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1990년대 이후 아시아의 경제와 문화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아시아 주요 도시의 모습은 예전과 같지 않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 속에서 발전한 아시아 국가와 도시는 국제적 규모의 비엔날레, 트리엔날레를 개최해 스스로 문화에 대한 해석권을 가지고, 세계의 시선을 쟁취하려 했다. 일본의 후쿠오카(福岡)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 타이완(台灣)의 타이베이(台北)비엔날레, 중국의 상하이(上海)비엔날레, 한국의 광주비엔날레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트리엔날레 전시장

이러한 조류 속에서 1999년 후쿠오카시정부는 일본의 계속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을 새로 짓고,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를 확대, 개최하였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1979년 후쿠오카시립미술관 성립 때 창립된 아시아미술전의 변형과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은 1999년 제1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를 개최한 이래 2002년엔 제2회, 2005년엔 제3회를 개최했고,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며 제4회 트리엔날레를 개최하였다.

3년에 한 번이라는 트리엔날레의 관례에 따른다면, 2008년에 제4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가 열렸어야 하지만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개관 10주년과 맞추기 위해 특별히 1년 늦게 트리엔날레를 개최하게 되었다. 제4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예전처럼 아시아현대예술의 현황을 소개하는 것 외에,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시아현대예술 10년의 발전을 회고했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과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무엇을 기념하고 회고했을까? 예전 트리엔날레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제4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는 43인(혹은 팀)으로, 그중 20인(혹은 팀)은 후쿠오카시시 초청으로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워크숍, 좌담회 등을 통한 시민과의 상호 교류가 바로 그것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 활동 기간 만들어진 작품들은 비엔날레 기간 동안 계속해서 전시행렬을 이을 것이다. 전시 규모는 그 전과 그 수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제4회와 제2회의 규모가 비교적 유사한데, 제1회와 제3회의 규모보다 약간 작다. 개관 10주년에 대한 모두의 기대에 비해 제4회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는 시정부의 재정 상태의 빈곤함과 작년 말 시작된 전 지구적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후쿠아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적극적인 모금활동으로 제4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역대 트리엔날레의 규모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표1 참조)

트리엔날레의 주제, 초청작가, 그리고 작품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의 기획 매커니즘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기획 매커니즘은 ‘전시 담론의 형성’과 ‘참여작가와 작품 선택’과 관련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익숙한 국제비엔날레 혹은 트리엔날레는 통상 한 두 명의 총괄 기획자 혹은 여러 명으로 구성된 기획팀이 전시담론 형성부터 작품 선택까지 결정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통상적으로 먼저 전시 담론을 확정한 후, 다시 담론에 의거해 작가와 작품을 선택한다.

트리엔날레 전시된 린 민홍 작품


그러나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의 기획 매커니즘은 비교적 특이하다. 그것은 아시아미술전 시대의 그것과 연속선 상에 있는 것으로, ‘합의제’라는 결정 방식을 통해 1명 혹은 공동 기획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 운영체계에는 ‘집행위원회’, ‘기획운영소위원회’, ‘미술전문가소위원회(참여작가와 작품선택 협의위원회)’, ‘교류전문소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가 포함되어 있다. 그중 ‘미술전문가소위원회’가 담당하는 일은 미술 전문 영역의 내용을 심의하고 제안하는 것 외에, 트리엔날레 주제 검토, 예술가와 작품 선택 그리고 전시의 전체적인 미술전문 영역의 지도, 협조, 후원, 비율 조정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 소위원회는 일본대표 3인, 일본 외 아시아대표 2인으로 되어 있다.(표2 참조)

그밖에 위원회는 각국현대예술계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각국/지역의 협력체제’, ‘참여작가와 작품 선택 체제’를 통과한 후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의 관원(학예과 직원이 주가 되고, 관리과 직원이 보조해 줌) 2∼3인이 한 팀이 되어 아시아 각국으로 가서 현지조사를 진행한다. 현지조사 전 자료수집은 각국의 협력기획자들이 진행하지만,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관원이 현지에 도달하면, 각국의 협력기획자들과 모여 의견을 교환한 후, 현지작가를 만나 상담한다. 현지조사를 끝내고 귀국한 후,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내부는 다시 토론을 통해 후보자 명단을 작성해 ‘참여작가와 작품선택 협의회’에 보내 참여작가와 작품을 최종으로 결정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작가와 작품이 결정된 후, 그 결과에 근거하여 전시기획에 대한 토론을 거쳐 전시 주제를 결정한다. 당연히 시간, 경비, 인력의 제한 때문에, 혹은 각국 정치, 지리, 기후, 교통, 언어 등과 관련한 조건 때문에 현지조사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한해서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측은 각국의 협력기획자에게 10명의 후보자 명단 추천을 위탁하여, 참여작가와 작품 선택 협의회에 보내 결정하도록 한다.

제4회 트리엔날레 포스터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선택된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담론에 근거해 주제를 결정한다. 때문에 전시 주제를 통해 각 작품의 주제와 주최 측의 관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역대 트리엔날레의 주제를 잠시 열거해 보겠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개관 기념전이기도 한 1999년 제1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교류 : 희망을 향한 통로’라는 주제로, 예술을 통해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고, 다른 국가와 지역민들을 연결할 수 있는 각종 가능성을 찾는 데 집중했다. 다른 문화, 사회 사람들  사이에 열릴 수 있는 교류 통로를 드러내, 서로 간의 동질감을 널리 이해하는 것이 제1회 트리엔날레 참여 작품이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2002년 제2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이야기하는 손, 관계를 이끄는 손’이라는 주제로 소재와 질감 표현에서 손의 감촉이 풍부한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은 양손이 창조하는 물건을 통해서 그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는데,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초월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새로운 어휘가 되는 것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또한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 협력해 혼자서 완성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전시 주제의 하나이도 했다.

트리엔날레 전시된 수보드 굽타 작품

2005년 제3회 트리엔날레는 ‘다중세계 : 평행하는 진실’라는 주제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전 지구화 속에서 구미가 중심인 세계관과 비서구의 세계관, 정치경제가 지지하는 주류문화와 밖으로 배재된 비주류문화는 같지 않거나 혹은 대립한다 하더라도, 확실하게 이 세계에 공존한다. 전시를 통해 참여작가 대부분은 대중문화의 통속적인 수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의식화하고, 또 타자의 입장을 의식화해, 다중의 그리고 다수의 세계가 공존할 가능성을 이해하고 또 드러냈다.

올해 2009년 제4회 트리엔날레 주제는 ‘공재생 :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공재생’은  공생과 재생의 합성어이다. 공생은 자연계 생물들이 공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뿐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 사이의 공생도 포함한다. 전 지구화와 경제 발전 때문에 소비문화는 끊임없이 확장하고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져, 사람들이 ‘자기의 생존만을 돌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는’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 단체 등이 사회, 자연, 역사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면 재생을 지속할 방법이 없다. 재생은 새로운 공생 시스템을 생산하는 것으로 창조성을 갖춘 ‘공재생’이 가능해야 한다. ‘공재생’은 외면의 참신함과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소비의 욕구를 억제하고,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와 공간, 전통문화, 타인의 경험과 지혜, 도시 시스템, 자연 생태 시스템 등에 대해서 참신한 창의력을 주도하는 것으로 ‘살게 하고/활력 있게 하고자’ 노력했을 때 공재생이 가능하게 된다.

트리엔날레 전시된 웡 호이 청 작품                                                  트리엔날레 전시된 쉬 빙 작품

역대 트리엔날레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주최 측이 전달하고가 하는 것은 ‘서로가 많이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 손을 잡고 공재생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교류를 통해서 의견을 나누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국의 참여작품이 호소하거나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차이 혹은 의견차가 아니라, 그것으로 유발된 전쟁, 이민, 빈부,  환경 등과 관련한 것들이다. 4회 연속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교류소통’과 ‘공동제작’이라는 양대 축을 기본으로 삼아 전시를 진행해왔는데 이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의 기본이념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개관 10주년에 맞추어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는 전과 같이  아시아현대미술의 발전 현황을 소개하면서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회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몇 명의 작가를 초정했다. 인도의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말레이시아의 웡 호이 청(Wong Hoy Cheong), 중국의 쉬 빙(徐?), 타이완의 린 민홍(Michael Lin Minghong) 등은 10년 전 제1회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로,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이 소장해 온 그들의 작품과 최근 작품을 나란히 전시해, 관중이 이 작가들의 변화를 볼 수 있도록 했고, 또 그 작품들이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 10년의 궤적을 상징 혹은 대표하도록 했다. 이러한 전시 방법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 하에서, 개관 10주년을 기대하는 모두에 대한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의 응답이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가 아시아현대예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듯이, 일본은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을 통해 아시아현대예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의 전시기획, 정책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적 사고에 기대지 않고, 집단 정책결정 방식을 통해서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아시아현대예술의 실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번역_ 金志玲 번역자

이미지 제공_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