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삼학도 풍경(『목포백년사』 중)

유달산과 함께 목포의 상징이었던 삼학도는 일제의 침탈과 광복 후 산업화에 따른 무분별한 훼손으로 섬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최근 들어 삼학도를 복원하여 공원화하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글에서는 삼학도의 역사성과 함께 현대화 과정에서 삼학도가 겪은 수난과 현 시점에서 지역민들이 바라본 삼학도 활용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전설로 태어난 섬, 전설로 사라지다
목포 앞바다에 자리하고 있는 삼학도는 아름다운 전설과 함께 지역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섬이다. 목포사람이면 누구나 ‘유달산 장수와 세 처녀의 사랑’에 관한 전설을 알고 있다. 유달산 장수를 사모하던 세 처녀의 넋이 변해서 세 개의 섬이 되었고, 그 자리에서 세 마리의 학이 날아올랐기 때문에 삼학도라고 불리게 되었다.

문헌적으로 삼학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72년에 그려진 <무안목포진지도>이다. 이 지도에는 현 목포 만호동에 있었던 수군기지인 목포진(木浦鎭)과 주변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삼학도의 모습과 지명이 포함되어 있다. 추상적인 그림 형태의 지도인데도 삼학도가 매우 크게 묘사되어 있다. 당시 삼학도가 목포진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땔나무를 제공하는 시지(柴地)였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되어 있는 것 같다.

조선의 수군진 제도가 폐지될 무렵인 1895년 삼학도에 첫 번째 시련이 닥쳐왔다. 섬 전체가 일본인에게 불법적으로 암매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삼학도는 국유지였기 때문에 개인이 매매할 수 없는 토지였다. 더욱이 외국인에게 판매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일본인 시부야 타쯔오(澁谷龍郞)가 옛 목포진 관리였던 김득추를 이용해서 삼학도를 몰래 매입했다. 시부야 타쯔오는 표면상은 일본상인으로 활동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한국 내 토지를 침탈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공작원 같은 인물이었다. 이때는 목포가 개항(1897년) 되기 2년 전의 일이었다. 개항 후 한국정부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관련자를 처벌하고, 삼학도를 반드시 환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일본은 미온적인 태도로 삼학도 환수에 협조하지 않았고, 시간을 끌다가 결국 1910년 한일병합이 되면서 삼학도는 일본의 땅이 되어버렸다. 이때부터 채석 등을 이유로 삼학도의 원형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복원화가 진행 중인 삼학도 풍경(근경)

광복이 되고 나서 삼학도는 다시 우리나라의 소유가 되었지만, 또 다른 시련이 계속되었다. 도심의 팽창에 따라 ‘삼학도 매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1956년 삼학도 제방 축조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목포항을 부산 다음가는 대항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삼학도 매립이 시작되었다. 삼학도 축항공사의 전초 단계였다. 1961년 대삼학도와 용해동 갓바위를 잇는 방조제가 쌓였고, 1965년에는 세 섬(대삼학·중삼학·소삼학) 사이의 매립공사가 실시되어 삼학도는 섬으로써의 형태를 완전히 잃어 버렸다. 이후 삼학도에는 비료·정유·제분공장 등 여러 형태의 산업시설들이 들어섰다.
제 모습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삼학도 일대에 사창가가 조성되는 치욕도 겪어야 했다. 1970년대 초반 목포시는 부두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선창가 주변 ‘힛빠리’ 목포에서 홍등가를 부르는 명칭 골목 등 윤락 관련 특정시설을 철거하고 타지역으로 이주시켰다. 이때 이주된 곳이 삼학도였다. 졸지에 삼학도는 목포의 ‘옐로우 하우스’로 전락해 버렸다. 이러한 수난의 역사를 거쳐 아름다운 풍경과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담긴 섬 삼학도는 말 그대로 전설이 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삼학도에 대한 애정과 복원을 위한 열망
조선시대에는 삼학도가 목포진 관할이었기 때문에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을 것이다. 실제 목포사람들이 섬으로서 삼학도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는 시기는 광복 전후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다. 단오 때만 되면 삼학도에서 씨름대회를 비롯한 난장축제가 벌어졌고, 유원지로서도 각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목포사람들이 삼학도에 강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것은 목포출신 가수 이난영(李蘭影, 1916~1965) 불러 지금까지 국민가요로 사랑받고 있는 노래 <목포의 눈물>의 영향이 크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 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일제강점기인 1935년 목포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며 번성하고 있을 무렵 <목포의 눈물>이 탄생했다. 외형적으로 번성했지만, 식민지 설움이 어느 곳보다 강했던 목포의 정서를 이 노래는 잘 표현하고 있다. 이후 삼학도의 운명은 마치 목포의 운명처럼 다가왔다. 노래가 발표된 지 7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지역민들의 애국가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학도 복원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염원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정서적인 측면 때문이다. 목포권 사람들에게 삼학도 복원은 역사 회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더불어 삼학도는 현재 목포의 도시구조상 원도심과 하당으로 대표되는 신도심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해당된다. 삼학도가 복원되어 공원으로 활성화된다면 점점 퇴락하는 목포 원도심의 경기회복과 신도심과의 연결고리 역할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복원화 과정과 풀어야 할 과제
2000년 삼학도의 옛 모습을 찾기 위한 복원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복원화냐 공원화냐”, “경제적으로 손실이 더 크다” 등 여러 가지 논쟁과 문제제기를 거쳐 10년 만인 2010년 수로공사가 드디어 마무리되면서 섬이었던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게 되었다. 현재 목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삼학도공원 조성 공사’사업은 2011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삼학도 인근에 고 김대중(金大中, 1924~2009)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기념관 및 어린이 바다체험관, 요트마리나 시설 등을 조성하여 체험위주 자연친화형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나갈 방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삼학도 공원화 사업에는 또 다른 복병이 등장했다. 현재 삼학도에 있는 최대 시설물인 H제분 공장의 이전과 관련하여 그 잔여시설물을 문화시설로 재활용할 것인지, 철거하여 녹지 환경을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지역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당초 삼학도 공원화 사업에서는 대삼학도의 경관을 가리고 있는 공장시설물들을 완전 철거하여 시민들의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그곳에 공연장 등을 조성할 계획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삼학도에 있는 제분공장 시설물들이 산업유산으로서도 가치가 있고, 요즘 세계적으로 산업시설을 철거하기 보다는 문화시설로 재활용하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삼학도 공원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이로(silo) 다즙질사료 사일리지를 제조 보관하는 탱크를 비롯한 공장시설을 문화예술과 생태체험의 공간으로 활용하여 목포만의 특색 있는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삼학도에 대한 단순한 외형적인 복원보다는 현대적 재활용이라는 측면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주장과 당초 계획대로 환경복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 이러한 논쟁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삼학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목포시에서는 이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섬느낌을 살리기 위해 조성된 삼학도수로(좌)

삼학도 수로와 철거예정인 산업시설 모습(우_목포시 제공사진)

 
오랫동안 무분별한 개발논리에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던 삼학도가 이제 조금씩 부활의 날개 짓을 펴고 있다. 세 마리의 학이 다시 돌아와 시민의 품에 안기는 그날, 목포 사람들은 복원된 삼학도에서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세 마리 학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다시 날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현명한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