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교육십>이 올해로 세 돌을 맞았다. 60명의 큐레이터가 60명의 작가/팀을 추천하여,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하는 이 전시는 참여 작가와 미술전문가의 숫자로만 보자면,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메머드급 전시임에 분명하다. 벌써 3회에 접어드니, <서교육십>을 거쳐간 작가만도 180명/팀에 이른다. 새로운 젊은 피가 미술계에 수혈된다는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매년 이렇게 미술전문가가 추천할 많은 작가들이 있다니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이 치열한 미술계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여기에 소개된 작가와 미술전문가의 관계가 앞으로도 돈독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그저 씁쓸함만 남는다.

사실 <서교육십>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60명의 미술관계자가 추천한 60명/팀의 작가라는 기본 구조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양’으로 승부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라도 하려는 듯 ‘취향의 전쟁’(2008), ‘인정게임’(2009)과 같이 그해의 부제를 정해서 진행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를 추천하는 미술전문가나 추천받은 작가들은 부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물론 외부에서도 여전히 ‘60’이라는 숫자에만 방점을 찍을 정도로 <서교육십>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 주는 인상은 강했다.

<서교육십2010> 포스터

세 살이 된 <서교육십>의 모습을 돌아보면, 1회 ‘취향의 전쟁’의 신진작가들을 소개한다는 기본 취지와 2회 ‘인정게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술전문가와 작가와의 추천시스템은 3회 ‘상상의 아카이브-120개의 시선’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것은 <서교육십>의 가장 큰 특징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양으로 승부하는 전시라는 그동안의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라도 한 것일까. 이번 부제에 대한 설명은 예전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 1901~1976)의 『상상의 박물관The Imaginary Museum』에서 가져온 제목인 ‘상상의 아카이브’라는 주제를 통해 오늘날 현대미술의 중요한 프로그램 또는 장소로 기획되어온 창조적 아카이브로서의 <서교육십>을 바라보려는 시각을 담고 있다. 또한 120명/팀의 시선이 현재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 논리와 비논리의 세계를 아우른 채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로 소환된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앙드레 말로를 언급하지 않았던 편이 좋았을 뻔했다. 1958년부터 무려 10년 가까이 프랑스 초대 문화성 장관을 역임했던 이의 저서 제목과 연결 짓기에는 너무 피상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카이브라는 것은 그저 단순히 모아 놓았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인덱싱하여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고 재참조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상상의 아카이브’는 그저 다양한 시선의 작품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은 듯 보였다. 심지어 1부에 대한 자료나 작품에 대한 정보도 도록을 제외하고는 다시 재참조가 가능하지 않은 시점에서 <서교육십> 전체를 하나의 아카이브로 읽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서교육십>의 ‘60’에 대한 독특한 구조들에 더 집중하는 편이 경쟁력 있을 듯하다. 쓸데없는 사족은 버리고, 정직하게 60명과 60명이 만나 올해의 미술계 젊은 얼굴들을 그려본다는 단순한 의의만으로도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하고, 작가추천과 짧은 작가소개로 그치는 방식을 보강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서교육십>에서는 어느 정도의 변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예년과는 달리 공공미술 예술가 지원프로그램을 주제로 했던 특별 세미나와 6회에 걸친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참여자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전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교육십>과 관계 맺고 있는 미술전문가들, 그리고 <서교육십>을 통해 배출되는 작가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맺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전시를 위해 작가와 미술전문가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형식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임하지 않게 만드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서교육십>이 ‘난장’의 형식을 취해가더라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