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내부

금호미술관이 20주년 기념전을 열었다. 지난 1989년 관훈동에서 금호갤러리로 출발해, 1996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정식 미술관으로 재개관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금호미술관은 리움미술관과 로댕갤러리를 거느린 삼성과 (구)대우그룹의 아트선재센터와 함께 사실상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립미술관을 대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여러 형태로 기업과 연계된 각종 군소 사립미술관들이 있지만, 그 수로 볼 때 외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나마 기업이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소위 메세나 운동의 수혜가 주로 공연예술분야에 치우쳐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기업형 사립미술관의 존재는 실로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정 기업과 이해관계가 물려있는 관계로 인해 기업의 사정 여하에 따라서, 그리고 때론 정치적인 논리마저 작용하면서 그동안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여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한국현대미술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도맡아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동안 금호미술관이 걸어온 20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여러 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들이 발견되는데, 특히 신진작가 발굴육성에 기울인 성과가 주목된다. 지금이야 대안공간이다 기금지원이다 해서 신진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많이 좋아졌지만, 금호미술관이 개관하던 1980년대 말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던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국내에 대안공간이 처음 출현한 것이 1999년 루프가 문을 열면서이며, 신진작가들에게 기금지원의 수혜가 주어지기 시작한 것도 최근 수년 내의 일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룹운동 차원의 전시나 기획이 보편화된 시기로 지금처럼 개별 작가, 더욱이 신진작가가 주목받을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금호미술관은 개관 초부터 지금까지 줄곧 신진작가 발굴 육성에 힘써 왔으며, 그동안의 노력이 2000년대 중반 금호영아티스트 선정공모의 형태로 결실을 맺는다. 그리고 2005년에는 금호창작스튜디오를 개관했는데, 사실상 국내 미술창작스튜디오가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것과 그 시기와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열리고 있는 전시 <프로포즈7>은 주지하다시피 금호창작스튜디오와 국립창작스튜디오창동과 고양 출신 작가들이 서로 연계하고 협업하는 형식으로 열리는 전시다. 미술관 간, 기관 간, 작가 간 연계 프로그램의 사례로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작가와 평론가를 맺어주는 일대일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전문성을 더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관간 연계 프로그램도 그렇지만, 특히 작가와 전문 이론가를 매치시켜주는 방식은 이후 다른 유사 기관들에서 핵심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된다.

신진작가 발굴육성과 함께 주목되는 부분이 지역작가 발굴육성 프로그램이다. 역시 1989년 개관 이후 1997년까지 지속된 <지역작가展>을 통해 지역과 중심 간의 벽을 허물고, 나아가 화단의 과도한 중앙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로 기획전시와 유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이런 신진작가와 지역작가 발굴육성 사업은 한국현대미술의 체질변화를 가져오는 데 꼭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시켜놓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상의 성과를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이외에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 5천여 점(주로 한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로 구성된) 중 일부 작품들을, 그리고 특히 현대디자인의 효시로 알려진 바우하우스(bauhaus)1 관련 작품들 100여 점 중 일부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전자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개괄할 수 있었다면,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미술관들의 소장품목 특성화와 관련해서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최근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미술관도 덩달아 위기를 맞고 있는데, 매번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래왔듯 이번에도 잘 해결되리라 본다.

<금호미술관 20주년 기념展> 포스터

이미지제공_금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