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철교]

수인선, 그리고 소래철교의 탄생
수인선은 1937년에 개통되어 1995년 폐선될 때까지 58년 간 수원, 화성, 안산, 시흥, 인천을 연결하던 협궤철도노선이다. 폐선 후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수인선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수인선은 식민지시기의 고된 일상과 민족적 설움이 교차하던 길이기도 했다. 수인선은 1937년 조선경동철도주식회사에서 건설한 사설철도로, 이 회사는 이미 1930년부터 수원~여주 간에 수여선을 건설해 철도영업을 하고 있던 일본인 회사였다. 수인선이 놓이게 된 것은 1926년경부터 인천상업회의소 등에서 미곡의 반출을 원활히 하고 일본인의 진출영역을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조선총독부에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결과였다. 때문에 최초의 수인선은 기존의 수여선과 연결한 후 장차 강원 내륙지방까지 연장될 동서횡단철도망의 일부로 계획된 것이었다.

경동철도사는 1936년 6월부터 본격적인 수인선 건설공사에 착수해 1년 2개월만인 1937년 7월 19일 공사를 마치고 8월 6일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하였다. 수인선의 건설과정에서 가장 난항을 겪었던 공사구간은 소래철교 공사였다. 아래의 당시 신문기사에 나타나듯이 소래포구를 터전으로 생활하던 어민들에게 포구를 가로지르는 소래철교의 건설은 포구의 기능을 마비시켜 생계에 지장을 가져올 ‘근심거리’였다. 때문에 주민들의 저항이 매우 커 경동철도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다고 전한다.

소래면 포리(부천군 소래면 포리)는 일백오십호가 사는 한어촌으로서 전인구 칠팔백명이 어업으로 생활하여 간다는데 중선(中船) 십일척에 목을 매고 지내오는 바 이지음 경동철도가 인천으로 통한다는 소리가 잇어 혹시나 생활에 장해가 없을가 하야 궁금으로 지내는 중 염전뚝으로 철도가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어촌민은 활로를 일케되엇다 하야 80여 명 연서로 군당국에 진정하엿다는 바 들은바에 의하면 부천군 남동면 논현리와 시흥군 군자면 월곳리 사이에 철교를 가설하게 되면 중선이 들어오지 못한다는데 만일 이러케 되는 경우에는 칠백 어민은 생명선을 일케되어 큰 사활문제라고 대불안중인데 당국에 처사를 매우 주목 중이라고 한다.1

[소래철교]


개통에서 폐선까지
우여곡절 끝에 개통된 수인선은 총 연장 52㎞의 수원~인천간 노선을 1시간 40분에 연결하였다. 개통 당시에는 수원(水原), 고색(古索), 오목(梧木), 어천(漁川), 야목(野牧), 빈정(濱汀), 일리(一里), 성두(城頭), 원곡(元谷), 신길(新吉), 군자(君子), 소래(蘇萊), 논현(論峴),남동(南洞), 문학(文鶴), 송도(松島), 인천항(仁川港) 등 모두 17개의 정차장과 임시정류장을 설치하였다.

개통 후 수인선은 중부내륙지방과 인천항간에 화물과 여객을 수송하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곡물과 소금, 비료 등 화물운송 비중이 높았다. 특히 미곡을 중심으로 하는 곡류와 소금 등이 인천항으로 모여들어 침체에 빠졌던 인천항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제의 침략전쟁에 따른 전시경제체제의 여파로 물동량이 줄면서 수인선의 영업이익도 급감하여 결국 1942년 8월 조선철도주식회사에 매각되고 말았다.

해방 후 수인선은 미군정에 접수되었다가 1946년 5월 17일 국철로 편입되어 계속 운행되었지만, 도로교통의 발달에 따라 그 기능이 점차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1973년 7월 13일 남인천~송도구간 5㎞가 폐지되었고, 1977년 9월 1일에는 화물수송을 전면 중단하게 되었다. 이후 수인선은 연변의 농어민, 통학생을 실어 나르는 여객기능만 유지한 채 겨우 그 명맥을 잇게 되었고, 때문에 운행편수와 운행 차량수도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객수요마저 계속 줄어들면서 수인선은 적자투성이의 ‘애물단지’가 되어 1994년 9월 1일 송도~한양대 26.9㎞ 구간이 우선 폐지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한양대~수원 20.2㎞ 구간까지 열차운행이 중단되어 개통 58년 만에 수인선의 전체 노선이 폐지되고 말았다.

[소래포구]

다시 한번 애물단지가 된 소래철교
곡절 많던 수인선은 1995년을 마지막으로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전체 노선 가운데 유일하게 소래철교만은 인도교로 다시 태어나 시흥의 월곶과 인천의 소래를 잇는 ‘교통로’의 역할을 계속해 왔다. 이 소래철교를 찾는 관광객이 연인원 1,0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수인선은 소래포구와 소래철교에서 아직 ‘길’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소래철교가 최근 시흥시와 인천 남동구 간 경제적 손익다툼의 희생양으로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폭 1.2m, 길이 126.5m인 소래철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소유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시흥시 64.5m, 인천 남동구 58m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렇게 소래철교를 둘러싼 여러 논란의 근본적 원인은 소래철교 구간이 양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간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에 있다. 소유주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교량 하부에 심각한 부식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소래철교의 존치 여부를 두고 인천 남동구와 시흥시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래포구와 월곶포구의 상인들, 그리고 지역언론과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논란은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인천 남동구는 역사적 가치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존치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흥시는 소래포구로 가려는 관광객들로 야기되는 교통혼잡과 월곶상권의 위축 등으로 주민과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철거하거나 통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전이 명분이었지만 속내를 따지고 보면 결국은 소래포구와 월곶포구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빚어진 현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소래철교의 존치 여부가 아니라 통행 허용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지어질 때도 ‘우환거리’였던 소래철교가 또다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모양새를 지켜보자니, 이것이 소래철교의 타고난 팔자인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마저 든다.

[소래포구 어시장]

해피엔딩은 없을까?
따지고 보면 소래철교를 두고 인천 남동구와 시흥시 사이에 논란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에도 양쪽 포구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철거논란이 있었고, 2002년부터 2004년 까지 두 자치단체는 소래철교논란의 2라운드를 치른 바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라운드 논란의 주제는 근대문화재 지정 문제였다. 남동구가 문화재청에 ‘인천소래철교’에 대한 등록문화재 지정을 요청하고 철도청으로부터 철교매입을 추진하자, 시흥시에서 행정구역상 철교의 50% 이상을 관할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인천소래철교’라는 등록 명칭과 매각에 반대했던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봄, 시흥시와 남동구가 공동으로 매입하여 근대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양 자치단체간의 교류를 강화하기로 하는 합의안이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합의안은 지켜지지 않았고 논란의 3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 지역의 자치단체와 상인, 정치인, 지역언론까지 가세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어떤 결말이 지어질 것인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흥시와 남동구 모두 70여 년 동안 양 지역을 이어주고 있는 소래철교의 문화재적 가치와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의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개의 세상일이 그렇듯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한 대안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양 자치단체와 철도시설공단 사이에 이성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2004년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논란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소래포구와 장도포대, 계획 중인 소래역사관, 해양생태공원, 소래철교, 월곶포구와 시흥의 각종 문화자원을 아우르는 올레길 또는 둘레길이 열려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이 오가는 ‘해피엔딩’을 꿈꾸어 본다.

1 「경동철교가설은 칠백어민 사활문제」, <동아일보> 1936년 6월 21일

甄洙燦 1969년 경기 평택생. 인천 중구청 학예사. 최근 저술로 『인천개항장 역사기행』(공저) 등. kyons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