 보면서 웃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 웨이웨이 작품의 즐거움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다. 마음과 머리를 동원해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재미있네, 어째서? 대단하군, 아름다워’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예술의 즐거움 아닐까. 만약 기회가 있다면 꼭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을 보길 바란다. 아시아 사람들만의 친근감도 느끼고 자신의 고정관념도 던져버릴 수 있으니까.

이미지 제공_ 도쿄 모리미술관

번역_高廷弦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