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미술을 느끼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과제인 듯하다. 예술로 즐거움에 도달하기란 등산의 최대 난코스를 오르는 것과 같지 않을까. 더군다나 전복성으로 다가오는 현대미술의 비판성은 그저 우월하게 느껴져 지나쳐버리고만 싶어진다. 그 우월함이 현대미술을 좌지우지하는 시장적 잣대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이르기란 산 넘어 산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플랫폼> 21호 비평공간의 「현대미술을 움켜진 보이지 않는 손」에는 ‘미술시장’의 간섭을 통한 시장적 잣대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미술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화폐와 동일시되고 있는 판국에,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뼈저린 반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 ‘사소한 차이, 약간의 충격, 공명하는 국제적 명성’을 우월한 것에 쉽게 현혹된다하여 대중들을 호통칠 수는 없는 일이다. 미술의 시장화에 대처하는 현대인의 자세로 ‘제대로 비판하고 수용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대예술이란 아무래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도대체 예술의 미학적 가치는 어디로 흘러가버렸나.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결코 생산해낼 수 없는 상이한 가치, 즉 예술의 잠재적 의미를 예술가에게 직접 요구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어떠한 요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라 할 수 있을까. 레디메이드의 탈을 쓴 난동이 아닌 진정한 울림이 어서 샘솟아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