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타이완해협을 사이에 두고 건국기념일 축하행사가 이어졌다. 10월 1일에는 중국 대륙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10월 10일에는 타이완에서 중화민국 건국을 축하했다. 베이징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비롯한 일련의 축하행사가 벌어졌다. 반면, 타이베이는 8월 태풍 재해로 희생된 수백 명의 죽음을 애도하며 축하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자숙 분위기였던 타이베이의 쌍십절(雙十節)중화민국의 건국기념일에 반해 베이징의 대규모 축하행사는 중국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축하객으로 북적거렸다. 그중에는 타이완 관계자의 모습도 보였다. 이 10월의 대비는 현재 중국과 타이완, 양안(兩岸)의 국력관계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상공에서 본 중화인민공화국 건국60년 기념행사

양안의 인적 왕래도 확대되어, 연간 총 500만 명에 가까운 타이완 주민이 중국 대륙을 왕래하고 약 100만 명이 거주 또는 체재하고 있다.(2007년 통계) 100만이라고는 하지만, 양안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공적 상설기구도 없는 상황에서 타이완 총 인구 2300만 명의 약 4%가 자신의 의지로 ‘적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간 휴전협정이 맺어져 공적 상설기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한반도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마 잉쥬 정권이 발족한 지 이제 1년 반, 과거 10여 년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두 나라의 교류는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마 잉쥬 정권 발족 직후 약 10여 년 동안 중단되었던 양안민간교류기구협의회는 즉시 회복되었다. 1949년 분열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 회장인 천 윈린(陳雲林)이 대륙 측 최고위급 대표로 2008년 11월 타이완을 방문했다. 대륙 주민의 타이완관광 금지도 해제되어, 각지의 명승지마다 왕성한 소비력을 갖춘 대륙의 여행객들로 시끌벅적해졌다. 예전에는 구정 같은 날에만  운행되었던 양안직행 전세기도 이제는 매주 100~200편이 양국의 대도시를 왕래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현안으로 남아있던 ‘양안삼통’ 중국과 타이완 간 우편(通信), 물자(通商), 인원(通船) 이동이 자유로운 것이 해결되었다. 최근에는 대륙자본의 타이완 투자와 대륙기업의 타이완 부동산 취득 금지를 해결하기 위한 조정 중에 있으며, 타이완 측이 요구하는 양안경제협력구조협의(ECFA)도 양안민간정상회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대국화에 주목하고 있는 타이완 주민
마 잉쥬 정권 발족 이후의 이러한 현상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양안의 민간부문에서 오랫동안 만들어낸 것들을 양안 쌍방, 특히 타이완 당국이 추인하고 합법화함으로써 산업계와 인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 잉쥬는 2008년 9월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개선 원칙을 ‘타이완을 중심으로, 인민에게 유리하게(臺灣爲主, 人民有利)’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 대륙과의 경제무역관계 개선은 전지구화의 일환’이라고 지적하면서 ‘양안관계는 이미 일정한  단계까지 발전했으며, 관련 대응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기 어렵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또한 마 잉쥬는 ‘양안 간의 적대 상황을 종결하여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타이완 독립파는 마 잉쥬 정권의 대(對)대륙 융화 자세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총통선거에서 천 수이볜이 ‘삼통해금(三通解禁)’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활동 기회의 확대와 안전보장 확보를 염두에 둔 양안관계 개선 및 정상화는 타이완의 대다수 주민들의 일관된 의지였다. 경기불황과 내정문제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마 잉쥬 정권이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8월 태풍재해에 대한 안일한 대책이 지적되면서 마 잉쥬의 지지율은 10~30%대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진당과 타이완 독립파의 사회기반은 계속 축소되었고, 양안관계의  확대로 이익을 보는 부류들이 늘기 시작했다. 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마 잉쥬 정권의 친중정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양안 교류로 인한 경제효과를 차치하고 양안관계의 개선과 안정에 공연히 반대하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타이완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되짚어 보면, 2008년 타이완의 마 잉쥬·국민당 정권의 발족을 ‘타이완 주민의 중국 대륙에 대한 달라진 평가’라 볼 수 있다. 결국 마 잉쥬·국민당에 투표한 765만 이상의 유권자는 민진당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한 것도 있겠지만 베이징을 교섭 상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마 잉쥬 정권을 통하여 중국 대륙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베이징 당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60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완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손에 넣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화민족 의식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마 잉쥬는 취임 이후 일련의 담화를 통해 양안관계를 ‘두 개의 중국’이라는,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아닌 ‘특수한 관계’, ‘대륙도 중화민국의 영토’라 말해왔다. 이는 리 덩후이가 제창한 ‘특수한 나라와 나라 관계(二國論)’나 천 수이볜이 말한 ‘양안은 각각 별개의 나라(一邊一國)’ 등과 같이 타이완 독립과 연결된 개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마  잉쥬 정권이 ‘하나의 중국, 별개의 인식 표명’이라는 이른바 ‘92년 합의(92共識)’ 입장에서 양국 관계를 정의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이에 베이징 측도 안도하고 있는 듯하다.

안도하고 있는 것은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북한 핵무기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과 타이완의 융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정권도 중국과 타이완의 융화가 해상보급로 방위에 영향을 줄 거라 염려하면서도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 평가했다. 게다가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정권을 쥔 일본 역시 중국와 타이완의 융화를 반대할 가능성은 없다.

또한 양안의 융화가 타이완 주민의 의식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마 잉쥬 정권의 브레인 중 한 명은 ‘양안 교류가 일상화 되면, 양국의 경제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타이완 주민의 중화의식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징조는 마 잉쥬의 총통 취임식에서 이미 나타났다. 마 잉쥬는 취임 연설에서 대륙 주민을 13억 동포라 칭하고, 양안 주민을 중화민족이라 불렀다. 그 시기의 권력이 지향하는 것은 그 사회의 가치를 반영한다. 리 덩후이 정권 후기부터 천 수이볜 정권이 십 수 년간 추진한 타이완 본토화나 탈중국화의 움직임은 마 잉쥬 정권 발족을 전후하여 동요하면서 차차 후퇴하려 하고 있다. 베이징 측도 중화민족이라는 완충된 아이덴티티를 타이완과의 타협점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기념식 석상에서 국가주석인 후 진타오(胡錦濤)는 ‘조국의 평화발전’이라는 말로 양안관계의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마 잉쥬 정권이 추진하는 중국과 타이완의 융화 노선에 근거하여 중국 대륙의 대국화와 함께 ‘중화민족의 기억’이 타이완에서 본격적으로 소생하려 할 경우, ‘중화민족’이 중국과 타이완의 융화를 담보하는 키워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부국강병에 기초한 화해,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인권과 민주화 과제
10월 1일 타이베이의 각 방송국들은 베이징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황 중계했다. 방송에서는 중국 대륙의 경제발전과 대국화를 반복하여 언급하면서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DBM) ‘동풍(東風)31A’ 같은 선진무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대륙이 타이완에게는 기회이면서 위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인식했다. 원래 타이완 당국 입장에서 보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년은 ‘국공내전 패배와 대륙 함락 60년’을 의미한다. 지금도 양국은 분열 상태로, 이로 인한 타이완 문제가 발생한 지 60년이 지난 것이다. ‘또 하나의 60년’을 맞이한 타이베이에서는 국부군중화민국 정부 군대의 타이완 철수와 대륙 함락 전후를 다룬 『다쟝다하이(大江大海) 1949』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인 롱 잉타이(龍應台)는 타이완해협 양안에서 높은 지명도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작가다. 대륙에서 『다쟝다하이』에 관한 사이트 접속을 제한했던 일로도 알 수 있듯이 타이완 사람들의 대륙에 대한 복잡한 시선이 대륙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베이징 측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과 타이완 관계는 개선과 융합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앞서 서술했듯이 최근 양안의 융화는 중국의 대국화에 동반하여 실현된 것으로, 인권이나 민주화에 입각한 화해는 아니다. 중국의 부국강병이 계속되는 한 양국의 교류 확대와 융화는 계속 될 듯하다. 하지만 그때그때 흐름에 따르는 것으로는 인권이나 민주화와 관련된 의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로 인해 관계가 삐걱거리게 되면 잠시 냉각기를 두고 다시 융화와 확대를 진행하려 하지 않을까. 이는 중국과 타이완 관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중국이 대국화 과정 속에서 인권문제 개선이나 민주화를 진행하고 타이완과 세계의 신뢰를 얻어 갈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지금 중국이 대면해야만 하는 최대 과제다.

번역_金珠娫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