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17호에 실린 「미국대중음악의 수용, 지금부터가 시작이다」에서 대중음악평론가 최민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드렁큰 타이거, 업타운, 지누션 등 미국 교포 출신 뮤지션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한국에 방점이 찍혀있던 대중음악이 미국에 방점을 찍기 시작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대중음악은 1980년대 음악을 복고화하면서 미국음악을 자기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쎄 그럴까? 최근 지 드래곤의 표절 시비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대중음악 작곡가들이 적당히 외국 음악을 베끼듯 가요를 양산하는 습성 혹은 관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 드래곤의 문제는 열성팬들의 옹호 하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보니 업계 자체에서 굳이 문제 삼고 싶지 않아서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간 측면이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최근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 유로댄스 음악이 눈에 띈다. 유로댄스에 맞춰 춤추는 가수들을 보면 클럽은 어떤 곳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디제이 쿠로 기억하는데, 유로댄스가 조만간 유행할 것이라던 그의 말대로 댄스 가수들은 유로댄스 음악을 차용한다. 음악의 유행을 보면 단기간에 특정 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과연 이런 측면을 발전적 수용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고라는 것도 그렇다. 명분도 없이 유행에 앞서고 보자는 심사들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민우가 지적하듯이, 이제 한국음악계에서 외국인들을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외국인이라 하니 노란 머리 파란 눈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교포들이 바로 그들이다. 인기그룹 2ne1의 무대를 보며 자유로운 무대 매너,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팀원 중 반 이상이 교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빅뱅의 끼를 넘는, 어떤 외국적 정서가 느껴지던데, 이것도 편견일까. 하지만 성장하면서 생긴 어떤 틀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최근 아이돌 그룹에 교포들이 포함되는 것도 미국문화 수용의 또 다른 측면일 수 있겠다. 가급적 미국문화와 닮고 싶고 또 그것을 대중에게 보여주려니, 그곳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적당한 것이리라.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허겁지겁 그것을 받아들이기 급급하다. 아직 우리화 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