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시관 내부

2006년, 조선시대에 도자기 가마 질그릇 벽돌 따위를 구워내는 시설가 산재했던 김해에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탄생했다. 약간 낯선 이름의 이 미술관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미술관 중 하나이다. 먼 곳에서부터 독특한 모습으로 보이는 미술관 외벽이 인상적이다. 미술관 외벽을 감싸고 있는 것은 신상호 1947~, 도예가, 前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의 5천여 장으로 구성된 도벽(陶?)작품이다. 이것은 건물외벽의 실용적 기능과 미적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작품일 것 같다. 미술관 건물 전체를 둘러 싼 작품이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첫 번째 소장품이다.

미술관 건물 자체의 특징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다른 미술관과 달리 미술관의 설립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미술관이 종합미술관의 성격을 띠면서 자신의 색채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설립부터 일반적으로는 약간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축도자(Architectural Ceramic)도자예술와 건축의 접목라는 예술장르를 보여주고자 하는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출발한 미술관이다. 클레이아크(ClayArch)라는 친근하지 않는 이름은 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이다. 흙을 기초적인 재료로 사용하는 건축부분의 역할을 과학과 예술, 교육, 나아가 산업의 협력을 통해서 건축도자라는 분야를 확대하고 널리 인식시키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표방하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 바로 클레이아크인 것이다.

흙은 인류문명의 시초부터 인간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 제작에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흙은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매체로 사용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 발전될 중요한 질료이다. 좁게는 인간의 쉼터인 집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꾀하면서 발전한 도구이자 공간이고, 생활환경이다. 현대건축은 다양한 첨단재료의 개발과 아울러 시대의 문화를 이끄는 중심 장르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흙으로 만드는 예술인 도자와 흙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건축의 결합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추구하는 다양한 문화적 시도 속에 골격을 유지하는 중요한 목표가 되는 것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수용할 수 있는 전시관뿐 아니라, 작가가 일정기간 머물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연수관과 체험관도 함께 갖추고 있다. 그리고 전시도 여타의 미술관처럼 많은 것을 하지 않고, 미술관 실내외를 모두 사용하는 대규모 기획전시를 일 년에 단 2회만 연다. 그동안 <세계건축도자展>(2006.3.24~10.3)을 비롯해서 <꿈꾸는 화장실>(2006.10.24~2007.4.1), <아프리카Spirit of Africa>(2007.4.24~.9.26), <신상호展>(2007.10.16~2008.7.20), <건축도자 Old展> (2008.8.9~2009.8.2) 등의 기획전시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만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많은 관람객과 도예가와 건축가, 여러 미술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도자분야와 건축분야 만으로 기획전을 연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아프리카Spirit of Africa>전시의 하나로 벌인 흙집 퍼포먼스였다. 설계도 없이 흙벽돌로 이슬람사원을 짓는 서아프리카의 숙련된 벽돌공(mason)을 직접 초청해서 1층 로비에 한 달간 퍼포먼스를 벌인 기획은 흙이 가진 놀라운 적응력을 눈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한 이벤트였다. 아마도 아주 먼 옛날에는 대부분 설계도 없이 자신이 살집은 스스로 지었으리라. 지금은 다 잊혀진 능력이지만 말이다.

김병호,<축척의무게>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건축도자 NOW & New - 예술, 디자인 그리고 도시>는 제목에 나타나있듯이 세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into Art’, ‘디자인by Design’, ‘도시on City’라고 붙여진 영어제목은 이미 이 전시가 어떤 방향을 보여주려 하는지 그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예술 부분에는 김병호, 박제덕, 양주혜, 요하네스 파이퍼(Johannes Pfeiffer), 유키노리 야마무라(Yukinori Yamamura), 이중근, 힐더 앙헬 다니엘슨(Hilde Angel Danielsen), 로버트 해리슨(Robert Harrison), 송준규, 신이철, 디자인 부분에는 김명례, 박지선, 안정윤, 윤장식, 이경주, 이윤아, 이지혜, 허정은, 홍주혜, 도미니크 & 프란세스 브롬리(Dominic & Frances Bromley) 외 몇 개의 기업, 도시부분에는 프로젝트 옆, 손유미, 안세권과 여러 기업들이 참여해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내부와 외부 전체를 하나의 기획전시장으로 만들어내었다.
전시소개의 글에서는 “<건축도자 Now & New展>은 2008년 기획전 <건축도자 Old전>에 이은 시리즈 전시이다. 전시는 근대 이후 기계화, 산업화로 대량생산된 위생도기, 애자 절연체,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체 또는 부도체, 기와, 벽돌 등 현대 건축도자의 예술적, 기능적, 환경적, 가치를 부각시키고자 주제를 ‘예술into Art’, ‘디자인by Design’, 그리고 ‘도시on City’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재료성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건축도자의 예술적 변용의 가능성을 탐구해보는 건축도자 - ‘예술 into Art’, 산업체와 디자이너 그리고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된 예술적 가치를 지닌 현대 건축도자 디자인제품 및 트랜드를 소개하는 건축도자 - ‘디자인by Design’, 그리고 기능성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도시환경과 건축에서 도자재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전망을 건축도자 - ‘도시on City’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클레이아크미술관 전시장 내부

여기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 몇 가지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세라믹 관과 테크놀러지 아트를 이용하여 청아한 소리를 내는 김병호(테크놀로지아트, 한국)의 작품을 시작으로 해서, 유럽의 유명한 성당의 돌조각을 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섬세하게 타일 벽을 만든 이중근의 작품이 눈에 띤다. 작가는 컴퓨터로 벽에 조각된 각 인물들을 모두 자신의 얼굴로 교체하여 해학 혹은 유머와 키치(kitsch)가짜 또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등을 뜻하는 미술용어등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갖가지 표정으로 바꾸어 버렸다. 처음에는 크기와 정교함에 두번째는 모두 얼굴이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여러 가지 해석을 갖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일본작가 유키노리 야마무라(일본, 도예설치)는 사찰을 증축하는 공사가 벌어지는 절에 가면 신도가 얼마간의 시주를 하고 가족과 자신의 행운을 비는 의식으로 기와에 이름을 쓰는 행위를 그대로 자신의 작업으로 전환시켰다. 커다란 기와지붕을 짓고 관객이 직접 그곳에 올라가 자신의 글을 남기는 행위를 통해서 작가와 관객 혹은 작품과 관람객과의 소통을 꾀하는 흔히 말하는 인터렉티브 작품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로비에 설치했다. 야외에는 자신의 작품을 그대로 벽돌로 재현한 송준규(도예, 미국)의 작품, 애자로 만든 기둥에 화려한 색으로 채색한 원형 도자기를 와이어로 연결하여 바람에 흔들리는 도자나무를 제작한 신이철의 작품도 눈에 들어온다.

디자인 부분에서는 이윤아(도예, 한국), 이지혜(도예, 한국), 도미니크, 프란세스 브롬리(도예 디자인, 영국)부부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윤아의 <상상 혹은 현실>이라는 제목이 붙은 조명등은 기존의 조명등 상식을 거스르는 파격으로 다가왔다. 이전에도 몇 번 보았던 작품이지만 여전히 힘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지혜의 <코스모스 가든>은 화려한 색과 갖가지 도형이 조합하여 생기발랄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도미니크, 프란세스 브롬리 부부의 조명등도 기발했다. 자신들의 조각디자인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과, 그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 부분에서는 여러 기업이 많이 참여했고 작가로는 손유미(사진, 한국)와 안세권(영상 사진, 한국)이 참여했다. 손유미의 사진작업은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화하거나 출력해서 액자에 넣는 방식을 벗어나 조금 더 사실적 혹은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사진 속의 도시풍경을 극대화하였다. 수천 개의 LED조명과 라이트 패널, 전자판 등으로 구성하여 거대한 야간도시의 화려함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의 새로운 방식 혹은 기술의 첨가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짐작하게 작품이었다.

손유미의 도시 관련 전시작품들

여기에 나온 작품은 흙이 가진 다양성을 다시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흙의 가능성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미래 도자예술 분야의 건축자재로서 되찾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따지면 건축도자란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삼국시대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흙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건축 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첨단 건축 혹은 첨단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철과 시멘트, 유리에 밀려 점차 우리의 눈에 벗어나게 된 것이 바로 흙이고 건축도자이다.
이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통해 주거환경과 도시환경, 나아가 우리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변화시키려는 역할을 스스로 담당하고 있다.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첨가하면 예술가들의 노력과 협력은 절대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와 도움도 절실할 것이다.

이미지 제공_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