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의 서명(書名)은 『중국·조선의 조계 역사와 건축 유산(中國·朝鮮における租界の?史と建築遺産)』이지만 서명이 한마디로 책의 내용을 함축한다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중국 및 한국에 설치되었던 일본조계의 역사와 건축유산’으로 대신할 수도 있겠다.

책은 한·중·일 국제적 공동연구로 제1부 조계의 행정과 산업, 그리고 제2부 조계건축의 보존과 재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면 제1장부터 제4장까지 톈진(天津), 한커우(漢口), 상하이(上海) 각각의 일본조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제5장에서는 조선총독부문서에 의한 중국과 조선의 관계도 다루고 있으나 무대가 조선일 뿐 실은 일본조선총독부와 중국주경성총영사 사이에 오고간 왕복문서를 통해 일본과 중국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이어 제2부는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6장부터 제8장까지 상하이, 칭다오(靑島), 톈진, 우한(武漢) 내 일본조계지 건축에 대한 보존과 재생을 다루고 있다. 다만 제9장에서는 유일하게 인천의 구(舊)청국조계지 건축의 보존과 재생에 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제1부 제5장 「조선총독부문서에서 알 수 있는 근대중국과 조선관계 연구」와 제2부 제9장 「인천 구청국조계지에 있는 건축의 보존과 재생」은 한국 내 청국조계지의 행정과 건축유산에 대한 연구로서 청국조계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요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국조계는 부산, 원산, 인천 이렇게 세 곳에만 설치되었는데 현재 도시 공간속에 그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인천이다. 더구나 두 편의 논문이 모두 국가기록원의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어 향후 인천 청국조계 이후 화교(華僑)의 생활상과 건축유산을 보존하고 재생하는데 기초 연구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동일한 자료를 인문학적 관점(제1부 제5장)에서 또 공학적 관점(제2부 제9장)에서 각각 접근했음에도 융합형 공동연구를 통해 공간 속에서 입체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상하이 일본인사회의 문명개화운동」은 1871년 『중일우호조규』에 따라 일본인이 상하이에 처음 거주하게 된 이후, 외국문명과 외국인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일본인이 외국에 거주하게 된 것은 상하이가 처음이었는데 1843년 아편전쟁으로 인해 개항된 상하이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조계가 설치되어 있어 중국 내에서는 이미 가장 근대도시화된 지역이었다. 이곳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농촌출신의 빈민층이었으며, 욕의(浴衣)에 나막신을 신는 풍속과 생활양식 등으로 인해 서양인들의 조소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한 일본인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소양을 갖추고 상하이조계 일본인거리를 형성하게 된 것은 당시 일본 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으로 문명개화운동이 일어나고, 일본영사관의 적절한 관리에 의해 거류민 스스로의 문명각성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텐진의 문화유산에 대한 현재-개발과 보존의 다이나믹스」에서는 중국 북방의 경제중심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톈진의 도시보존계획과 문화재보호행정을 소개하고 구조계지 개발과 보존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역설하고 있다. 톈진시는 2006년부터 구조계지를 제외한 광범위한 지역의 개발로 인해 문화재가 파괴되고 새로 건설된 콘크리트 구조물들 탓에 도시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2009년 문화재보호를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여 건축물의 높이제한, 용적률 등을 규제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北京)의 외항인 톈진에는 유례없이 많은 국가들의 외국인거류지가 있었고, 따라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많은 서구 열강들이 자국의 위신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거리와 건물들이 즐비하게 남아 있었다. 이 논문은 일본의 문화재 보존정책과 기술을 바탕으로 이러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 활성화는 각각의 문화유산이 가지는 진정성에 바탕을 둔 채 계승과 보존, 재생을 고민해야 하고 문화유산을 단순히 관광자원으로 상업화하는 것은 결국 관광객에게 경원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전제로 한 맹목적 개발행위에 의해 사람들의 오랜 생활문화가 뿌리째 사라지고 단일의 가치관으로 바뀌어가는 위태로운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공동연구를 주관한 카나가와(神奈川)대학 비문자자료연구센터는 세계 각지의 그림, 엽서, 지도, 사진, 광고 등 문자를 사용하지 않은 일상자료를 수집·정리·보존하여 당시의 시대상을 연구하고자 설립된 곳이다. 특히 이러한 독특한 연구방법론을 통해 비문자자료로부터 도출된 연구과제로 국제적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이 책 또한 그러한 맥락으로 발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챠노미즈쇼보 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