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잠 안 오는 밤에 별을 헤며 보내는 사람들을 행복한 꿈으로 안내하는 수호천사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2009년 국제우주대회의 기념하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展>을 기획했다. 우주에 대한 예술가들의 재미있고 독특한 해석을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소개했는데 전시 제목은 더글라스 애덤스(Douglas Noël Adams, 1952~2001)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HHGG or H2G2라고 하기도 함에서 따온 것으로 삶과 우주의 근원적 의미와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섞여 관람객도 작가와 같은 히치하이커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듯이 전시를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전시내용은 우주를 세 가지 측면으로 접근하여 첫번째는 시적이고 아름다운 우주로, 두번째는 위협적인 공포세계로서의 우주로, 세번째는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는 무한한 공간으로서의 우주로 구성하고 있어 은하수를 여행하는 관람객들의 순조로운 탑승을 돕고 있다. 시적이고 아름다운 우주로 접근한 작가 중에 한편의 한시(漢詩)를 읽는 듯한 수잔 더저스(Susan Derges)의 작품 일부는 19세기 초기 사진의 포토그램, 즉 인화지나 필름 위에 직접 물체를 두고 빛을 쬐어 이미지를 구성하는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야간에 하늘을 촬영한 후, 암실에서 카메라 없이 제작하는 사진기법을 결합시켰다고 한다. 작가는 보름달, 초승달,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카메라로 촬영한 후, 그 필름을 엉겅퀴나 억새, 벌레 등이 배치된 투명한 유리 물탱크를 통하여 노출, 인화한 것인데 중첩된 두 가지의 이미지는 초현실적인 느낌 속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깔고 있어 한 편의 시나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스즈키 타로(鈴木太郎)의 설치작품 <바람의 형태Ⅱ>는 넓은 사각박스 앞쪽에 크고 작은 크기의 사각구멍을 뚫어 천을 덮고 독립된 공간 바닥에 설치한다.

사각박스 속에서는 팬이 돌면서 바람이 나오고 바람은 덮인 천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하여 일렁거리며 볼륨을 만들고 있다. 상자 속에 있는 전구로부터 흘러나온 빛은 서로 겹치면서 여러 개의 사각형이 중첩되고 흔들리는 파란빛은 공간을 교란시키고 섬세한 움직임과 형태의 변화에 힘을 모아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바람의 힘으로 천과 대치하며 술렁이는 공간은 움직이는 영상 같기도 하고 볼륨감이 느껴져 새로운 매체를 접하는 것 같다. 스즈키 타로는 대학 시절부터 바람, 물과 같은 근원이 되는 요소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바람은 모든 예술가들이 형상화고 싶은 소재이다. 나는 갑자기 카메라를 메고 바람의 형태를 찍겠다고 갑자기 사라졌던 선배가 생각났다. 그 선배는 어떤 바람을 만났을까? 예술가들은 바람이 보이지 않아서 만만한가보다. 시치노 다이치(七野 大一)의 <월력>은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으로 넓은 사각공간에 물을 채우고 사각 끝에 영상화면을 설치하여 해가 서서히 뜨고 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해가 뜨고 지는 데에는 24시간이 소요되지만 작품 속에서는 일출과 일몰에 총 12분이 소요된다. 영상이 화면을 비치면 물위에도 비쳐 위로 보이는 높은 공간이 물속의 깊은 공간으로 착각을 일으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스즈키 타료, <바람의형태ll>] 

작가는 자연의 리듬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반복적으로 보여줘서 자연의 리듬을 총체적으로 느껴져 삶의 긴 여정이 찰나적으로 다가온다. 위협적인 공포세계로서의 우주로 볼 수 있는 작가 중에 로랑그라소(Lauren Grasso)의 비디오설치작품은 우주를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의 초현실적인 공간과 무한한 공간으로 연출하여 아찔할 정도의 두려운 공간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사진작가 토마스 노보트니(Thomas Nowotny)의 작품은 도시공간 속에 낯선 이미지가 보이지만 둥근 원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안정감과 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두려움의 대상이기 보다는 지구외의 다른 공간을 인식하게 한다.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는 무한한 공간으로서의 우주로 접근한 사진작가 사타(SATA)의 작품은 영상으로서 사람과 자연이 끝없이 우주와 조우하고 소통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낯설지도 신비스럽지도 않은 우리를 포함한 세계, 우주는 이제 두려운 공간이 아니다. 인간들의 진지한 성찰 통해 어리석음과 탐욕을 비춰볼 수 있는 반사공간으로 존재한다. 마지막 우주선의 히치하이커와 악수를 나누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또 만날 수 있는 거지?”

이미지 제공_ 대전시립미술관

[IAC_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