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국을 말할 때-우리 안의 미국문화 제2라운드’는 <플랫폼> 17호의 주제이다. 제2라운드라니 1라운드가 끝났다는 말인가. 기획의 변에 근거해 해석해 보면  미국산 문화가 국내에 와서 정전이 된 것이 1라운드라면 이 정전들의 굴절양상을 살펴본 후 독자성을 확보해 하는 것이 2라운드리라.
특집 5편의 글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글은 최승연의 「브로드웨이는 어떻게 한국 뮤지컬의 정전이 되었나」이다. 그는 짧은 편폭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한국 뮤지컬계에서 자리잡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실례를 들어 소개했을 뿐 아니라 그 변화양상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대목은 ‘상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대중들에게 정전처럼 인식되고, 이러한 인식은 시장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티켓파워를 지닌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라는 부분이다. 내가 본 첫 번째 뮤지컬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이었다. 스토리도 엉성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좀 부족했지만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가 대형 뮤지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였는데, 어느새 친구들 중 몇 명은 뮤지컬 광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 뮤지컬 광들은 모든 뮤지컬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배우, 특정 뮤지컬을 좋아했다. 뮤지컬 광들 앞에서 창작뮤지컬이나 소형뮤지컬을 주로 보는 나는 스스로 작아졌다. 왠지 스스로 수준 낮은 관객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최승연은 뮤지컬 <대장금>을 예로 들어 로컬의 문화를 새롭에 구성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한국의 뮤지컬 장이 이러한 문화적 현상을 보여줄 흥미로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정전급 뮤지컬 혹은 대형뮤지컬만 다룬 채, 창작뮤지컬이나 소형뮤지컬에 대한 시선이 없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