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 도쿄 시부야(?谷)의 고급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한 탤런트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폐렴으로 사망한 지 1주일이 지난 후였다. 그녀의 이름은 이이지마 아이(飯島愛).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고등학교 중퇴 후 성인용 비디오 배우로 인기를 얻은 것이 계기가 되어,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개성 있는 화술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모든 일이 잘 되어가는 것 같았는데, 2008년 3월 어느 날, 그녀는 “목표나 꿈을 갖지 않고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사망은 그로부터 9개월 후의 일이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 오오하라 레이코(大原麗子) 역시 2009년 8월 사망한 지 4일만에 자택에서 발견되었다.

이러한 소식이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고독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통계청에 의하면 1968년 평균 3.76명이던 한 세대 구성원 수가 2009년에는 2.4명, 특히 도쿄는 2.01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고 한다. 반면 독거세대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유품정리인’라는 직업은 이러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유품정리’를 검색하면 많은 업체들이 나온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의 저자 요시다 타이치(吉田太一)가 유품정리전문회사 키퍼스(Keerpers)를 시작했던 7년 전, 일본에서는 이런 직종을 찾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장의사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직종이 아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고독사자 유품을 정리해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약 1/3 정도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리고 그중 1/10은 집 전화는 물론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완전히 ‘도시의 외딴섬’인 것이다.” 또 “고독사한 독거노인의 연령이 70세 이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독거노인이 고독사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부 지방을 제외하면, 에어컨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은 전화도 없이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살려는 의욕조차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병이라 할지라도 열악한 환경이 죽음을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를 받던 고령자가 에어컨을 몰수당하고 탈수증상으로 입원하는 사건이 계기가 되어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문제가 된 것이 1994년의 일인데, 이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상태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내가 지금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독거노인의 고독사 문제다. 얼마 전 신문에서 ‘노인 고립사 제로’를 목표로 하는 법률이 시행되었다는 기사를 읽긴 했지만, 고독사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이 절대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이 그런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필자로서는 기대이상의 기쁨이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민간에서 ‘노인 고립사 제로’를 목표로 하는 지역커뮤니티 만들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등 커뮤니티 환경꾸리기가 주된 사업이다. 그러나 기존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정년퇴임한 남성들이 정년 후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직장에서 직책으로 인맥을 맺어온 남성들은 명함 없이 주변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가 보다.

유품정리는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작업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고인들의 인생사에 대한 호기심은 커가는데 저자는 고인의 인생에 대해서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고인과 유족 사이에 끼어들거나 쓸데없는 탐색을 하지 않는 것이 유품정리인으로서의 예의이고 자존심인 것 같다.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사람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죽음에 대한 슬픔을 잊지 않고 남이 싫어하는 일을 묵묵히 하는 저자에게 머리가 수그러진다.

ⓒ황금부엉이│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