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천은 록(Rock)의 기운으로 요동치고 있다. 펜타포트(Pentaport)로 대표되는 록페스티벌은 이제 우리나라 록음악 공연의 상징이 되었고,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2009)을 비롯하여 각종 방송과 공연을 통해 드러난 인천 록밴드들의 활동 영역 또한 생각보다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플랫폼>은 록음악의 계절인 여름을 맞아 현재 우리나라 록음악계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른 인천의 록음악을 조명해보고자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인천 출신의 기타리스트로 1960~1970년대 우리나라 대표 록그룹 키 보이스, 히 파이브, 히 식스를 거치며 당대 최고의 연주자로 손꼽히는 김홍탁 현(現) 서울재즈아카데미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와 만나기로 한 것은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의 어느 초여름 날. 같은 인천 출신으로 현재 우리나라 인디레이블계의 가장 뜨거운 중심으로 자리한 루비살롱레코드 이규영 대표가 <플랫폼>을 대신해 그를 만났다.

일시 : 2010년 5월 31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 서울재즈아카데미
진행 : 이규영_루비살롱레코드 대표

이규영

반갑습니다, 선생님.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기대가 됩니다. 저도 인천 출신이지만 아마 제 생각에 미군부대 시절까지 감안한다면 인천 록음악에서는 선생님이 최초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홍탁

아니에요. 얼마 전에 돌아가신 고등학교 선배신데, 우리나라 기인(奇人) 중의 기인인 김대환 씨를 비롯해서 인천 출신들이 은근히 많아요. 지금 서울재즈아카데미 부원장인 김기표 씨도 인천 출신이고 조용필 씨도 고향은 화성이지만 인천에서 활동을 했죠. 예전에는 인천 미군부대가 최고로 막강했거든요. 특히 인천, 부평, 부천 세 군데가 그랬죠. 모든 물자가 인천으로 들어와 배급이 되어서 그런지 미군부대의 클럽이 여느 도시보다 많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당시 좋은 밴드들을 많이 탄생시킨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당시에는 미군부대 클럽에서 오디션을 봤거든요.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노래하고 연주할 클럽이 있었던 거죠. 잘 아시겠지만 비틀즈(Beatles)도 독일 내 미군부대 출신이잖아요.

이규영

어떻게 보면 항구라는 지역적 특색이 있는 것 같군요. 영국도 미국도 항구 출신 밴드들이 많잖아요. 예전에는 어느 나라든 항구가 특이한 문화, 새로운 문물의 수입처였으니까요.

김홍탁
개방된 분위기도 일조하겠죠. 내륙 지방보다 개방 자체가 빠르니까요. 역사도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을 가 봐도 요코하마(橫濱)가 록페스티벌이 제일 번창하는 곳이더군요. 주말만 되면 길거리에서 전부 록밴드들이 공연을 하잖아요. 제가 미국에서도 오래 살았지만 미국에서도 항구 출신 밴드들이 유명합니다. 아, 언젠가 우리나라 대중예술인들의 분포도 같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신기한 걸 발견했죠. 대중예술 분야에서도 인천출신 뮤지션이 많더군요. 항구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이 있나 봅니다.

이규영

항구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이라, 옳은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인천의 록문화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쭈어보도록 하죠. 말씀하신 바와 같이 초창기 음악을 하실 때는 인천에 미군부대가 있었고, 또 거기 씬(scene) 자체가 존재했을 텐데요. 그 규모가 궁금하네요. 먼저 당시 공연장은 어떤 형태였나요?

김홍탁 
부평이나 인천 모두 그랬지만 그 무렵 미군부대 안에는 클럽이 최소한 세 군데 정도 있었죠. 참 재미있는 기억인데, EM클럽은 일반 사병들이 가는 곳이었고 거기서 록밴드들이 공연을 했어요. NCO클럽은 직업 군인들 상대로 하는 곳인데 거긴 컨트리 음악(Country Music)이 인기였고, 또 OFFICER클럽이라고 해서 장교들이 가는 데가 따로 있었죠. 거기는 대개 팝(Pop)이나 스탠더드 재즈(Standard Jazz) 같은 장르가 인기였죠. 그래서 한 부대 안에 클럽이 세 군데나 있는 거예요.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군부대가 열 곳이라면 클럽이 서른 개 정도 있는 거니까요. 그걸 대부분 사람들은 모르죠. 전국으로 보면 대략 계산해도 아마 수백 개가 넘었겠죠.

이규영

그럼 그때 선생님은 몇 군데 정도 클럽에서 공연을 하셨나요?

김홍탁

처음에 인천에서 출발했을 때는 하우스밴드여서 한 군데서만 공연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키 보이스할 때는 쇼밴드라서 전국을 다 다녔죠. 제 기억에 현충일만 빼놓고 매일 돌아다녔습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가 록밴드들의 르네상스라고 가끔 이야기하는데 그때 일류 록밴드들은 콘서트홀 아니면 극장쇼, 미8군 이렇게 세 군데서 주로 공연을 했거든요. 그리고 당시 디스코 클럽에서는 그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밴드, 그러니까 야구로 치면 마이너리그(Minor League)라고 할까요. 그렇게 되니 밴드들이 너무 좋았죠. 그렇게 소위 트리플에이(AAA), 더블에이(AA), 싱글에이(A) 그런 식으로 해서 제일 첫 단계는 미군부대 근처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바(bar)였는데 그곳을 거치지 않은 밴드가 없었습니다. 멤버가 모이고 거기서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음악을 했거든요. 이후로 오디션을 본다든지 클럽에 간다든지 나이트에 간다든지 했으니, 사실 굉장했죠.

이규영

마치 피라미드 구조처럼 밴드의 중간층이 엄청나게 많았군요. 그런데 인천에서 음악을 시작하실 당시에도 이렇게 잘 될 거라 상상하셨는지요.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기타를 처음으로 잡으셨을 때 말이죠. 문득 그 동기가 궁금해지네요.

김홍탁
음, 빌 헤일리(Bill Haley, 1925~1981)를 듣고 흠뻑 빠졌어요. 로큰롤(Rock’n’roll)이었죠. 록이 태동하기 바로 직전의 음악, 그런데 듣고 나니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 같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학원에 나가 기타를 배웠는데 아무리 배워 봐도 내가 원하던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결국 독학을 했죠. 사실 1950년대 유학 가신 삼촌이 계신 덕택에 관련 자료나 음반을 남보다 조금 앞서 접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 것들이 나를 록음악에 빠지게 한 거죠.

이규영

그러다가 동산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셨어요. 이후 ‘캑터스’라는 밴드를 조직하셨는데, 그럼 그때도 로큰롤을 주로 연주하셨나요?

김홍탁

로큰롤에 많이 쓰는 주법을 부기라고 합니다. 그런 음악들을 주로 했고 컨트리록도 연주하곤 했죠. 색소폰을 연주하던 장동선이라는 친구는 나중에 색소폰으로 이름이 꽤 알려졌고, 이백석이라는 친구는 베이스를 쳤죠. 거기에 드럼을 치는 선배 한 분과 조현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기타를 잘 쳤어요. 학원 강사였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다섯 명이 우연히 모이게 된 게 캑터스였어요.

이규영

흥미롭군요. 그런데 캑터스는 어디서 공연을 했나요? 고등학생 신분으로 미군 클럽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김홍탁 
아뇨, 크게 문제는 없었어요. 다만 나와 두 친구들은 빡빡머리니까 모자를 썼죠. 나머지 둘은 어른이었으니, 사실 그 두 사람 덕을 본 거죠. 하지만 고등학생 정도라면 크게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규영
미군 클럽 이외에 다른 곳에서 공연할 기회는 없었나요?

김홍탁 
없었어요.

이규영

당시 인천이 그랬나 보군요. 그러니까 미군부대가 없었다면 일반인들은 공연을 접할 장소 자체가 없었겠네요. 시민회관이 생긴 뒤에야 조금 바뀌었겠군요.

키 보이스 앨범 재킷


김홍탁
네, 시민회관이 생겼죠. 그나마 그전에 록음악들이 알려진 건 극장 쇼 덕분이었습니다. 애관극장 아시죠? 영화관이지만 가끔 밴드들이 나와서 쇼도 하고 그랬죠. 애관극장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극장 쇼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음악 통로였어요. 서울도 마찬가지였죠. 나중에 ‘키 보이스’로 활동할 때도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이종환 씨가 DJ로 있던 종로의 ‘드씨네’, 무교동의 ‘쎄시봉’ 그리고 광화문의 ‘초원’ 같은 대형 음악 감상실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죠. 무대도 없이 말이죠.

이규영

맞아요, 그 음악 감상실들이 나중에 다운타운이라고 불리면서 유명해졌잖아요. 헌데 말씀하신 그룹 키 보이스는 언제 결성이 되었나요? 인천에서의 캑터스 활동 시기와 맞물렸을 듯한데요.

김홍탁
캑터스로 활동한 지 2~3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죠. 고3 때였으니까요. 키 보이스는 원래 다 친구들인데 유희백이라는 기타리스트와 차중락, 차도균 형제 그리고 윤항기, 옥성빈 이렇게 다섯이 원년 멤버였죠. 그런데 이 친구들이 키 보이스를 만든다고 기타까지 다 준비했다가 무슨 사정이 있었나 봐요.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제가 대신 들어가게 됐죠.

히 파이브 활동당시(왼)  히 식스 활동당시(오)

이규영

그렇지만 이후 키 보이스를 비롯해, ‘’, ‘히 식스’ 등 당대 최고의 록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하셨죠. 그런데 당시 한창 활동하실 때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이른바 록스타라고 불릴 만큼 인기를 실감하셨나요?

김홍탁 
그럼요, 열광적이었죠. 우리나라 최초로 팬클럽이 생겼고 지금 세종문화회관 자리가 옛날 시민회관이었는데 거기서 공연하면 늘 매진이었으니까요. 공연이 끝나도 정문으로 나오질 못했죠. 여성 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경호원을 쓰기도 했어요. 그게 가장 심했을 때는 히 식스 때였습니다. 그때는 여섯 명 모두 개인 경호원이 있어서 늘 뒷문으로 빠져나갔죠. 아마 흔히 쓰는 신세대라는 말도 우리가 처음으로 들었을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영어 세대, 진바지 세대, 통기타 세대 등등 그 외에도 우리를 지칭하는 여러 말들이 있었죠.

이규영

그러다가 1972년에 돌연 미국으로 떠나셨는데요. 미국에서도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라는 팀을 구성해 음악을 계속하셨죠. 이후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다시 귀국을 하셨는데 혹 개인적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홍탁
저는 단 한 번도 똑같은 음악을 한 적이 없어요. 키 보이스 때부터 계속 변신해 왔거든요. 그런데 퓨전음악(Fusion Music)이란 게 1970년대 후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고, 귀국해서는 퓨전밴드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1987년에 돌아오자마자 퓨전음반을 만들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시도 자체가 너무 이른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이규영

당시 상황이 어떠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이 돌아오셨을 때 우리나라 음악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김홍탁 

그렇죠. 그런데 음악적으로는 어딘가 답답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퓨전음악이 인기인데 아직 디스코만 하고 있더군요. 다들 먹고 살기 위해 나이트에 간다거나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만 했습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대중음악이란 음식으로 치자면 쌀밥이 아니라 밑반찬이거든요.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인디밴드를 하든 팝밴드를 하든 각자의 입맛은 다 다른 거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다양하지 못할까. 그게 돌아오자마자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죠.

이규영

다양성이라. 사실 모든 록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꿈이죠. 미국만 보더라도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뉴욕(New York), 시애틀(Seattle) 이렇게 도시마다의 장르와 씬이 있잖아요. 일본이나 영국도 그렇죠. 그렇다면 머잖아 우리나라에도 그런 경향이 생겨나리라 믿습니다만, 혹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록음악이 과연 어떤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김홍탁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좋아요. 다만 아쉬운 게 우리나라 밴드들이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거죠. 일전에 인천에서 대대적인 인디밴드 경연대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도 있어요. 1970년대 초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프로급 일류밴드들이 큰 상금을 걸고 경연대회를 하곤 했거든요. 그게 국내 록음악에 대한 붐조성에 일조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규영

아, 영화 <고고70>(2008)에 나오는 그런 경연대회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거기서 ‘데블스’가 우승을 했죠. 그런데 데블스도 인천 출신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인천에서 활동을 하셨죠. 재작년인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서 공연도 하셨어요.

김홍탁
맞아요, 리더가 인천 친구죠. 전부터 소울(Soul) 같은 음악들 좋아하고 그랬어요. 지금도 예우회라는 그룹 출신들의 옛날 모임이 있죠. 신중현 씨도 나오고 하는데, 데블스도 당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페스티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제가 미국에서 돌아와 잠실에서 개최한 페스티벌이 로커들 사이에서는 최고로 알려져 있죠. 열일곱 팀 가량이 나왔는데 정말 골고루 다 참여했죠.

정말인가요? 그게 어떤 건가요?

김홍탁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제가 기획을 하고 공연도 했죠. 당시 제일 어렸던 친구들이 ‘봄여름가을겨울’, ‘시나위’였죠. 게다가 ‘산울림’, ‘부활’, ‘백두산’ 이런 팀들도 다 나왔으니 말하자면 다양한 장르를 한 거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고 평가도 좋았죠.

이규영

말 나온 김에 그럼 잠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이야기를 해보죠. 그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그 규모에 비해 지역 뮤지션들의 참여비율이 현저히 낮았죠.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펜타포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록페스티벌뿐만 아니라 프린지페스티벌, 아트페스티벌까지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함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에요.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인천이 록음악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과 역사가 있는 도시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천을 비롯한 지방의 록음악들이 잠재 가능성은 더 높은 거죠. 서울이나 홍대에는 이미 유명한 밴드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 곳곳마다 알려지지 않은 밴드들이 더 많잖아요.

김홍탁 
그럼요, 알려지지 않은 밴드들이 더 많을 거예요.

이규영

그래서 그런 의도로 공연을 기획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을 비롯해 인천의 록밴드들이 다양하게 참가하는 공연 말이죠. 앞서도 말씀 나눴지만 피라미드 구조에서 중간층 밴드가 활성화되려면 중소 규모의 공연들이 확대되는 것도 좋겠죠.

김홍탁 
맞아요, 때로는 계절별로 하는 방법도 있죠. 각각의 계절과 스타일에 맞게 기획해보면 재밌겠군요. 그 이야기를 조금 연장시키자면 돌아가신 김대환 선배님 이름을 걸어도 멋있겠네요. 우리나라 최고의 록밴드 드러머였고, 실제로 록그룹협회 초대 회장도 지냈어요. 그런 의미들을 돌이켜 그분 이름을 걸고 인디밴드 경연대회 같은 것들을 개최하면 어떨까 싶어요. 인천은 전통적으로 밴드문화에 강하거든요.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사람들 말고도 알아주는 밴드들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밴드문화가 거의 전멸했다고 해도 인천에서만큼은 크게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이규영

그렇다면 혹시 개인적으로도 인천과의 음악적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신가요?

김홍탁 
이상하게도 없네요. 어릴 때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할까요? 인천에서는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이후로 활동할 때도 같은 바다인데 부산에서 더 인기가 좋았죠. 글쎄, 서울이 너무 가까워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이규영

이제 서서히 만들어나가면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의 최근 근황이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김홍탁 
사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은퇴가 없는 것 같아요. 보여줄 게 없고, 들려줄 게 없으면 그게 은퇴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마음을 먹고 1년을 착실히 준비해서 6인조 밴드를 하나 만들었어요. 야구 용어인데 ‘퍼스트 베이스’라고 이름을 지었죠. 객원 뮤지션에 브라스(Brass)도 있어요. 객원 뮤지션이 멤버보다 많죠. 그런 특별한 밴드지만 정통 록음악을 벗어난 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도 많이 했죠. 그렇지만 제 솔직한 심정을 담아 다양한 장르가 있는 팝밴드를 추구하기로 했어요. 


  
이규영

그동안 음악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재즈아카데미도 만들고 라이브 공연도 기획하시면서 꾸준히 노력해 오셨잖아요. 계속 그렇게 해 오셨으니 의미가 더욱 깊은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활동이 예전에 비해 조금은 더 신경 쓰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홍탁 
고민도 많이 했죠. 어떤 후배는 노골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사람이 섣불리 밴드 만들었다”라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지금 저는 은퇴를 준비하는 거죠. 그리고 여전히 밴드를 하는 게 행복하거든요. 나이가 꼭 상관이 있겠어요? 그래서 밴드를 만든 거죠. 

이규영

기대 되네요. 언제부터 활동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김홍탁 
빠르면 7월 말, 8월 초로 예정을 하고 있어요. 아마 한 8월이 될 것 같네요. 지금은 아주 맹렬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곡을 만들고 편곡도 하고 그렇게 꼬박 1년이 걸렸으니까요.

이규영

그러면 인천에서도 공연하실 건가요?

김홍탁
불러만 주면 하죠. 지금은 아주 재미난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