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16호에서는 영어권 한국계 소설가들의 작품을 다루었다. 영어권 한국계 소설의 계보를 열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비평을 싣는 것이 특히 좋았다. 얼핏 보면 <플랫폼>의 비평공간과 다른 점이 뭔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영어권 한국계 소설가들의 작품 비평을 한데 모아 그것에 대한 판단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은 독자가 잡지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특집이 여느 잡지와 달랐던 것은 한국에도 번역이 되지 않은 작품들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번역이 되지 않고는 그 작품의 존재도 모를 수 있었는데, 특집을 통해 영어권 한국계 소설가들의 작품에 흥미가 생겼다. 필자층이 다양하다는 것도 이번 특집의 특징이다. 교수, 저널리스트, 재미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른 분야, 홍콩, 미국, 한국 등 다른 국적의 필자가 참여해 <플랫폼>이 열린 잡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집 중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엔젤 린의 「세상으로 나가 그 일부가 되라」이다. 엔젤 린의 글 솜씨도 있겠지만, 그가 다룬 제니스 리의 『피아노 티처』가 흥미를 끌었다. 제니스 리의 성장환경이 의외였다. 홍콩에서 태어난 한국인이 미국 에서 작품을 냈다? 거기다 소설 배경은 1940, 1950년대라니 그야말로 디아스포라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월에 번역이 되어 나온다니 그때가 기다려진다.
김아람의 글도 재미있었다. 문나미의 『마일즈 프롬 노웨어』에 관한 서평인데, 개인적인 고민과 소설의 내용을 잘 접목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부터 온갖 고생을 한 여주인공의 성장소설이라는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김아람이 말한 것처럼 디아스포라로서의 고민이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아버지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러한 고민 등이 환기된다는 점은 사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도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