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록페스티벌(Pentaport Rock Festival)이하 펜타포트의 전신인 트라이포트록페스티벌(Tri-port Rock Festival)에 대한 이야기나 2006년부터 시작된 펜타포트의 역사를 이 자리에서 훑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성공적으로 매회 차츰차츰 관중을 늘려나가던 한국 최고의 록페스티벌이 2009년부터 펜타포트와 지산밸리록페스티벌(Jisan Valley Rock Festival)이하 지산밸리 두 개로 나누어져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관객들은 (열혈 마니아가 아닌 이상)두 페스티벌 중 하나만 선택하여 참가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일주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간격을 두고 각각 진행되는 까닭에 한정된 음악 팬층을 양측에서 모두 활용하지 못하고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하는 형국임을 뜻하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작년에는 불가피하게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 탓에 두 페스티벌을 모두 가려던 일부 마니아들은 선택권을 묵살 당했지만 올해는 그나마 일주일의 간격이 있었기에 작년보다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특히 펜타포트는 오직 펜타포트뿐이었던 행사를 지역축제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보다 긴 시간 동안, 보다 많은 장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지산밸리와는 달리 펜타포트는 인천시의 지원으로 공익적인 면을 염두에 두어야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두 페스티벌이 같은 방향으로 경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장점은 펜타포트가 이제 비단 록마니아들의 놀이터 같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의 축제, 더불어 수도권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십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세계적인 밴드를 섭외해서 음악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도 좋지만, 친숙한 국내 뮤지션이 중심이 된 소박한 라인업과 편안한 분위기로 마실 나오듯 즐길 수 있는 ‘지역문화’로서의 페스티벌을 발전시킬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인천시민은 다른 곳에 사는 시민들보다 문화예술, 특히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여유롭고 폭넓다”라고 자랑할 수 있을 만큼.
공연의 한 장면
게다가 올해부터 장소를 옮긴 펜타포트는 여러 면에서 기존에 비해 쾌적해진 것이 사실이다. 메인스테이지 무대는 잔디밭에 위치하고 있어서 편의성이 높아졌지만, 서브스테이지로의 이동 루트나 서브스테이지 무대 자체는 기존과 같은 진흙바닥을 유지하고 있어서 펜타포트 고유의 느낌을 잃지 않았다. 진흙밭이나 뻘밭에서의 공연은 체력적인 면에서 분명히 힘들고 정신적으로 짜증도 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페스티벌들이 모두 잔디밭과 돗자리 콤보가 되어버린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펜타포트처럼 고생도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페스티벌이 더 가치가 높고 기억에도 남을 수 있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s)의 ‘개고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국내에서도 그때는 몰랐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펜타포트의 고생스러움이 그립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물론 공연장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이와 반대로 관객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조성해야 한다. 페스티벌의 ‘매력’은 라인업에서, 페스티벌의 ‘느낌’은 공연장에서 찾을 수 있지만 페스티벌의 ‘호감’은 화장실, 캠핑장, 샤워시설, 푸드코트 같은 편의시설과 진행요원들의 친절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펜타포트에서 맥주의 경우 판매부스에서 3,0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이 정도의 가격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수용가능하고 페스티벌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하지만 맥주를 4,000원씩 받은 다른 페스티벌의 경우 관객들로부터 굉장한 반감을 샀다. 불과 1,000원 차이지만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캐치하는 것이 주최 측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후바스탱크 공연 장면들(위) 이안 브라운 공연 장면(아래)
이렇듯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올해 펜타포트는 하나를 얻은 대신 다른 하나를 잃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페스티벌을 꼽으라고 한다면 불과 이 년 전까지는 누구나 이견 없이 펜타포트를 지칭했지만, 지금은 펜타포트를 손에 꼽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져간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페스티벌은 넓은 의미에서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사업이다보니 다른 그 무엇보다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음악페스티벌의 콘텐츠는 해당 페스티벌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십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한 페스티벌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한 페스티벌의 선택 기로에서 많은 수의 음악 팬들은 당연히 전자를 더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올해 펜타포트의 헤드라이너(head liner)로 나선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 후바스탱크(Hoobastank), 이안 브라운(Ian George Brown)은 모두 페스티벌의 메인급 아티스트로 내세우기에는 네임밸류나 라이브 실력, 볼거리의 측면 등에서 부족한 편이었으며, 그러다보니 티켓판매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페스티벌과 라인업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펜타포트에서 왜 굳이 행사를 계속 사흘로 유지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후지록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과 라인업을 공유하고 있는 지산밸리야 금요일과 일요일 라인업을 제공받을 여력이 있으니 토요일만 자력으로 잘 채우면 사흘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득이라지만, 거의 모든 라인업을 스스로 섭외해야하는 펜타포트가 굳이 사흘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는 것은 페스티벌 자체를 놓고 봤을 때도 치명적인 핸디캡이지 않을까. 일본의 섬머소닉(Summer Sonic)처럼 펜타포트도 라인업의 응집력을 높여 행사를 이틀로 축소, 개편하는 것은 어떨까. B급 네임밸류의 대여섯 팀을 섭외해서 애매하게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확실한 헤드라이너급 두 팀을 확보하고, 그 외에는 B급을 건너뛰더라도 C급, D급 해외 팀을 수적으로 많이 섭외하는 것이 콘텐츠의 매력을 더 높일 수 있다.
펜타포트아츠페스티벌
비슷한 시기에 록페스티벌이 몰려있고 그것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면 결국에는 몸값이 더 높은 밴드를 많이 섭외한 페스티벌이 이길 수밖에 없으니, 그런 점에서 펜타포트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어떨까. 즉 헤드라이너급 밴드들은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트렌드형 메이저 밴드들로 신경 써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외의 무대에는 개런티도 저렴하고 관객몰이도 할 수 있는 밴드들을 다채롭게 세우자는 것이다. 중년들이 좋아할 만한 1990년대 메탈밴드라든가 세풀투라(Sepultura), 헬로윈(Helloween) 등, 젊은 메탈키드들이 좋아하는 2000년대 메탈밴드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 카멜롯(Kamelot) 등, 이제 막 영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생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더 엑스엑스(The XX) 등, 국내에서는 꽤나 인기가 좋지만 세계적으로는 지명도가 약한 팀들 켄트(Kent), 더 라스무스(The Rasmus) 등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렇게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해외밴드들을 섭외한다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2006년부터 어느덧 5회째를 맞은 펜타포트지만 지금도 펜타포트는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해, 조금 더 많은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크고 작은 음악 페스티벌들이 수십 개씩 탄생할 수 있도록 불을 지핀 일등공신이 바로 펜타포트인 만큼, 대부분의 록팬들이 처음으로 가본 페스티벌은 펜타포트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펜타포트는 그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자 약력
金奉煥 1977년 강원 춘천생. 음악칼럼니스트. kornma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