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가는 이십대에게는 ‘불안’만이 존재할 뿐 ‘희망’이 거세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기대감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마저 사라진 사회로 내몰린 절박함이 이들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청춘이란 때로는 시행착오와 실패도 허락되고 젊음을 즐겨도 되는 청춘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 무한경쟁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박복한 청춘이다. 때문에 누군가가 이들을 ‘88만원 세대’로 규정해도 정작 이에 반발해야 할 청춘들은 군말 없이 이 사회가 그들에게 이름 붙인 ‘자본주의 카스트’를 순순히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청춘들이 이렇게 무한경쟁 체제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경쟁 속에 있는 청춘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구조 속에서 가뜩이나 배고픈 예술을 갈망하는 이십대는 과연 어떠할까. 아직도 예술을 사치와 호사처럼 여기는 대중적 인식 속에서 현실적 기반 없이 예술을 하고자 하는 청춘들은 벽에 부딪혀 결국 다시 무한경쟁의 사이클로 걸어 들어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를 강요받게 된다.

지난 7월 여성사전시관에서 열린 <이걸로 밥벌이를 계속 할 수 있을까?展>은 이런 젊은이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았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절박한 배고픔을 젊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야 할 ‘왕년의 고생’ 쯤으로 보는 시선, 혹은 현실에 편입하지 못하고 ‘돈 되지 않는 예술’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에 대한 청춘들의 솔직한 고민은 이 전시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표현되었다. 만화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라디오로 혹은 설치도구로……. 최대한 기성의 프레임을 거부하고 생각 그대로를 정제하지 않은 채 표현한 작품들은 현재 이십대들의 고민을 가장 솔직하고 단단하게 표현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 자신다운 것과 세상의 일원다운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각의 갈등과 모순들을 현대를 살아가는 이십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큼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의 여유나 방황,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외줄에서 살아가야 하는 경쟁에 대한 고민도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젊은 여성들의 고민에 대한 통찰을 위해 기획된 전시지만, 작품들이 우선시하는 것은 아직도 존재하는 유리천장이나 성차별에 절망하는 여성들의 시선이라기보다는 희망보다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하는 이십대들의 절박함에 가까워 보인다.

가장 세대의식이 없는, 그야말로 ‘콩가루’로 불리고 있는 이 세대. 하지만 작품을 만든 이들은 이 전시를 통해 서로의 아픔과 갈등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같은 세대로서, 서로를 향해 위안을 주는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하는 듯했다. 때문인지 작품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보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잊고 있었지만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던 사실들에 대해 그들만의 세대의식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전시가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현실적 딜레마와 잔혹한 현실에 대한 불안을 그저 드러내는 것에 그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어째서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였다. 지금의 이십대는 박복한 현실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어째서 지금의 세대가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을 얻고도 침묵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고, 어째서 무한경쟁의 사회로 편입할 것을 이야기하는 사회와 기성세대의 종용에 떠밀려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가 준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째서 그 안에 갇혀 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다면 극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기 때문이다.

<이걸로 밥벌이를 계속 할 수 있을까?전>은 이십대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경쟁과 계급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보는 기성세대의 시선 속에서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그들 역시도 삶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획전이다. 특히 자본주의가 가장 공략하기 쉬운 소비자 계층으로 규정되면서도, 낮은 임금과 불평등한 대우를 당연시하는 사회를 향해 당사자인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소비의 욕망과 사회의 계급 속에서 허덕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는 점은 전시가 남긴 숙제기도 하다. 방황이 용납되지 않는 이 박복한 이십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까. 우리가 왜 이 사회 속에서 떠밀리듯 나아가야 하는지, 왜 이유도 모른 채 경쟁의 외줄타기를 하는 중인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경쟁이라면 우리가 왜 이 경쟁 속에 있어야만 하는지. 이십대에겐 무엇보다 이러한 고민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십대가 정말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은 그 문제점을 알고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가 있을 때일 것이다. 비로소 그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이 전시가 던지는 물음처럼 우리가 하고 싶은 일로 밥벌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증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내부

 

이미지 제공_ 여성사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