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도시에 대한 글이 많았던 <플랫폼>이었다. 특집부터 여타의 글에 이르기까지 도시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물론 글에 따라 편차는 있었지만 서울의 도시디자인부터 고샅길까지, 또 뉴욕, 도쿄, 상하이 그리고 도시인문학대회까지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도시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가 도시에 적응했으며 도시를 더 이상 새로운 삶의 터전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으로 여길 만큼 ‘도시화’되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는 것은 아닐지. 매캐한 공해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결합,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이 결집된 도시는 이제 너무나도 익숙한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경계하고 싶은 바는 그러한 도시의 외형에 치우친 나머지 도시라는 공간이 가지는 사회적 혹은 역사적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도시인문학이 등장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테지만 <플랫폼>을 읽으며 느낀 점은 아직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에는 내면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그 내면이란 아마도 공간 자체보다는 생활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리라 짐작하는 바, 도시인들의 생활상이 곧 도시인문학의 토대일 것이다. 사람이 떠나간 공동의 도시가 얼마나 황폐한 공간인지는 세사르 바예호의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요」를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