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언제부터 거대자본의 노예가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사실 www라고 자본주의의 마수를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미지의 신세계 위에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말 그대로 ‘꿈’일 뿐이었다. 실존하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듯이 실존하는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웹이라는 공간도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던 것일 테다. 하지만 이 세계가 끝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듯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도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었고 지금은 바야흐로 블로그(blog)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블로그라는 보다 진일보한 현실적인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독립을 꿈꾸고 건강한 웹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r-d1.tistory.com)


인터넷 초창기 시절 모든 이의 꿈은 이메일 계정을 생성하고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메일은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에 불과했고 홈페이지는 일방적인 정보전달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대체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묻곤 한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블로그를 정의하는 두 가지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RSS(Really Simple Syndication)뉴스나 블로그에서 주로 사용하는 콘텐츠 표현방식와 트랙백(trackback) 역방향 링크를 자동적으로 생성해주는 기능이다. RSS가 등장하기 전에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자가 해당 사이트를 직접 방문해야 했으나, RSS 관련 프로그램(혹은 서비스)을 이용하여 자동수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용자는 각각의 사이트 방문 없이 최신 정보들만 골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기존에는 수십 개의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놓고 새로운 글이 발행되었는지 수시로 들락날락거려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젠 RSS 등록을 통해 수십 개의 사이트 중 새 글이 뜬 곳만 알림을 통해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신문이나 잡지를 집이나 사무실로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과 유사하다. 즉 개인이 ‘발행(publication)’과 같은 행위를 웹을 통해 아무런 번거로움 없이 시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보이용자 또한 보다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트랙백은 기존 게시판의 한계인 소통의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해준 기능이다. 기존의 게시판은 댓글을 통해 단편적인 소통이 이루어졌지만 블로그는 다르다. 예컨대 내가 A의 블로그에서 인디문화에 대한 글을 읽고 보충하고 싶거나 반박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내 블로그에 해당사항에 대한 글을 포스팅(posting)하고 A의 블로그에 트랙백을 거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글을 본 B라는 사람이 또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트랙백을 걸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오고갈 것이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을 것이다. 즉 A라는 사람이 의제를 던졌을 때 B, C, D 등의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트랙백을 걸게 된다면 A, B, C, D의 블로그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의 사안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될 수 있는 반면, 댓글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장문의 댓글로 서로의 논의가 오고갈 수는 있다. 하지만 A의 블로그 내에서만 갑론을박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 파급력과 전달 범위는 트랙백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대체 블로그가 온라인 인디문화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앞서 이야기했듯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가지를 뻗어나가게 되는 것인데, 블로그의 이러한 파급력은 오프라인의 그것에 비하면 그 속도가 엄청나다. 바야흐로 블로그라는 시스템을 통해 개인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면 수많은 대중이 능동적인 자세로 정보를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인디, 즉 독립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를 통해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독립인가? 거대자본과 권력에 의해 세뇌당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존의 인터넷 문화는 결코 건강한 웹생태계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실존하는 세계의 부조리함이 온라인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장이 바로 블로그며, 그 위에서 고군분투 하는 사람들이 블로거(blogger)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의 블로그 문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블로거는 기존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시절의 개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포스트는 생산적이지 못하다. 소위 말하는 ‘펌’문화가 블로그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잘나간다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블로그서비스에 ‘펌’기능이 버젓이 포함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대체 블로그서비스를 왜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갈 뿐이다.

   

다양한 블로그서비스


인디는, 독립은 결코 타의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인디문화는 거대자본의 획일화된 세계를 거부하고 개인 혹은 소수의 집단이 독립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생산자 혼자서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을 소비하길 원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있어야 비로소 지속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즉 능동적인 생산자뿐 아니라 능동적인 소비자가 있어야만 비로소 인디문화가 꽃필 수 있는 것이다.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능동적인 생산과 능동적인 소비가 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단언컨대 블로그처럼 인디문화를 꽃피우기 좋은 웹환경은 없다.

이제 지루한 이야기가 끝나간다. 그리고 당신이 개설해서 운영 중인 블로그에 대해 한번은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왔다. 정치, 경제, 예술 등 현실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당신의 블로그에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논의들은 당신의 블로그에서 당신만의 시선으로, 당신만의 그 무엇으로 필터링 되거나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다. 누군가 블로그를 통해 툭 내던진 콘텐츠를 아무런 의심 없이 혹은 아무런 고민 없이 ‘펌’질 하지 말라. 그 전에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라. 그리고 소통해라. 자신의 블로그를 광장으로 만들고 타인을 열린 마음으로 초대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던진 작은 이야기 혹은 작은 제의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가는 것을 바라보라. 궁극적으로는 당신이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웹유토피아를 꿈꿔보란 말이다. 현실에서는 내가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보잘 것 없는 존재일지라도 가상의 웹을 통해 실존하는 세상을 전복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길러보잔 말이다.

여기 파란색 알약과 빨간색 알약이 있다. 파란색 알약을 선택한 당신은 아무런 고민 없이 비루한 현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웹을 즐기며 살 수 있다. 그리고 빨간 약을 선택한다면 지금 당장은 조금 고될지 모르나 현실의 부조리함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인디 첨병’이 될 수 있다. 자,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