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대풍

<운명처럼 널 사랑해(命中注定我愛?)>(타이완TV, 2008)란 타이완 멜로드라마가 중국 대륙을 강타하면서 언론에서는 한류가 지난 뒤 대풍(臺風)이 2008년 중국시장을 습격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본만화를 리메이크한 타이완판 꽃보다 남자 <유성화원(流星花園)>(타이완CTS, 2001)이 중국 대륙에 순애보 사랑을 심어준 것을 계기로, 신데렐라를 모델로 한 드라마들이 중국시장을 점령하였다. 거기에 최고 정점을 찍은 것이 <운명처럼 널 사랑해>인데, 이 드라마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주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43기 금종상(金鐘奬) 타이완의 권위 있는 종합예술상 명칭 작품상을 받았다. 3년간 1위에 있던 <왕자변청와(王子變靑蛙)>(2005)를 꺾고 타이완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이 드라마는 타이완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의 후난(湖南)TV, 바이두(百度) 오락에서 최고 인기드라마로 선정되는 등 중국 대륙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였다.

 한국과 타이완 간의 드라마 교류는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왔다. 2003년 MBC에서 자정이 넘는 심야 시간 편성이라는 악조건에도 10%가 넘는 시청률을 보여줘 화제가 됐던 <유성화원>뿐 아니라 <공주소매(公主小妹)>(타이완GTV, 2007), <장난스런 키스(惡作劇之吻)2>(타이완CTV, 2007~2008)가 국내에 방영되면서 타이완드라마는 한국의 10,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였다.

우연찮게 김휘경의 소설 『치명적인 우연』(눈과 마음, 2002)을 읽었었는데, 그 구성이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거의 비슷하였다. 주변 인물, 자잘한 사건은 차이가 있지만 이야기의 골격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치명적인 우연』을 모본으로 삼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타이완의 인터넷소설 작가 지 커챵(季可薔)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지 커챵이 『치명적인 우연』을 모방하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읽었거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만약 읽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렇게 유사한 구성이 가능하였고, 중국 대륙은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걸까? 또 한국에서 솔솔 부는 대풍과 한류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치명적인 우연』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눈과 마음 │2002

『치명적인 우연』은 제목 그대로 ‘치명적인 우연’에서 시작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녀 주인공은 각자의 애인을 찾아 들어간 호텔방에서 처음 만난다. 여주인공 주연은 3년을 사귀어 온 남자친구 정민한테서 307호에서 만나자는 메모를 받고 호텔에 가는데, 호텔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309호 열쇠를 건넨다. 307호에서 요란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남자친구가 방을 바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309호에 들어간다. 한편 이 방에 있던 남주인공 준규는 여자친구 혜영이 오면 놀래 주려고 알몸으로 침대에 들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컴컴한 방 안에서 애인으로 착각한 남녀 주인공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 혜영이 오면서 잘못된 만남을 알게 된 주연은 돈을 노리고 준규의 침대에 뛰어든 형편없는 여자로 오해를 받자 “오늘 일로 그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기자에게 기사를 흘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온다. 그 후 그녀는 307호 앞에서 정민이 새 여자친구와 잠자리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녀와 헤어지기 위해 그가 일부러 일을 꾸민 것이다. 한 달 뒤 주연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잠시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부산 지사에 내려온 준규는 바닷가에 서 있는 주연을 목격한다. 그는 아이를 낙태하기 위해 부산의 산부인과에 들어가는 그녀를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대기업 집안의 장손이자 외아들인 그는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반대에 불구하고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지만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혜영을 보면서 괜스레 그녀한테 화를 낸다. 준규의 잘못으로 유산을 하게 된 주연은 옛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간다.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준규는 미국에서 우연히 주연을 만난다. 그녀의 마음을 열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그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3년간 장미꽃을 그녀에게 선물한다. 귀국 후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회사가 준규의 회사인 것을 알게 된 주연은 취직 대신 퀼트 가게를 연다. 동생 준희를 통해 그녀가 운영하는 가게를 알게 된 준규는 아줌마들과 함께 퀼트를 배우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쓴다. 어느 날 주연은 한국에 와서도 배달되는 꽃이 준규가 보낸 것임을 알게 된다. 3년간 그녀를 바라보면서 기다려온 준규의 마음이 전해져 둘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도 비슷한 이야기 구성을 갖는다. 바람둥이 남자친구와 함께 호화 유람선 여행에 오른 여주인공 천 신이(陳欣怡) 천 차오인(陳喬恩) 분는 실수로 다른 방에 들어가 낯선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된다. 그날 그녀는 남자친구가 과부와 바람 피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남주인공 지 춘시(紀存希)위앤 징톈(阮經天) 분 입장에서 보면, 그는 유람선에서 청혼하려고 하였으나 외국 공연 때문에 나타나지 않는 여자친구 안나 대신 낯선 여자 천 신이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날 밤 일로 천 신이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 뒤 이야기는 『치명적인 우연』과 거의 비슷하다. 『치명적인 우연』에서 여주인공이 미국으로 떠났다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상하이로 떠난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춘시는 장미 대신 ‘용기’라는 꽃말을 가진 보리지를 선물하면서 묵묵히 천 신이를 지켜본다. 또한 『치명적인 우연』에서 준규가 퀼트 가게 수강생 신분으로 주연에게 접근했다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춘시는 공예 수업 수강생 신분으로 신이에게 접근한다.

세부적인 것들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마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치명적인 우연』을 모델로 각색한 것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치명적인 우연』은 왜 하룻밤 잠자리가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바뀌는 신데렐라식 러브 스토리를 구성했을까? 이는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문화와 관련 있는 듯하다. 서양의 성 문화가 동아시아에 유입되면서 잠깐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인스턴트식 사랑은 요즘 동아시아 사회의 실상이다.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하룻밤 정사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하룻밤의 잠자리가 진정한 사랑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렇게 급하면 먼저 결혼부터 했어야지. 어쩌자고 일을 이렇게 만든 거냐. 응?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 결혼도 하기 전에 애부터 갖다니.”
“어머니, 요즘은 이런 일 많아요.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을 겁니다.”
“얘가, 너 지금 네가 잘했다는 거냐?”
- 『치명적인 우연』(71면)

준규와 엄마의 대화는 원 나잇 스탠드 문화, 속도위반을 다반사로 여기는 사회 인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요즘 사회의 보편적 현상에 동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일이 되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보시면 마음에 드실 겁니다. 얌전하고 여자다워서 할아버님 맘에도 드실 겁니다.”
얌전하다는 말에 준규는 스스로 좀 양심에 걸렸다. 그렇게 얌전한 여자가 호텔에 드나들고 결혼도 하기 전에 남자를 가까이 했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녀와 결혼할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와 정민이라는 그녀의 옛 애인이 함께 했을 모든 순간들이 기분 나빴다. 물론 자신을 만나기 전의 일이라 자신이 뭐라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기분이 나쁜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 『치명적인 우연』(69면)

주연이 결혼 전에 호텔을 드나든 것에 대한 준규의 거리낌과 고민은 감출 수가 없다. 이는 전통과 현재 유행하는 성 문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이다. 또한 동아시아는 부모와의 연대가 강한 편이라 쉽게 끊을 수 없다. <운명처럼 사랑해>에서 춘시의 할머니는 춘시와 신이가 결혼하여 증손자를 낳는 것을 보아야만 죽어서 조상들을 볼 면목이 있다고 한다. 할머니의 바람을 뿌리칠 수 없는 그는 결국 신이와 결혼식을 치른다. 『치명적인 우연』에서 준규에게 하는 할아버지의 훈계 또한 주목을 요한다.   
 

“뭐라고? 아니 그럼 결혼도 하기 전에 애부터 갖게 했단 말이냐? 이런 고얀 놈!”
화가 난 할아버지는 손에 들고 계시던 부채로 방바닥을 내리쳤고 그 덕분에 부챗살이 너덜너덜하게 뜯어져 버렸다.
“죄송합니다.”
“죄송이고 뭐고, 도대체 그 아인 가정교육을 어찌 받았기에 그 모양이란 말이냐? 그러고도 얌전하고 여자다워? 허! 네 놈도 마찬가지야. 어디 결혼도 하기 전에 덜컥 애를 갖게 하다니. 우리가 널 그렇게 키웠더냐? 이놈!”
- 『치명적인 우연』(71면)

 
혼전 임신은 유교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전통사회에서 절대적으로 금기시되어왔던 것으로, 10, 20년 전만 해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한 것이 밝혀지면 집안망신이었다. 혼전 임신을 용납할 수 없는 할아버지는 여자의 가정교육을 탓하는가 하면 손자를 책망하는데 여기에서 견고한 유교의 틀을 확인할 수 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할머니는 혼전 임신에 대한 우려보다 대를 잇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이 역시 아이를 낳아 대를 이어야만 조상에게 할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는 유교적 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아이를 통한 연대-가족 이루기

재미있는 점은 낯선 이와 엮인 하룻밤 만남이 지속되게 하는 것이 뱃속의 아이라는 것이다.

  
 ‘어쩌겠다는 거냐? 그녀를 정부로라도 삼겠다는 거냐? 혜영에게는 뭐라고 할 거지?’ 그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은 엉뚱하게도 주연을 보낼 수 없고 그녀와 자신의 아이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혜영과의 결혼이 아니라 주연과의 결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죠? 왜 막은 거예요? 당신도 수술하길 원하는 것 아닌가요?” “무슨 권리로 그런 말을”
“무슨 권리? 난 아빠야.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내 아이니까 내가 책임질 거야.”

- 『치명적인 우연』(47면)

남녀 주인공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준규는 사랑해서가 아닌 자신의 아이를 가졌기에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도 춘시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신이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기에 결혼한다. 그의 할머니도 손자를 기다리던 차에 임신 소식을 듣고 그들의 결혼을 부추긴다. 

그러나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여주인공들은 유산을 한 후 집을 떠나 각자 미국, 상하이로 떠난다. ‘아이의 아빠’라는 타이틀은 아이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떨칠 수 없는 그림자가 되어 그녀들을 괴롭힌다. 아이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한 남주인공에 대한 미련과 추억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아기가 가엾다고는 생각했지만 오늘처럼 아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슬픔이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아마도 그녀 스스로 잊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기에 대한 생각을, 그 슬픔을 억제해 왔던 것이리라. 한참을 울면서 그녀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정말 자신이 아기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아기를 진정으로 떠나보내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규에 대한 미련도 함께.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어 있을 수는 없으니까.

- 『치명적인 우연』(252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신이는 자신의 뱃속에 있던 아이에게서 영감을 얻어 춘시 회사의 기념품을 디자인한다. 그러면서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춘시에 대한 미련으로 바뀐다. 그녀들이 자신도 모르게 과거에 얽매인 삶을 연속하는 것은 아이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하룻밤 잠자리에서 시작된 인연은 아이를 매개로 사랑으로 발전하고, 또 결별과 재결합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통한 연대’가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이해하는 키워드이다. 결말 부분에서 모두 남자 아이를 낳는데 이 또한 이러한 점을 뒷받침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남자 아이를 중시 여기는데 이는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끈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교류의 자장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우연의 남발이라는 단점을 가지면서도 현재 원 나잇 스탠드가 급증하는 사회의 일면 즉 일상성을 잘 살렸다는 장점이 있다. 낯선 이와 하룻밤을 보낸 뒤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경우는 다소 적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원 나잇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에서도 혼전 관계에 대한 생각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동아시아에는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서구에서 일어났던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 나잇 스탠드 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 동아시아는 유교에 얽매여 있기를 거부하고 서구의 시각으로 바뀌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그 지점에 서 있다. 그러나 전통과의 완전한 결별은 불가능하다. 부모님과의 연대, 아이(아들)와의 연대로 이루어진 동아시아의 가족 만들기는 완전히 서구의 시각을 갖지도 못하고 유교의 틀에서 벗어나지도 못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과 고민 선상에서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나온 것이다.

타이완에서 한류가 기승을 부릴 때, 한국에서는 타이완드라마에 열광하는 ‘대드족’이 형성되었다. 대드족들이 미국, 일본, 한국의 드라마를 두고 타이완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드족이 타이완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즐겨보던 만화가 타이완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이완드라마 중 한국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 대부분이 일본만화가 원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성화원>은 『꽃보다 남자(花より男子)』라는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또 요즘 타이완드라마 열풍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장난스런 키스>도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이들 일본만화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대여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두터운 독자층을 갖고 있다.

<겨울연가>(KBS2, 2002) 판권을 사서 만든 중국판 겨울연가 <대문대면(對門對面)>(2002)이 찬 서리를 맞은 것은 단순한 스토리 재현이 흥행수표가 아님을 입증한다. 그러나 타이완드라마 캐스팅부터 내용까지 원작에 충실하다. 또한 신데렐라, 불치병, 출생의 비밀 같은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즉 재생산 능력이 강하다. 중국 대륙에서는 일류(日流), 한류 열풍과 함께 혐(嫌)일류, 혐한류 현상이 쌍방향으로 일어난다. 일본과 서양의 문화를 한국식으로 재조립한 것이 한류라면, 대풍은 일본, 한국의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새로 창안한 것이다. 혐한류의 흐름을 타고 중국 대륙에 상륙한 대풍은 민족적 정서상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유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드라마의 직접적 모방은 아니더라도 그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타이완드라마는 ‘한류가 타이완을 거쳐 또 다른 형태로 중국 대륙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한류는 단순히 단선적으로 어느 한 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밑거름이 되어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 동아시아에 순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치명적인 우연』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동아시아 고유의 전통과 한류가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두 작품의 유사성은 ‘동아시아 고유의 전통’과 ‘한류’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때 완전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徐玲 1984년 중국 옌지(延吉)시생. 인하대 한국학과 석사과정. xujing061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