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의 시각에서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 ‘남보원’을 바라보자면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코너는 남성의 권력에 억압받아온 여성이 권리를 찾고자 노력해온 시절을 뒤로하고 여성 상위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는 일각의 시각을 소재로 차용했다. 이 내용이 뜨악하면서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사실 여성인 나에게도 와 닿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개별적 사례로 보편적인 일반화를 시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불합리를 겪지 않은 남성에게도 이 프로그램은 대다수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탓에 이 코너를 보며 마음껏 웃어도 될까하는 생각을 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필자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온가족이 다함께 시청하는 주말 황금 시간대에 그들의 구호를 듣고 깔깔대며 동조하는 우리 아빠, 남동생만 보더라도 이 시대의 남성이다. 이들이 즐거워하는 동안 불편한 시각을 갖는 나는 다른 ‘파’에 서 있는 것이 느껴진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말로 얼버무리기엔 무시하지 못할 파급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며 이미 유행어가 된지 오래다. 필자의 생각대로 이 만큼의 정치성과 파급효과를 지닌 개그 코너라면 단순히 웃음만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넘어서 사회의 어두운 면, 정치의 어두운 면을 꼬집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계급, 계층을 불문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폭로, 풍자 솜씨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