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쟝쑤(江蘇)위성TV는 서바이벌 형식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非?勿?)>1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매회 스물네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남성이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을 보여주면 여성출연자는 불을 켜고 끄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그 사이에 전문가들의 신랄한 평가가 곁들여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010년 1월 15일 처음 선보인 이래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수직상승했으며, 11회부터는 후난(湖南)위성TV의 간판 프로그램인 <쾌락대본영(快樂大本營)>을 제치고 2010년 1/4분기 전국종합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종합뉴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이후 각 성(城)·시(市)급 방송국에서도 이를 모방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기에 이르렀다.

안후이(安徽)위성TV의 <내 인연은 너(??是?)>, 저쟝(浙江)위성TV의 <사랑을 향해 돌진(??向前?)>, 상하이동방(上海?方)위성TV의 <백 중 하나 고르기(百里挑一)> 등이 신설되었고, 또한 산둥(山東)위성TV의 <사랑이 왔네(?情?敲?)>, 후난위성TV의 <우리 데이트해요(我????)>등 기존에 방영하던 연애 프로그램들 또한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를 모방하여 서바이벌 형식으로 바뀌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짝짓기 프로그램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통해서 방송국 체제의 시장화로 인해 각 성·시급의 방송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가늠해볼 수 있다.

한편 짝짓기 프로그램이 요원의 불처럼 퍼져나가는 동안 프로그램 속 ‘배금주의녀’, ‘재력과시남’, ‘부자2세’ 등의 인물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자전거 뒤에 타서 웃느니 차라리 BMW에 타서 우는 게 낫다”고 말했던 BMW녀, “나는 남자친구와만 손을 잡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한 번에 이십만 위엔은 줘야한다”던 호화저택녀<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 “돈이 없으면 아는 체 하지 마라”던 울트라 배금녀, 그리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람보르기니를 몰고 백만 위엔의 월수입을 과시하던 재력과시남<사랑을 향해 돌진>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배금주의적, 물질주의적 언사는 즉시 관련 당국의 주의를 끌었다. 6월 초 광전총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國家廣播電影電視總局)에서 「연애 짝짓기류 TV프로그램의 규범화를 위한 광전총국의 관리 통지」와 「연애류 TV프로그램의 관리 강화에 대한 광전총국의 통지」 등 두 건의 공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상반기 TV브라운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신분 속이기, 출연자들의 저속하고 배금주의적인 언사 등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물론 TV프로그램에 대한 관련 당국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관련 당국의 비판에 이어 <인민일보(人民日報)>, <신화통신(新華通訊)>, CCTV 등 주요매체가 비판에 동참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인민일보>는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고려해 비주류 가치관을 퍼뜨리고 있음을 골자로 하는 여러 편의 비판기사를 실었으며,2 <신화통신> 역시 한 사설「TV가 중매는 하되 어떻게 ‘선’을 넘지 않을 것인가」2010년 6월 22일자을 통해 짝짓기 프로그램은 “주류 가치관을 파악하여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논했다. 이와 동시에 CCTV의 시사프로그램 역시 <연애 프로그램의 저속화>와 <미디어의 책임> 등을 연속으로 방송하면서 “모든 사회에는 주류 가치관이 있고 주류매체는 이 주류 가치관을 발양해야 하며, 주류 가치관은 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주류매체는 우리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관을 발전시켜야 하고 인민대중의 정신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며, 진선미의 가치를 선양하고 거짓과 추악함은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대중매체의 비판적 목소리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인 지난 7월 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또한 중공중앙정치국 제22차 집단학습 자리에서 “많은 문화계 종사자와 생산단위가 사회주의 핵심가치 체계를 자각적으로 실천하고 사회주의의 선진문화를 전진시키며, 용속(庸俗)하고 저속(低俗)하며 세속(世俗)적인 풍조를 억제하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3 얼마 후 8월 초에는 차이우(蔡武) 문화부 장관이 한 인터뷰를 통해 “저속한 풍조의 범람을 결연히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 “각급 문화행정 부문은 불건전한 풍조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도해야 하며, 주류가치를 발견·제창하고, 주선율(主旋律) 작품을 널리 알려야한다”고 말했는데,4 이러한 ‘삼속(三俗) 현상’에 대한 일련의 공개적 비판에 대해 홍콩매체는 중국대륙에서 ‘새로운 도덕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5


프로그램의 한 장면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의 남녀 출연자는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하는 이삼십 대 화이트칼라 출신들이다. 이들은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라는 성별화된 편견과 더불어 보수적인 중산층 핵가족 모델을 기초로 한 연애관과 가족관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중국사회 내부의 계급적 분화에 대응하여 집권당은 과학 발전관, 사회화합 등의 이데올로기적 구호를 내세우며 중산층을 모델로 하는 사회적 상상을 통해 주류 이데올로기를 통합하고자 했다. 특히 2006년 17대 보고에서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의 건설이라는 목표가 제기되기도 했다.

허나 흥미로운 점은 중국 내 매체들 대부분 ‘핵심 가치관’보다는 ‘주류 가치관’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류사회, 주류 가치관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자원봉사, 시민의 권리, 환경보호 의식, 기부 등의 부르주아적 윤리를 기초로 하기 마련인데,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중산층의 ‘삼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가 주류 가치관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중산층의 가치관과 주류 가치관 사이의 모순을 드러낸다기보다 오히려 주류 가치관과 중산층 모델이 미묘한 타협의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엄혹한 비판 속에서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를 비롯한 여러 짝짓기 프로그램은 방영금지는 피했지만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에 조정을 가했다. 약간의 조정 이후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는 ‘외지에서 온 근로자 특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특집에 참가한 남녀 출연자는 모두 신세대 농민공(農民工)농민 출신 노동자들이었으며, 프로그램 진행자는 이런 인사말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사회집단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또 낯설기도 합니다. 바로 외지에서 온 근로자들입니다. 익숙하다함은 우리의 생활이 이미 그들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고, 낯설다함은 우리가 실제로는 그들을 깊게 이해한 적도, 또 접촉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집단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중산층)’와 ‘그들’의 날카로운 단절 속에서 ‘그들’은 분명히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타자의 위치에 있다. 진행자의 말처럼 비중산층인 신세대 농민공들 역시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의 열혈 시청자들이다. 즉 프로그램 조정 이전의 주요 출연자는 도시의 화이트칼라였지만, 그 출연자들의 짝짓기 기준은 비중산층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특집에 출연한 농민공들은 시내에 집을 사고, 차를 사고, 내 가게를 여는 것을 꿈꾸는 소위 ‘분투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도시의 중산층이 되기 위해 그처럼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르주아, 즉 중산층의 가치관은 비중산층의 욕구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계급분화하고 있는 지금의 중국에서 중산층을 염두에 둔 주류 가치관은 중요하면서도 유효한 ‘화합’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