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전혜린’ 이 두 단어 어느 것도 내게 익숙한 것은 없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민주화운동 시기였다. 1980년대에 태어난 내가 알고 있는 1990년대 이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대략 이렇다. 그렇다면 1960년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던 시기, 독재정권의 서막이 열리던 시기, 민주의식이 움트던 시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과도기적인 시기였으리라 지레짐작할 뿐이다.
<플랫폼> 20호의 4·19 50년 기획논단인 「1960년대적인 것과 전혜린 현상」에서는 불안정했던 1960년대의 시대상을 전혜린이라는 여성을 통해 드러냈다. 글에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후, 주옥같은 번역서를 출간하고 대학 강사로서 입지를 넓히던 그녀가 자살을 한 사건이 그녀를 1960년대 문학계의 ‘히로인’으로 만든 저변을 훑는다. 서구적 사고방식, 허무주의, 쿠데타 세력의 전체주의에 대한 동조 등이 혼재된 그녀의 인생은 보는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필자는 이 혼란을 잠재울 키워드로 속물성에 반하는 의미로써의 ‘순수성’에 주목한다. 속물성이 당연시되고, 경쟁이라는 명목하에 그것이 장려되는 시기만을 보아온 내게 그를 옭아맨 ‘순수성’이라는 관념은 필자의 표현 그대로 아득하다.
세태에 적응하지 못한 엘리트 여성의 죽음에 당대는 물론 40여 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그녀를 애도하는 책이 출간된다. 이 현상에 대해 필자는 전혜린의 개인사에 따른 동경이 만들어낸 신화화라고 일컫는다. 시대의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그의 인생을 동일시하던 대중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그 시대의 모순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많은 유명인들이 생을 버렸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회적 맥락도 2000년대의 빛과 그늘이 만들어낸 것일 테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1960년대’, ‘전혜린’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도 그 시절만큼 모순 가득하고, 우리가 떠나보낸 사람들도 전혜린과 같이 시대의 모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