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해?”
“인생 최대의 결단을 내리려 하는 중. 지금 기분은 햄릿. 사느냐 사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시부야 now. 첫 월급 나와서 가방을 샀어.”
“마찬가지로 시부야 now. 그리고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결단을 내렸습니다.”

혼잣말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와 전화로 혹은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공통된 화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 방향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거나 상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얼핏 들으면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이러한 대화로 일본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素直になれなくて)>후지TV 외, 2010.4.15~6.24는 시작된다. 다섯 명의 이십대 중후반의 남녀, 하루우에노 쥬리 분, 나카지에이타 분, 린다타마야마 테츠지 분, 피치세키 메구미 분, 닥터김재중 분는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사이다.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들은 트위터에 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는 편집자 린다가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하면서 팔로어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관계로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도, 서로에 대한 호감도 적당히 숨긴 채 즐거운 한때를 보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서로에게 조금씩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이들은 때로는 동료〔仲間〕, 때로는 연인이라는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트위터는 이들 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로 존재한다.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의 한 장면

일본에서 트위터가 주목을 받은 것은 2007년 무렵이다. 2006년까지 Mixi 일본 최대의 가입자수를 자랑하는 SNS와 Glee모바일용 무료 게임 제공으로 유명한 일본의 SNS 등을 중심으로 한 SNS서비스가 일본 웹시장의 최대 이슈였다면 2007년부터 일부 IT관련 종사자, 파워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타고 ‘해외의 새로운 미니 블로그’로서의 트위터가 일반인들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관심이 트위터에 쏟아진 것은 2009년에 이르러서였다. 2009년 오바마의 미국 대선운동과 유명 연예인들의 트위터 사용으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붐이 일본을 빗겨갈 리 없었다. 실제로 비디오 리서치 인터랙티브(ビデオリサ?チインタラクティブ)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 2월 일본 내 트위터 유저가 20만 명에서 8월에는 193만 명으로 급증했다. 해외 서비스라는 이질감은 이미 2008년에 공개된 일본어 트위터로 인해 해소되었고 <아사히신문(朝日新聞)>,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과 같은 언론사, 델(Dell)이나 소프트뱅크(Softbank)와 같은 회사들도 너나할 것 없이 트위터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트위터를 도입하여 마키(マッキ)라는 캐릭터(기자)를 통해 사실 전달보다는 개인의 의견과 감정을 보도의 중심으로 삼는 월드컵 예선전 중계를 시도, 일본 내 트위터의 명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2009년 등장한 아이폰이 트위터의 이용을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그리고 2010년 4월, 트위터는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회사에서 실적을 올리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닥터를 위해 동료 네 명은 홍보에 필요한 광고 도안을 만들어 선물한다. 하지만 동료들이 애써 만들어준 광고 도안을 회사의 다른 직원에게 도용당하고 만 닥터는 “큰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트위터에 중얼거리고는 숨어버린다. 닥터의 트위터를 발견한 동료들은 즉시 다시 모여 새로운 광고 도안을 만들며 닥터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하루가 학생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빠졌을 때도, 피치가 아이를 유산해 도움을 청할 때도 트위터는 그들의 요청과 그에 대한 구원을 전달하는 가장 신속한 매체로 존재한다.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한 그들은 트위터를 사이에 두고 모두가 동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 그로 인한 위안과 자기 확인 때로는 일련의 드라마 주인공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경유한 즉각적인 구원을 얻곤 한다.

이러한 트위터의 동시성은 관계적 측면에서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기존의 미니 블로그 서비스와 차별화된 특성 가운데 하나다. 내가 트윗하면 누군가가 또 다른 트윗 혹은 리플라이(replay)나 멘션(mention)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응한다는 동시성은 트위터가 그만큼 빠른 전달력 혹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동시성의 확보는 특히 휴대전화를 통해 보다 용이해지는데, 일본의 경우 문자매체로서의 휴대전화의 기능이 전적으로 SMS(Short Message Service)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과 달리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여 메일을 교환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트위터로의 접근은 아이폰의 등장 이전부터 이러한 일본 이동통신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전혀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보다 심플한 인터페이스로 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트위터만의 새로운 매력은 사람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의 한 장면

관계적 측면에서 트위터가 가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유저(user)들 간의 관계가 기존의 SNS에 비해 매우 느슨하다는 것이다. 2006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엄청난 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mixi의 경우, 한국의 싸이월드처럼 유저들 간의 관계는 상호동의를 전제로 한 연결, 즉 친구(マイミク)라는 관계다. 하지만 트위터에는 일방적인 관계인 팔로우(follow)만이 존재한다. 관심이 가는 이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방적으로 팔로우할 수 있으며 관심이 사라졌다면 아무런 부담 없이 팔로우를 중지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방식은 자신의 글을 읽게 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을 요구했던 기존의 SNS에 비해 발화라는 행위 자체의 무게를 상당히 덜어낸다. 140자라는 길이 제한에서부터 이미 보다 손쉬운 발화를 강조하는 트위터는 유저들 간의 느슨한 연결을 전제로 때로는 독백에 가까운 중얼거림이 우연성에 기대 의미를 만들어내는, 어쩌면 인터넷 상의 소통이 가지는 특성을 가장 극대화한 경우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나는 암흑 속. 그리고 나는 사라진다”라며 자살을 결심한 피치의 글 또한 여느 트위터 상의 글들처럼 대상을 의식하지 않은 채 허공을 향해 내뱉는 중얼거림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요청이다. 드라마의 제목 그대로 자신의 발화가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라지만 상대를 제대로 마주볼 용기도, 접속을 원하는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트위터는 어쩌면 타인과 완전히 고립되지 않은 채 가장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의 한 장면

다섯 명의 남녀는 드라마의 후반으로 향할수록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가 닿기를 바라는 상대를 마주할 용기를 찾아간다. 하지만 누구의 어떠한 진심이든 그것이 진심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트위터가 이야기하는 보다 느슨한 연결과 친밀한 동시성은 과연 누구의 어떠한 중얼거림이라도 용인할 수 있는 것일까.  

나카지를 사랑하게 된 린다는 동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감정이 그에게 부정될 것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언제나 무언의 벽에 가로막혀있는 듯하던 닥터 또한 일본사회에 대한 적응을 포기하고(표면적으로는 가정사를 이유로)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정한다. 이 둘의 좌절은 주변 인물들의 이해와 위로를 통해 표면적으로만 어설프게 봉합되어버린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꿈꾸었던 세계로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영원히 추방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궁금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존재의 부정―죽음이나 추방―을 통해서만 세계의 외부로 존재할 수 있는 주변자의 현실, 그리고 누구의 중얼거림이든 용인해줄 것처럼 떠들지만 사실은 이를 삭제하여 애초부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듯 굴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