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49년 중국혁명이 성공을 거둔 뒤, 무장투쟁, 당 건설, 통일전선의 경험이 성공을 거두는 열쇠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1949년부터 지금까지 지난 60년 동안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한 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계획경제체제 타파, 시장경제체제 도입, 국유제 독점체제 타파, 기본적인 사유화 실시 등을 성공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그들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중국경제를 보았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했다. 결코 서양의 이데올로기와 언어로 중국식 모델을 고찰해서는 안 된다.

중국식 모델은 분야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중국식 사회모델, 중국식 정치모델, 중국식 경제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것을 각각 사직(社稷)체제, 민본정치, 국민경제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 모델이 혼연일체가 되어 오늘날의 중국식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먼저 사회모델을 살펴보자. 나는 그것을 ‘사직체제’라고 부른다. ‘백성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가 바로 먹고 사는 문제였다. 사직은 곡식을 관장하는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사당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든 국민이든 그것으로부터 얻는 이득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일하기에 ‘백성’과 ‘군주’ 둘 모두와 관계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맹자(孟子)는 “백성이 제일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이에 대해 주희(朱熹, 1130~1200)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며 사직도 백성을 위해 세워야 한다. 군주는 백성과 사직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백성과 사직이 군주보다 귀하다.” 이것은 국가와 사회를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보는 서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이다. 사직은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신적 풍요와도 연관된 것으로 국가와 국민이 함께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중국사회가 바로 이러한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사회모델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 사회를 구분하는 형태, 사회윤리규범, 그리고 국민과 정부의 관계 등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중국의 사회모델은 지난 6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하며 어느 정도 체계를 갖췄다.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4대 핵심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이동이 잦은 핵가족이 지역사회와 기업(업무지역)을 구성하는 주체이다.  둘째, 지역사회와 기업, 행정기관이 재조합을 거쳐 하나의 전체를 이뤄 탄력적이고 개방적인 입체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셋째, 가정 내 도덕관념이 사회조직과 행정관리에도 적용된다. 넷째, 국가와 국민이 상호의존적인 ‘사직’을 형성한다. 나는 마지막에 언급한 사항이 국가와 사회가 둘로 나누어져 있던 구조를 혁파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정치모델이다. 나는 그것을 민본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모델의 바탕에는 사회모델이 있지만 그 사회모델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모델이다. 바로 이와 같은 중국 특색의 정치모델이 있었기에 지난 60년의 성공을 일굴 수 있었다. 중국사회구조와 사회의식에 맞는 정치문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중국의 정치모델을 살펴보고 그 결과를 종합하려고 한다.

정치모델은 몇몇 학자와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며 사회모델이라는 주춧돌 위에 건설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건축물’은 제도화된 정부권력을 생산, 구성, 행사, 수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정치모델은 보통 네 가지 기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정부와 국민 관계에 관한 정치 이념이다. 둘째, 위에서 말한 이념에 따라 공무원을 선발하고 교체하는 방식이다. 셋째, 위에서 말한 이념에 따라 정부를 조직하고 정부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넷째, 위에서 말한 이념에 따라 행정적 잘못을 바로잡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대 중국의 정치모델 역시 이와 같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현대민주주의의 민주이념을 확립했다. 둘째, 공적과 과실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공무원 선발체계를 갖추고 있다. 셋째, 선진적이고 공정하고 단합된 집권단체가 있다.(만약 선진, 공정, 단합이라는 세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결핍된다면 이 집권단체는 머지않아 무너지게 될 것이다.) 넷째, 중국 특유의 정부 분업 체제가 잘못을 바로잡는 시스템과 상호 제약을 통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경제모델이다. 나는 그것을 국민경제라고 부른다. 경제모델의 이론은 매우 간단하다. 경제교과서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토지, 노동력, 자본 등 경제의 3요소이다. 중국의 경제모델도 이러한 3요소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3요소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여기에 기업을 추가해야만 한다. 경제의 3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회모델은 토지, 노동력, 자본, 기업 등 네 가지 요소가 변화하고 차이가 나도록 기저에서 영향을 미치지만 정치모델은 그 직접적 원인이 된다. 때문에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계를 떠나 정치계로 투신하는 것이다.

경제의 4요소로 중국의 경제모델을 살펴보면 이 역시 4대 핵심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국가가 모든 토지를 통제하고 국민은 제한적으로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둘째, 금융기관, 대기업 및 대규모 사업추진 기관은 국유화한다. 셋째, (가정과 지역의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한)자유로운 노동시장이 존재한다. 넷째, (가정과 지역의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한)자유롭게 경쟁하는 상품-자본시장이 존재한다. 4대 핵심부분은 다시 ‘국가(國)’와 ‘국민(民)’ 이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은 상호의존적이므로 ‘국민’ 경제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는 중국 특색의 사회모델, 정치모델, 경제모델을 하나로 통합해 추상적으로 만들어낸 중국식 모델을 ‘곤붕(鯤鵬)모델’이라고 부른다. 곤붕모델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해볼 수 있다.

첫째, 중국식 모델은 사회, 정치, 경제 등 세 분야 모델의 12가지 핵심 부분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 세 가지 모델의 관계는 다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사직’이 ‘국민이 근본이 되는(民本)’정부를 만들어 냈고 ‘민본’정부는 ‘사직’체제를 지키면서 ‘국민’ 경제를 만든다. 좀 더 생생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모델은 머리이고 사회모델은 몸, 경제모델은 날개라고 할 수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이런 모델이 있었기에 굴기할 수 있었다.

곤붕모델은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이름이다. 곤(鯤)은 커다란 물고기인데 거대한 새로 변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이 새가 바로 붕(鵬)이다. 「소요유(逍遙遊)」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붕새의 등은 태산(泰山)같고,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다.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 하면 물길이 삼천리나 솟구친다. 양뿔과 같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구만 리 위로 날아올라 구름 위로 솟구쳐 푸른 하늘을 등진다.(背若太山, 翼若垂天之雲, 水擊三千里, ?扶搖羊角而上者九萬里, 絶雲氣, 負靑天)” ‘부요(扶搖)’와 ‘양각(羊角)’은 두 종류의 회오리바람을 일컫는 말로 이 두 단어는 구소련식 모델과 구미식 모델의 힘을 연상시킨다. 중국식 모델은 곤붕처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60년 중에서 처음 30년 동안 비바람을 이겨내며 ‘삼천리나 되는 물결’을 일으키고 그 뒤 30년 동안 구소련식 모델과 구미식 모델이라는 두 ‘회오리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덕분에 찬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중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대가를 치르고 중국식 모델을 만들었으며 후발주자이면서도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중국식 발전모델은 구미식 모델과 구소련식 모델이 만들어지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보다 훨씬 적은 대가를 치르고 형성되었다. 또한 일본모델보다도 적은 대가를 치렀다. 중국은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침략을 하지도 않았고 무력으로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지도 않았으며 인종탄압과 종족말살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또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국부적인 충돌과도 무관하다.

셋째, 중국식 모델은 뚜렷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법치가 아직 완비되지 않았고 집권단체가 언젠가는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선진적이고 통일된 집권단체는 중화인민공화국 정치체제의 핵심이고 정치체제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모두 집권단체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 집권단체가 중국식 모델의 가장 큰 약점이다. 집권단체가 선진적이고 공정하고 단합되어 있을 때는 어느 누구도 중화민족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집권단체가 이념을 상실, 분열하고 공무원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행정네트워크는 사회네트워크로부터 분리되게 된다. 이로 인해 중화인민공화국은 지도자를 잃고 국가와 국민이 모두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은 60년의 발전을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선 상에 서있다. 중국공산당이 완벽한 법치를 실현하고 부패를 척결하며 타이완과 같은 선거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중국식 모델은 더욱 공고해 질 것이고 지속적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학술대회 ‘중화인민공화국 60년과 중국모델’ 발표문의 일부로, 「共和國六十年與中國模式-需要總結中國模式了」, <讀書>(中國出版集團 : 中國, 2009. 9.)를 필자와 출판사 측의 동의를 얻어 번역, 편집한 것으로 철저히 중국 측의 관점에 입각해 있어 다른 글들과 흥미로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번역_ 鄭珠恩 동시통역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