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로서의 상하이 상징. 푸동지역

상하이 부동산 가격에 대한 상하이시 양푸취(楊浦區) 주민들의 생각은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대변하지 못하므로 양푸취에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의식조사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상하이 부동산 시장 중 일부분은 전국, 혹은 전 세계 사람들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뿐이겠는가. 상하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푸취는 상하이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 양푸취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상하이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 이것은 대부분의 상하이 사람과 외지인이 상하이의 현황과 정부 정책을 보고 갖게 된 생각이자 상하이시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국제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흠잡을 데 없다. 문제는 상하이를 국제도시로 보는 것이 이 도시가 이미 모든 면에서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또 국제화를 계획할 때 이 도시의 현존하는 모든 것(물리적 공간, 사회계층, 경제적 혹은 문화적 발전 정도를 포함)을 하나의 통합체로 보고 추진하느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상하이가 추진하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은 버려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양푸취의 상황을 적용해보자. 상하이는 국제화를 추진할 때 양푸취와 같은 지역을 청사진에 포함시켜야 하는가? 양푸취가 상하이를 대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상하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국제도시로서 상하이의 이미지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과 현실적 요구가 있었는지 고찰해야 한다.

상하이 양푸취

먼저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상하이의 이미지는 18세기 문호를 개방한 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발전해온 상하이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하이를 떠올리는 방식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 양자가 합쳐져야 온전한 상하이의 모습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상하이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바로 ‘상하이 드림’을 꿈꾸는 것을 의미한다. 니 원젠(倪文尖)은 1990년대 이후의 장 아이링(張愛玲, 1920~1995) 열풍과 ‘상하이 드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1990년대의 ‘상하이 드림’과 국가정책이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데, 19세기 중엽 상하이 사람들은 이미 상하이에 대해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기에 ‘상하이 드림’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 드림’ 속에서도 주목 받지 못한 곳들이 있다. 아니 외면 받았다고 해야 옳을 것 같은데, 양푸취도 그중 하나이다. 

양푸취는 상하이의 행정구역 중 하나이다. 1945년 12월, 국민당 정부는 위린취(楡林區), 양수푸취(楊樹浦區) 두 개의 행정구역을 만들었다. 1950년 양수푸취는 양푸취로 명칭을 변경했고, 1960년 위린취는 양푸취에 합병되었다. 1984년엔 우자오창(五角場)과 인항(殷行)지역까지 양푸취로 편입되었다.

현재의 스리양창                                                             옛상하이

과거의 스리양창                                                            궁런신춘

사실 양푸취는 상하이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843년 상하이가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후 1863년부터 1899년까지 황푸쟝(黃浦江) 부근은 조계지가 되었다. 그 뒤 상하이는 도로가 건설되고 공장과 주택이 들어서면서 도시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양푸취즈(楊浦區志)』에 따르면, 1949년 5월 상하이가 해방되었을 때 양푸취 지역은 상하이에서 규모가 가장 큰 후동(?東)공업지역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양푸취즈』는 후동공업지역에 위치해있던 각 업계와 산업별 생산총액에 대해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1965년의 통계자료를 통해서 대략적인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965년 후동공업지역의 생산총액은 상하이 전체의 26.52%였고, 1990년에도 14.59%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양푸취가 ‘상하이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를 실현한 최대의 공업지역’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학자들은 ‘양수푸 : 현대공업의 요람’이라는 표현을 통해 양수푸가 상하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일깨워 주었다. 1880년대 이후, 양수푸에 현대식 기계공업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하이수돗물회사지금의 양수푸물공장는 중국 최초의 근대식 수돗물 회사(영국계)로 양수푸에 세워졌다. 1913년 건설된 쟝볜(江邊) 발전소 양수푸 발전소. 상하이 공동조계 공부국(工部局) 전기처 산하의 발전소로 1929년 미국계 상하이전력공사가 됨는 상하이 최초의 현대식 발전소이다. 1934년에는 당시 상하이 전체 석탄가스 소비량의 80%를 차지한 영국계 회사 상하이석탄가스유한공사의 공장이 양수푸에 설립되었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국에서 처음 파이프를 통해 현대 문명을 받아들인 곳은 상하이다. (…) 스리양창(十里洋場) 조계의 번화한 거리명에 있는 물, 전화, 전기, 석탄가스 등의 파이프는 모두 양수푸로 통했다. 상하이에서 가장 먼저 도시계획을 추진한 곳이 바로 양수푸인 것이다.” 물론 현대산업과 상품의 출현을 현대 시민공간의 탄생과 동일시하는 단순한 도식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은 양수푸가 상하이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도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푸취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양푸취는 무명(無名)이라는 단 두 글자로 표현된다. 그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양푸취는 194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식 명칭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 수차례 이어진 행정구역의 조정은 이 지역의 산업자원과 인적자원을 수탈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많이 내어주고 정식 명칭을 부여 받아도 상하이를 대표하는 지역이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오히려 양푸취는 이방인이라도 되는 듯 철저히 외면당했다. 양푸취와 조계지 근처의 발전 지역은 각각 ‘하류 계층 거주지’와 ‘상류 계층 거주지’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상하로 나눈 것만 보더라도 두 지역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새로 마련된 도시계획에 따르면 양푸취의 우자오창이 네 개의 부도심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넓은 대지 위에 세워졌던 공런신춘(工人新村)은 이미 낡을대로 낡아 무너져가는 집들로 가득하다. 과연 그곳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노동자들과 점점 모습을 갖춰가는 번화한 부도심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하이 안에서 양푸취에 대한 평가는 쑤베이 사람(蘇北人) 창쟝(長江) 이북 쟝쑤성(江蘇省) 사람에 대한 상하이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에밀리 호니그(Emily Honig)는 『상하이의 쑤베이 사람(蘇北人在上海)，1850~1980』(1992)에서 근대 이후 상하이 인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특정 집단으로 분류되는 쑤베이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잘 소개하였다. 그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광저우(廣州) 사람들과 쟝남(江南) 사람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쑤베이 사람들은 그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회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각기 다른데 그 중에서 공업은 금융업과 상업 아래에 위치해있다. 대부분의 쑤베이 사람들은 하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공업 분야에 종사했다. 또한 같은 공업 분야여도 쑤베이 사람들의 지위와 등급은 다른 지역 출신 사람들과 달랐다. 이런 원인은 교양수준의 차이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의 교양수준이 원래부터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낮았던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며, 점진적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문학과 같은 예술작품에서 나타난 양푸취 묘사를 보면, 양푸취는 그 안에서도 상하이 변두리로 내몰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말 개항 이후 많은 작가들이 상하이를 작품의 소재로 택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상하이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적으로 상하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쟝남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사실 문학은 줄곧 ‘상하이 드림’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상하이 드림’이라는 단어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을 본떠 만든 신조어일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 드림’은 청말에 이미 첫 선을 보인 단어이다. 『셰푸차오(歇浦潮)』(1921)의 작가는 ‘바다 위에서 꿈꾸는 사람을 말하다(海上說夢人)’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그가 쓴 「바다 위의 화려한 꿈(海上繁華夢)」은 비록 ‘상하이(上海)’와 ‘꿈(夢)’ 중간에 ‘번화(繁華)’라는 두 글자를 첨가했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상하이 드림’이었다. 재미있게도 ‘번화(繁華)’라는 두 글자야말로 이후 상하이 드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되었다. 다만 일부 사람들이 상하이 드림은 생략하고 오로지 번화만 강조한 탓에 화려함 속에 감춰진 처량한 진실과 번화 이면에 존재하는 핍박과 수탈을 잊는다. 현대성은 상하이를 떠올리거나 상하이에 대한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현대성에 반하는 요소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바다 위에 핀 꽃 열전(海上花列傳)』(1892) 홍등가에 빠져 신세를 망친 남자주인공과 기녀들의 이야기은 상하이 드림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미 청말 소설가에 의해 깨졌던 상하이 드림은 끊임없이 되살아날 뿐만 아니라 상하이의 핵심 이미지가 되었고 갈수록 화려하고 고결한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책소설(譴責小說) 청말 사회개혁을 목적으로 하여 씌어진 소설과 압사소설(狎邪小說)청말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소설뿐만 아니라 원앙호접파(鴛鴦胡蝶派)191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탐정물, 무협물 등 다양한 통속물을 창작하던 그룹와 신감각파(新感覺派)1930년대 상하이모더니즘 문학의 기원인 된 그룹, 장 아이링과 쑤칭(蘇靑, 1913~1982), 좌익작가나 해방 후의 저우 얼푸(周而復, 1914~2004), 현대 작가 왕 안이(王安憶) 등 누구 하나 양푸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양푸취는 마치 상하이 안에 존재하지 않는 지역 같다. 양푸취는 상하이가 아니다. 오히려 상하이에 속하지 않는 시골보다도 더 존재감이 없다.

양푸취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감은 역으로 상하이를 대표하는 지역의 정당성 혹은 합법성을 증명해준다. 또한 사람들이 꿈꾸는 상하이의 이미지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푸취는 무명이어야 한다. 스리양창에 대한 비판이나 웅장하고 화려한 현대성에 대한 비판 등 반현대적인 부분들은 비판 대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만 비판적일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판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유도한다. 다시 말해 양푸취가 없는 자리에서 비판자들의 태도는 애매하게 변한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비판자들은 현대성을 좇는 추종자들과 한패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한 ‘꿈’은 차유법(借喩法)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하이 드림’을 논할 때 프로이트를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프로이트는 본능을 억압하는 어떠한 힘이 스스로 억압한 것의 형태를 바꿔 꿈으로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꿈은 긍정적인 것을 더욱 강조하고 부풀려 보여준다. 그러므로 ‘상하이 드림’을 이해하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은 꿈의 생산기제가 과도하게 차유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바라는 꿈’의 정치학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양푸취는 사실 외면당한 도시의 주체이다. 상하이 내에서 양푸취의 존재감이 낮다는 것은 도시의 양심이 상실됐다는 반증이다. 루이스 멈포드(L. Mumford, 1895~1990)는 “도시는 사회 권력과 문화가 집중된 한 점(点)이다. (…) 바로 여기에 모든 문명 문제가 몰려있다”고 했는데, 양푸취는 외면당한 주체라는 점에서 위의 설명과 상통한다.

번역_金志玲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