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관계를 가진다. 인간이라는 말 자체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관계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속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 표현들은 누가 들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지구상의 어떤 사람이든지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람이더라”라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란 그 크기가 얼마나 크든 간에 실제로는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지구촌 시대라고 한들 어떻게 단 여섯 단계 만에 모두가 이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인간관계 그래프-루이스가 인맥의 핵심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끼리끼리 모여 살고 있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필연적으로 거쳐 온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여기서 형성된 관계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 달 이내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일부 직업적인 특성을 제외하면 그들은 우리가 한 달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싫어해서일까. 그보다는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계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서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여러 사람이 일렬로 선 상태에서 출발지점의 사람이 귓속말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을 때, 단 세 사람만 지나도 원래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가 보존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소통이란 생각보다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여섯 단계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 비밀은 바로 허브 인(hub in), 또는 커넥터(connecter)라고 불리는 인맥의 중심이다. 허브 인은 세상을 여섯 단계로 이어주는 인간관계의 핵심 인물인데, 결국 인맥이란 그저 얽히고설킨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좌측의 그래프를 가만히 보면 누가 인맥의 중심인지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 인간관계의 핵은 바로 루이스다. 그래서 루이스만 알면 손쉽게 루이스 친구들의 이야기도 금방 들을 수 있게 되고, 본인의 이야기도 루이스를 통해 쉽게 퍼져나가게 된다. 루이스는 또 다른 루이스 같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인간관계란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루이스 같은 인맥의 핵에 의해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허브 인은 어떠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꼭 한 명씩은 있는데 인간관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더욱 커다란 인맥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루이스는 사람들에게 쉽게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즉 루이스는 소통 능력에서 더 우위를 점하게 되고 이는 곧 권력과도 같은 영향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허브 인은 누구일까. 바로 미디어(media)다. 수십 명 수준이 아니라 수백만 명, 때로는 수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허브 인 중의 허브 인이다. 미디어가 연결만 시켜준다면 어떤 인간관계든 한 단계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백 명에게 전화를 돌린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겠는가. 반대로 미디어는 방송 한 번이면 전 국민에게 소식을 전파할 수도 있다. 즉 소통의 비용과 능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광고를 하는 이유도 허브 인로서의 전파력과 파급력 때문이지 않은가. 개인에 비해 미디어는 소통의 비용이 압도적으로 낮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파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마라톤으로 소식을 전하는 방법에서 편지, 전보, 전화 그리고 휴대전화로의 진화는 결국 소통의 비용은 낮추고 소통성은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때문에 매스 미디어(mass media)는 최강의 소통성을 지닌 매체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인의 소통 비용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은 빠르게 활성화되었고 블로그, 카페 등의 웹 2.0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통은 여느 때보다 쉬워졌으며, 비용도 저렴해졌다. 또한 아이폰, 갤럭시S 등의 스마트폰과 같이 이동 중에도 쉽게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손안의 기기들이 대중화되면서 소통은 더 쉬워졌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사건사고 소식이 손안의 휴대전화에 의해 촬영되고 있다. 아무리 매스 미디어가 사건사고 현장을 열심히 쫓아다녀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보다 빠를 수는 없다. 사람들은 이제 매스 미디어가 뒤늦게 보여주는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가 아니라 현장에서 상황을 전하는 많은 이들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접하고자 한다. 이제는 개인들의 미디어가 매스 미디어만큼의 영향력을 가지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다수의 개인 미디어를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라고 부른다.

매스 미디어는 소수의 사람들이 수많은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다수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내용을 전달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미디어는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부 이슈 위주의 내용을 편성하거나 광고를 내보내게 되고, 사람들은 다양한 방송과 신문에도 불구하고 볼 것이 없다라며 불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매스 미디어에서는 비추지 않던 지구촌 구석구석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무런 여과도 제약도 없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사람들의 소통 비용을 극감시켜주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등장하면서 소통성은 극대화되기에 이르렀다.

아이폰

열 명의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에게 ‘무료 영화표가 생겼는데 줄까?’라고 문자를 보낸다. 이때 나머지 친구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만약 그들에게도 이 문자가 도착한다면 서로들 표를 원한다며 문자를 보낼 것이다. SNS는 이와 같다. 여러 종류의 SNS가 있지만 기본적인 특징은 나의 한 마디가 친구들 모두에게 전달이 되는 구조다. 나아가 누군가 나의 말에 응답을 하면 그 친구의 친구들까지도 모두 그 말을 보게 된다. 가령 내게 열 명의 친구가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라서 만 명쯤 되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나의 메시지는 순식간에 만 명이 넘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공통의 관심사였다면 각각의 인간관계를 통해 더욱 빠르고 넓게 퍼져나갔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1958~ 2009) 사망 당시 해당 소식은 몇 시간 만에 트위터(Twitter)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고 인터넷 역사상 가장 높은 트래픽(traffic)을 기록하는 사건을 만들었다. 기존의 그 어떤 미디어도 그 만큼의 소통성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SNS는 결국 불가능할 것 같았던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당선과 미국 백 년의 염원이었던 건강보험법 통과는 물론,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에서도 당락의 이변을 이끌어냈다. SNS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어나듯 순식간에 메시지의 공명이 지구 반대편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상 최강의 허브 인이다. 우리는 이제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소통성이 커질수록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왜냐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주고받는 정보에는 아이디어(idea)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디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다.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탄생에 탄생을 거듭했고 이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하급수적으로 창출시키고 있으며, 인류가 함께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글로벌 소사이어티(global society)의 탄생을 낳기에 이르렀다. 아이디어는 촛불과 같아서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촛불경제학이 급부상할 것이다. 협력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