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현재의 사랑이 순애보라고 생각한다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대부분 그러한 경우의 애정이란 날카롭기 마련인데, 지난 호에 실린 최종규의 글이 그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헌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정작 헌책에 대한 고찰보다는 그와 관련한 행사들의 단순 비교에만 몰두하는 태도를 보며, 문득 <플랫폼>이 버려진 헌책처럼 느껴진 것은 우연이었을까.
행사의 준비가 미비했다면 그에 따른 개선 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그러한 요구의 당위성과 그 기저의 출발점이다. <헌책축제>에 관한 글의 문제가 단순히 비판적 태도에 있다기보다는 대상에 대한 독점적 애정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왜 <보수동 헌책방골목 잔치>는 모두가 흐뭇하고 즐거운 데 반해, 대학로 <헌책축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만 가득한가? <헌책축제>에 관한 글은 날카롭고 또 진지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러한 출발점 자체를 상정해두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헌책에 대한 필자의 인식이 사랑 아니, 독점적 애정의 형태를 띠면서 결국은 구애의 행위로부터 대상을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어긋한 사랑의 형태라고도 불리는데, 물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편으로는 필자만큼 헌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헌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헌책에 대한 스스로의 사랑도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랑은 대상을 지키려는 마땅한 신념이지만, 날카로운 애정의 칼은 항상 스스로를 향해 있다. 헌책에 대한 필자 최종규의 애정이 스스로 를 넘어, 사람들의 다친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